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리안 보드카? 이젠 SOJU하면 다 안다"…해외매출 4배 늘어난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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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 한 호프집에서 외국인들이 과일소주를 즐기고 있다. 하노이=최은경 기자

“소주요? 잘 알죠. 한국 드라마에 많이 나오잖아요. 미국에서도 어딜 가나 볼 수 있어요.”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의 한 호프집에서 만난 미국인 스펜서(27)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소주잔을 부딪치며 환하게 웃었다. 일행 앞에는 복숭아 향이 나는 과일소주 ‘복숭아에이슬’이 한 병 놓여 있었다. 업무차 하노이를 찾았다는 그는 “소주를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마신다”며 “불고기, 코리안 비비큐 같은 한국 음식을 안주로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술집에서는 소주 한 병을 15만 동(약 8100원)에 판매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동남아 지역에서 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하노이 술집에서도 초록색 소주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K콘텐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베트남 현지인뿐 아니라 베트남을 찾은 미국인들도 소주를 즐긴다. 베트남은 하이트진로가 1968년 소주를 처음 수출한 국가다. 8년 전인 2016년에는 하노이에서 ‘소주 세계화’를 목표로 한 ‘글로벌 비전 2024’를 선포하기도 했다.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가 베트남을 해외 첫 생산거점으로 낙점하고, 하노이에서 또 한 번 글로벌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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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 한 행사장에서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가 '글로벌 비전 2030'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기 해외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하이트진로

전날 열린 ‘글로벌 비전 2030’ 기자간담회에서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EASY TO DRINK, DRINK TO LINK’(편하게 한 잔, 한 잔 후 가깝게) 라는 콘셉트로 ‘진로’를 세계인의 일상과 함께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며 “올해 1600억원으로 예상되는 소주(과일소주와 기타 소주류 포함) 해외 매출을 2030년까지 5000억원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소주는 80여 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소주 세계화 선언 이후 하이트진로의 해외 매출은 2017년 338억원에서 지난해 1394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전략 국가 역시 8개국에서 17개국으로 늘었다. 하이트진로는 세계화를 넘은 대중화로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제품 강화, 유통 확대, 커뮤니케이션 확장 전략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해외에서 인기인 과일소주의 성장세에 맞춰 새로운 과일향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과일소주로 소비자를 유입시켜 일반 소주까지 정착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신규 전략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국도 다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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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또한 마트나 편의점 등 가정 시장뿐 아니라 펍과 바 같은 유흥 시장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해 판매량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황 전무는 “로컬 프랜차이즈와 지역 내 핵심 상권을 우선 공략한 뒤, 거점 업소와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공격적으로 영업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첫 해외 생산 공장도 건립한다. 8만3000여㎡(약 2만5000평) 규모의 이 공장은 2026년 완공 예정으로 초기 목표 생산량은 연간 100만 상자다. 초기에는 주로 과일소주를 생산할 예정이다. 추가 해외 생산 설비가 필요하면 추후 베트남 생산 공장을 확장하거나 다른 국가 건립도 검토할 방침이다.

황 전무는 “8년 전만 해도 소주를 ‘코리안 보드카’라고 해야 이해했지만 2022년 기준 세계 주요국의 소주 인지 수준이 평균 88.6%에 달했다”며 “동남아·일본·중국에서는 이미 소주 시장이 성숙했고,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인지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만큼 인지 수준을 90%까지 높여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주류인 맥주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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