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북·러 협력, 전세계 분쟁 가능성↑, 한·미·일 공동 방위성명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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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악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두 사람은 양국 관계를 사실상 동맹 관계로 격상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으며 동맹 수준의 관계 격상을 선언한 데 대해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서방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19일(현지시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양국 군사 협력의 심화가 역내 안보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하며 “최선의 해답은 오는 7월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에서 한ㆍ미ㆍ일 3국이 공동 방위성명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비 “한ㆍ미 동맹 수호 위해 모든 옵션 고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유력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ㆍ전력개발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서면 인터뷰에서 “이제 양국은 분쟁 중인 서로를 돕기로 약속했다. 이는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중동에서 동시다발적인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일 뿐”이라며 “한미 동맹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주한 미군은 여전히 중국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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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외교안보 싱크탱크 ‘마라톤 이니셔티브’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ㆍ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 조셉리 기자

그는 특히 “러시아의 더 많은 원조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기존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의문을 낳고 워싱턴ㆍ서울이 핵심 동맹의 실행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지난 4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핵우산 제공을 통한 일체형 확장억제 대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이날 언급한 ‘모든 옵션’은 전술핵 재배치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빅터 차 “북ㆍ러, 냉전시대 안보 보장 갱신”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북한과 러시아가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한 데 대해 “냉전시대 안보 보장의 갱신”이라며 “다만 러시아는 포탄, 북한은 첨단 군사기술이라는 상호 거래상 필요에 기반하고 있다는 게 다를 뿐”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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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24’에서 패널로 참석해 발언 중인 빅터 차 CSIS 수석부소장 겸 한국 석좌. 김종호 기자

그는 “북ㆍ러 안보 협정에 대한 최선의 해법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워싱턴ㆍ서울ㆍ도쿄가 공동 안보 선언을 하는 것”이라며 “‘한쪽에 대한 위협은 모두에 대한 위협’이라는 한ㆍ미ㆍ일 3국 공동 안보 선언을 보고 싶다”고 했다.

앤서니 김 헤리티지재단 연구위원은 북ㆍ러 회담의 의미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몇 년간 러시아와 더 긴밀한 전략적 관계를 맺기를 원해 왔다”며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11월 미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지정학적 체스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는 김 위원장이 추구해 온 국제적 위상을 더욱 높여주면서 트럼프가 (대선 승리로) 돌아와 그와 협상을 하게 될 때 김정은의 입지를 강화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대응책과 관련해서는 “한ㆍ미는 7월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ㆍ미 동맹이 단순한 양자 동맹이 아니라 글로벌 동맹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입증해야 한다”며 “나토 정상회의는 오랫동안 검증돼 온 한ㆍ미 동맹의 비전을 더욱 강화하는 특별한 기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중국 포함 다자외교로 러시아 압박해야”

북ㆍ러 협력이 구축한 위험 블록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다자 외교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은 전 세계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중국과의 외교를 포함한 다자 외교를 통해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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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 CSIS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사일러 전 담당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무기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원조ㆍ지원을 정당화할 것”이라며 “북한이 위성ㆍ핵잠수함 등 기술의 발전을 보게 되면 한국에 대한 위협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ㆍ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본지 서면 질의에 “북ㆍ러 협력 심화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 글로벌 비확산 체제 유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우려할 추세”라고 평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여러 차례 공격하는 데 사용한 탄도미사일과 기타 무기ㆍ물자를 북한이 (러시아에) 이전하고 러시아가 조달하는 것은 구속력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 심화에 대해 경고해 왔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인도·태평양의 동맹국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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