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리값 빠질땐 여기가 돈 번다…'옆'구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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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뒤 조정받는 구리 ‘대응 투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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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는 새로운 석유다(Copper is the new oil).”(제프 커리 칼라일그룹 에너지부문 최고전략책임자) 구리는 저탄소·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핵심 금속으로 꼽힌다.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건 물론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력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한층 더 늘자 구리의 몸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런던금속거래소에서 t당 8559달러였던 구리 선물(3개월물)은 지난달 20일까지 27.2% 오르며 1만889달러(약 1490만원)를 기록했다. 급등하던 구릿값이 최근 1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주춤하고 있다. “앞으로 4년 정도 지나면 (구리 가격이) t당 4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한 피에르 안두랑 헤지펀드 매니저의 말대로 지금이라도 구리에 올라타야 할까? 구리가 ‘새로운 석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머니랩이 분석해 봤다.

구릿값 폭등에 불을 지핀 건 수요보다는 공급 부족 우려다. 매장량 세계 10위권의 구리 광산인 파나마의 ‘코브레파나마’가 문을 닫은 데다, 기존 구리 광산들이 노후화하면서 채굴되는 구리 광석의 순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칠레(500만t), 페루(260만t), 콩고(250만t) 등 세 국가가 세계 동광석 생산량(2200만t)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 광산들이 생산량을 늘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광석엔 구리가 일반적으로 0.3~0.6%만 들어 있어 채굴을 더 많이 한다고 구리 생산량이 극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데다, 더 깊이 위치한 광맥을 찾아야 해서 채굴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칠레 구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구리 채굴 비용은 파운드당 198.8센트로, 전년보다 39.6센트 올랐다. 산업금속 광산 탐사부터 실제 생산까지는 평균 15.7년 걸리는데, 새 광산 탐사는 수년간 사실상 멈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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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원자재 전문 정보기업 S&P글로벌은 228개 매장지 가운데 최근 10년 사이 새로 발견된 매장지는 12개뿐이며, 이 매장지들의 구리 매장량도 1990년 이후 발견된 전체 구리의 5.2%인 6050만t에 불과하다고 했다.

구리 공급이 부족할 거란 우려가 가격 랠리를 이끌었다면, 지난달 말 구릿값 조정을 일으킨 건 수요에 대한 우려였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중국에서 구리 재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주간 통계를 보면, 지난 14일 기준 구리 재고는 33만735t으로 올해 초(3만3130t))보다 10배 넘게 늘었다. 이와 함께 중국 내 수입 구리 수요를 반영하는 양산 구리 프리미엄도 사상 처음으로 0 이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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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다만 이는 투기적 투자자가 많아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주요 가설 중 하나는 견조한 미국 내 수요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선 구리 가격 강세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선 가격 약세가 나타나면서 차익 거래에 들어간 투자자들이 지난달 중순 뉴욕 시장에서 숏스퀴즈(가격이 내려갈 줄 알고 공매도했지만 가격이 오르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시 매수하는 것)에 휘말리면서 구릿값이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이에 구리 제련소들은 지나치게 높아진 구리 가격과 낮아진 처리·제련 수수료에 반발하면서 정광 주문을 미루거나 생산량을 줄였다.

또 중국은 춘절 연휴 앞뒤로 가공업체가 휴무에 들어가지만, 제련소는 계속 운영하는 탓에 구리 재고가 일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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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4월 말부터 투기적 포지션이 달라붙기 시작하면서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 가파르게 상승하다 보니 조정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수요 지표를 살펴보면 중국 동파이프나 동봉, 동선, 동판 가동률은 건설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고 가전, 전자기기, 자동차, 전력망 등에서 여전히 견조하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 중국 구리 수요는 추가 회복 가능성이 있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이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한 데다, 당국이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구리는 주택 건설과 가전 등에 많이 쓰여 부동산 경기와 같이 가는 경향이 있다. 구릿값은 ‘닥터 코퍼’(구리 박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경기 선행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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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장기적으로 구리 가격이 오를 거라는 전망을 부정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 다만 구리 가격이 더 오르려면, 구리가 들어가는 제품의 가격이 오른 만큼 이를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구리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구리 수요 일부가 대체재로 빠져나가면서 상승세가 정체될 수 있다.

대표적인 대체재가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은 구리보다 전기 및 열전도율이 낮고, 고순도 구리가 필요한 전기차나 전력망 등에는 쓰이기 어렵다. 반면에 전체 구리 수요의 65%를 차지하는 건설 등의 분야에선 알루미늄으로 구리의 대체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구리 가격이 알루미늄보다 4배 이상 높을 때, 알루미늄으로 대체 수요가 생기기 시작한다.

동광석을 채굴하지 않더라도 구리 스크랩(폐기물)을 재활용하면 구리 공급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지만, 구리 스크랩 물량이 많지 않아 아직 전체 구리 공급 중 재활용 구리는 30% 미만인 상황이다. 최 연구원은 “하반기까지 런던거래소 기준으로 t당 1만2000달러까지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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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개인이 구리와 같은 원자재에 투자하려면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같은 금융상품을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이 직접투자보다 현실적이다.

구리에 투자하는 국내 ETF는 미래에셋운용의 ‘TIGER 구리실물’과 삼성운용의 ‘KODEX 구리선물(H)’ ‘TIGER 금속선물(H)’뿐이다. TIGER 구리실물은 조달청 창고에 보관된 구리 실물에 대해 발행된 창고증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1년 수익률은 18.21%. 반면에 KODEX 구리선물(H)은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구리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로, 환헤지를 하는 특징이 있다. 1년 수익률은 10.67%다. 구리와 달러 모두 상승에 베팅한다면 실물 ETF에, 구리 상승과 달러 하락에 베팅한다면 구리 선물 ETF에 투자하는 게 낫다.

구리 선물에 투자하는 ETN은 삼성, 한국투자, KB, 신한증권 등 인버스와 레버리지를 포함해 20개 상품이 있다. ETN의 경우 ETF와 달리 지표가치에 대한 추적 오차가 없어 실 부담 수수료가 적지만, 만기가 있어 만기가 가까운 상품에 투자할 땐 주의가 필요하다.

구리뿐 아니라 알루미늄에도 투자하길 원한다면 국내에서 유일한 선택지는 ‘TIGER 금속선물(H)’이다. 비중 절반 이상은 구리에, 약 40%는 알루미늄, 나머지는 니켈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해외 ETF는 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구리 선물 시세를 추종하는 ‘CPER’(1년 수익률 15.04%)뿐 아니라 글로벌 구리 채굴기업에 투자하는 ‘COPX’(13.78%), 구리 및 금속 광석 채굴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ICOP’(연중 13.08%) 등이 있다. 알루미늄 투자 비중이 높은 ETF는 다양한 금속과 철강, 석탄 기업에 투자하는 ‘XME’(18.46%), 원자재 기업들에 투자하는 ‘IYM’(9.5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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