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엔화 예금 1.3조↑, 日증시 투자 최고…‘수퍼 엔저’ 일학개미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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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가 약 3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엔화 값 상승을 노린 투자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향후 미국과 비(非)미국 국가들의 금리 차로 인한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엔화 값도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환차익을 노린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엔화 예금 올해 1.3조 늘어, 日증시 투자도 최고

30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27일 기준 1조2924억엔(11조982억2652만원)으로 지난해 말(1조1330억엔)과 비교해 1594억엔(1조3301억7277만원) 늘었다.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9373억엔(8조488억7629만원)이었지만, 지난해 말 1조엔을 넘긴 후 최근까지 계속 상승 중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이달 27일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약 37.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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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일본 증시 투자액도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 증권 보관금액은 41억2340만6676달러(5조6985억4802만원)로 예탁결제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또 ‘수퍼 엔저’ 투자자 울상

이는 환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 증가 때문이다. 지금 엔화와 엔화 표시 자산을 사두면, 향후 엔화 값이 과거 수준으로 정상화하면서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환전 수수료를 무료로 한 외환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된 점도 이런 환차익 투자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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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문제는 바닥일 줄 알았던 엔화 가치가 최근 더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엔화 값은 심리적 저항선인 ‘1달러=160엔’을 뚫고 더 떨어졌다. 미국이 강한 경기 및 물가 지표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로존·캐나다·스위스 등 비미국 국가들이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선 영향이다. 미국과 비미국 국가들의 금리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에 상대적 달러 강세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엔화 값도 속절없이 떨어졌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1엔 당 원화 값은 올해 1월 2일(919.69원) 대비 지난 28일(855.6원) 6.9% 상승했다. 올해 초 원화를 엔화로 바꿔만 뒀다고 해도 약 7% 가까운 손실을 입은 것이다.

“엔화 값 변화 예측 어려워, 투자는 금물”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값 하락 폭이 다소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비미국 국가의 통화 정책 격차로 달러 강세가 일시적으로 강하게 나왔지만, 이런 현상이 추세적으로 지속하긴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찬희 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고용수급 개선 등에 따른 물가 안정 기조가 이어진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하반기 1~2차례 금리 인하 기대는 유지될 것”이라며 “3분기 BOJ의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이 가시화돼 엔화 강세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엔화 값 하락이 과도하다는 평가에 엔화에 투자하는 ‘엔테크(엔화에 투자하는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다시 느는 분위기다.

다만, 통화 가치는 주식 등 다른 투자 자산과 달리 성장하는 것이 아닌 데다 복잡한 거시경제변수로 결정되기 때문에 ‘저가 매수 전략(Buy the dip)’을 취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엔저 현상은 일본 경상 수지의 구조적 변화와 일본 사람들의 해외 투자 증가 등 다양한 변수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엔화 값이 언제 얼마큼 다시 오를지 예측하기 어려워, 이것을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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