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가운데) 등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소아 의료체계가 흔들리면서 중증·응급 진료 장비가 부족한 아동병원들이 대형 병원에서 맡아야 할 소아응급실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27~29일 회원 아동병원 117곳 중 50곳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아동병원 90%가 소아응급실을 대체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이탈 등 의료 공백 여파로 대형 병원들이 소아 응급실 문을 닫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급차로 들어오는 월 응급환자 수가 5명 이하인 곳이 56%, 6~10명은 22%, 11~15명 4%, 16명 이상 6% 등이었다. 여기엔 준중증 이상인 환자도 적지 않았다. 협회는 응급실이 없는 지역 아동병원이 준중증 응급 환자를 보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구급차로 들어온 중증 소아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여의치 않다. 협회에 따르면 이러한 응급환자를 상급종합병원으로 다시 보내기 매우 어렵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아동병원이 중증 응급환자를 대학병원으로 전원할 때 환자 한명당 연락해 본 병원이 몇 곳이냐는 질문엔 '5곳 이하'가 90%였다. '6~10곳'도 6%로 나왔다.

정성관 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은 "소아 응급 환자가 구급차로 내원할 경우 일반 진료는 전혀 할 수 없어 일반 환자 진료가 밀리는 등 (환자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은 "소아 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아동병원과 소방청의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아동병원에 소아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추가적인 인적·물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