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부가 기적 이뤘다"…션·이영표·양동근, 얼음물 뒤집어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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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션과 양동근씨 등 500여 명이 29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열린 '2024 미라클 365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서 양동이 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아이스버킷 챌린지, 도전~하나! 둘! 셋!” 

29일 한낮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우렁찬 구호와 함께 550여 개의 버킷(양동이)에서 일제히 물이 쏟아졌다. 얼음물을 뒤집어쓴 참가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 스티커가 붙은 양동이를 거꾸로 들고 흔들거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할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이날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비영리 재단법인 승일희망재단 주최로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기부 캠페인 ‘2024 미라클 365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이 열렸다. 함께 모여 한강 산책로를 달린 뒤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는 행사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 환자를 응원하기 위한 릴레이 방식의 기부 캠페인이다. 찬 얼음물이 몸에 닿는 순간 근육이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경험으로 루게릭병의 고통을 잠시나마 느껴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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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션이 29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열린 '2024 미라클 365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한 뒤 양동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최연소 참가자 유모차 그룹도 대열에  

국내에서는 2014년 미국의 지인에게 지목받은 가수 팀이 승일희망재단 공동 대표인 션을 릴레이 주자로 정하면서 시작됐다. 션은 미국ALS협회의 공식 허가를 받아 챌린지를 적극적으로 확산시켰다. 2018년부터는 챌린지와 러닝을 결합한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을 해마다(코로나19 시기 제외) 열고 있다.

지난달 450명이 모인 제주 행사에 이어 이날에는 600명가량이 행사장을 메웠다. 참가자는 젊은 남녀들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장년층, 유모차에 탄 어린아이들까지 남녀노소 다양했다. 부산 등 지방에서 온 참가자도 있었다.

러닝 크루 멤버들과 함께 왔다는 김대현(35)씨는 “날씨가 너무 덥고 힘들지만 챌린지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좋다”며 “기부 행사는 처음인데 앞으로 기부에 관해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온 최유성(12)군은 “처음 물을 뒤집어쓸 때는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달리기를 한 뒤라 그런지 괜찮았다”며 “이번에 루게릭병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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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 참여한 이영표 전 축구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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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 참여한 개그맨 강재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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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션이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 참가한 쥬얼리 출신 이지현씨 가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션을 비롯해 이영표 전 축구 국가대표, 봅슬레이 김동현 선수, 배우 겸 가수 양동근씨, 개그맨 강재준씨, 가수 쥬얼리 출신 이지현씨 등도 대열에 함께 했다. 로뎀나무 국제대안학교의 고려인 학생 40명도 발을 맞췄다.

이영표 선수는 “캠페인이 단순 행사로 끝나지 않고, 병원 건립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양동근씨와 이지현씨는 자녀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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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어린 자녀와 함께 '2024 미라클 365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 참가한 '유모차 그룹'이 러닝을 시작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국내 최초 루게릭요양병원 완공 눈앞  

승일희망재단 홍보대사이기도 한 양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어마어마한 일이 될 줄 몰랐다”며 “전문병원이 없는 불모지 상황이었는데 이제 병원 완공을 앞두고 있으니, 건강한 기부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기적을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강재준씨는 “얼음물을 맞으면 온몸이 순간적으로 너무 차가워지고 붓는 느낌이 든다”며 “작게나마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참가비와 기부금은 루게릭요양병원 건립과 운영에 쓰일 예정이다. 이 병원은 루게릭병 등 중증근육성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곳으로 승일희망재단 설립 13년 만인 올해 말 경기도 용인시 모현읍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정부 지원금 100억원과 기부금 118억원 등 218억원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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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완공을 앞둔 국내 첫 루게릭요양병원의 건설 현장. 사진 션 인스타그램 캡처

이날 달리기 전 션의 미니 콘서트가 열기를 더했다. 션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한번의 유행으로 끝내지 않고, 루게릭요양병원이 지어질 때까지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더 즐겁고, 큰 결단이 아니어도 좋아하는 걸 하면서 기부도 할 수 있는 재밌는 나눔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러닝을 접목했다”고 말했다. 달리기나 공연 등 직접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진정성을 위한 것”이라며 “할 거면 제대로 하겠다는 마음도 있고, 참여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답했다.

☞루게릭병과 승일희망재단
루게릭병의 공식 명칭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이다. 1930년대 미국 뉴욕 양키스팀의 야구 선수 루게릭 선수가 갑작스러운 발병 후 약 2년 뒤에 사망하면서 루게릭병으로 알려졌다.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근육 위축, 사지마비, 언어기능 상실, 음식물 섭취 기능 상실, 호흡 근육의 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인지 능력과 감각 신경은 유지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며 의사소통은 눈 깜박임으로 할 수 있다.
승일희망재단은 국내 최초의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2011년 설립됐으며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전 프로농구 선수 박승일씨와 션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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