[경제] 韓 국가경쟁력 20위 '역대 최고'…기업 여건은 47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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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세계 20위를 기록했다. 일명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7개국 중에선 미국에 이어 2위다. 전체 성적표는 나아졌지만, 기업하기 좋은 여건만 따졌을 땐 하위권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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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18일 발표한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올해 한국은 67개국 중 20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IMD 평가 대상에 들어간 1989년 이래 가장 높다. 1년 전 28위에서 8계단 뛰어올랐다. 이전까지 한국이 기록한 최고 순위는 이명박 정부 시절 22위(2011~2013년), 최저 순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받아든 41위(1999년)였다.

이번 평가에서 싱가포르·스위스·덴마크·아일랜드·홍콩이 차례로 ‘톱5’를 차지했다. 대만(8위)·미국(12위)·호주(13위)·중국(14위)·캐나다(19위)도 한국을 앞섰다. 독일(24위)·영국(28위)·프랑스(31위)·일본(38위)·스페인(40위)·이탈리아(42위)는 한국에 밀렸다.

IMD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사립 경영대학원이다. 1979년부터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주요국을 대상으로 ▶기업 효율성 ▶인프라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4개 분야를 평가해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쉽게 말해 ‘국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지, 기업이 경영을 효율적으로 하는지’ 따진다. 각종 통계지표와 기업인 설문 결과를 토대로 평가한다.

올해 평가에서 한국은 ‘기업 효율성’ 분야 순위가 지난해 33위에서 23위로 올라 종합 순위 상승을 이끌었다. 생산성·효율성(41위→33위), 노동시장(39위→31위), 금융(36위→29위), 경영 관행(35위→28위), 태도·가치관(18위→11위) 등 5개 세부 항목이 골고루 상승했다.

‘인프라’ 분야도 같은 기간 16위에서 11위로 5계단 상승했다. 기본(23위→14위), 기술(23위→16위), 과학(2위→1위), 교육(26위→19위) 등 항목 순위가 오른 결과다. 다만 보건(14위→27위) 항목 순위가 떨어졌다. 박은정 기획재정부 거시정책과장은 “설문 시기(올해 3∼5월)를 고려할 때 의대 전공의 파업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제 성과’ 분야는 14위에서 16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성장률(44위→34위) 등 국내경제 부문 순위가 11위에서 7위로 올랐지만, 국제무역 부문 순위가 42위에서 47위로 떨어져 빛이 바랬다. 특히 여행수지 악화 등으로 민간 서비스수지 순위가 38위에서 62위로 큰 폭 하락했다. 국제투자(32위→35위)와 물가(41위→43위) 항목 순위도 떨어졌다.

‘정부 효율성’ 분야 순위도 38위에서 39위로 떨어졌다. 특히 세부 항목에서 기업 여건(53위→47위)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조세정책(26위→34위)도 경쟁력이 떨어졌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제 기준에서 봤을 때 정부가 기업을 다루는 규제, 공정거래, 조세 3개 바퀴가 잘 굴러가지 않는다”며 “특히 최근 5년간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하고(규제), 대기업을 옥죄고(공정거래), 법인세·상속세 부담이 커지는(조세) 등 기업 여건이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정부 효율성 순위는 종합 순위와 견줘 큰 차이가 없었다. 순위 차가 벌어진 건 2020년부터다. 2020년 종합 순위(23위)와 정부 효율성 순위(28위)가 5계단 차이가 나더니 지난해 10계단, 올해 19계단까지 벌어졌다. 홍기용 교수는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정부 정책을 좌우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정부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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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한국은행은 최근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6194달러를 기록해 처음 일본(3만5793달러)을 제쳤다고 발표했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6위다. GNI란 ‘양적 지표’에서 좋은 성과를 낸 데 이어 이번 IMD 국가경쟁력 평가가 상징하는 ‘질적 지표’도 상승해 고무적이다.

하지만 IMD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성적은 나아졌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가 민간 성장을 발목 잡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 재정 적자와 국가부채까지 급증하며 전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 경제’ 정책 기조에 따라 기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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