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산불 피해견들 돌연 폐사했다…라방 후원 받고 구조견 방치했나 [두 얼굴의 동물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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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입은 개들이 이틀 동안 굶주리고 서로를 핥아 주는 모습을 보면서 구조하기로 결정했습니다.”(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전 대표)
2022년 3월 경북 울진 일대를 뒤덮은 산불 속에서 동물권단체 케어는 개농장 구조 라이브 방송을 11차례 진행하며 후원금을 모았다. 케어 전직 직원 A씨는 “당시 최소 2억원 이상을 모집했다”며 “김영환 케어 대표가 ‘독드림 계좌에 설정해둔 2억원을 채워가는데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케어는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서울시로부터 기부금품 모집등록 말소 처분을 받아 다른 단체인 독드림의 계좌를 이용했다고 한다.
케어가 울진 산불 피해견 구조 명목으로 후원금을 모금했지만 일부 구조동물을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울진 구조견 150여 마리 중 90여 마리는 산불 현장에 머물다가 경기도 김포의 개농장, 파주의 비닐하우스 보호소 순으로 옮겨졌다. 지난 18일 파주 보호소에서 만난 관계자는 “김포 개농장 환경이 열악했다”며 “6마리가 한 달도 안 돼 복수가 터지는 병에 걸려 갑자기 폐사했다”고 밝혔다.
2022년 9월 울진 개농장 구조 당시 영상에는 믹스견 등 뜬장(바닥에 떠있는 사육장)에 갇힌 굶주린 개와 녹조가 낀 그릇이 보였다. 케어는 같은날 다른 구도의 영상을 편집해 “사료가 없다”며 후원금을 모집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B씨는 “케어 직원의 근무 태만으로 밥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울진 구조견 90여 마리는 같은 달 경기 김포의 한 개농장으로 옮겨졌다. 개 소유권 포기 의사를 번복한 개농장주로부터 개들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란 게 케어 측의 설명이다. 케어는 “개농장으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포 개농장주는 “당시 식용 견사로 운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촬영된 김포 개농장 영상에는 피부 질환과 눈병 등이 의심되는 구조견 6마리가 보였다. B씨는 “오후 1시인데도 플래시를 틀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았다”며 “치료를 받은 개들은 2마리뿐이다. 사료도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가 후원금 모집을 위해 뜬장이 보이지 않게 찍으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메시지를 통해 “좀 더 길게 없나요?”라고 물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케어는 이 영상으로 후원금 모집을 하진 않았다.
울진 구조견 90여 마리는 지난해 4월 김포 개농장에서 케어의 파주 보호소로 두 차례에 걸쳐 이동했다. 케어는 이동 과정을 생중계하며 1600여만원의 후원금을 추가로 모았다. 박 전 대표는 방송에서 “땅은커녕 물 한 모금도 먹어본 적 없는 아이들을 발견해 보호했고, 사료와 물을 주면서 돌봤다”며 “노골적으로 모금을 독려하겠다. 견사당 50만원 등 총 5000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파주 보호소에는 울진 구조견 50여 마리가 남아있다. 상당수가 폐사했고 20~30마리는 입양 갔다고 한다. 어떤 개가 폐사했는지 기록도 없다고 한다. “과거엔 구조견을 개별 관리하지 않았고, 이름도 없어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울진 구조견 10여마리는 케어가 운영하는 ‘런센터’로, 남은 구조견은 충주보호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런센터는 치료를 마친 구조견이 입양을 준비하며 머무는 곳으로 잔디밭이 있는 등 보호소와 비교해 월등히 환경이 좋다고 한다. 울진 구조견 사이에서 태어난 ‘애니’도 생후 4개월쯤 케어의 ‘런센터’로 이동했다. 애니는 런센터의 ‘베이비시터’로 유명해 후원금 모집과 함께 주기적으로 근황 게시글이 올라온다.
케어 측 런센터 신설에 참여한 C씨는 “품종‧소형견이나 스토리가 있는 개들을 런센터에 데려온다. 후원금 모집이나 입양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며 “입양이 어려운 개들은 비공개 위탁 보호소나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로 맡긴다. 런센터는 구조의 일부만 비추는 ‘세트장’이다”고 주장했다.
방치 의혹에 “국가 의무를 민간이 대신한 것” 해명
케어의 비공개 위탁보호소에서도 방치 정황이 드러났다. 비공개 위탁보호소는 자원봉사자를 받는 런센터와 달리, 내부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다. 비공개 위탁보호소는 3곳으로 일부는 민간동물보호시설로도 등록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경기 포천에 위치한 비공개 위탁보호소를 찾았으나 관계자는 “들어올 수 없다”고 진입을 막았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위탁보호소 사진에 따르면 구조견 사체들이 쓰레기 더미 사이에 방치됐다. 구조견이 다른 구조견에 물려 죽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구조견 5마리에 대한 심장사상충 검진 결과 3마리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비공개 위탁보호소에 있는 개들의 입양 관리도 엉망이다. 진도개 믹스견 ‘장순’과 핏불테이러 믹스 ‘포포’는 각각 지난해 3월과 12월 동두천 위탁보호소에서 죽었지만, 케어 홈페이지는 아직 입양이 가능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지는 구조동물들은 안락사 위기에 처한다. 현행법상 입양 공고기간 10일이 지나면 안락사가 가능하고, 동물보호센터의 예산·공간 등의 한계 때문이다. 케어 전직 직원 D씨는 “케어는 2019년 안락사 논란으로 재판 중이라 안락사가 불가능하다 보니 구조동물을 방치했다”며 “방치 정황을 알리지 않고 불투명하게 후원금을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소연 전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와 지자체가 개농장 동물과 재난 피해 동물을 돌보는 것이 원칙상 맞지만, 케어가 예산과 인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방치한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영환 현 대표는 “개농장주 이기심에 만들어진 믹스견은 소화 능력이 약해 배가 빵빵해지면서 죽는 경우가 있다. 관리 소홀의 문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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