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조견 보조금 챙긴 뒤…"해외입양" 한다며 美사이트서 팔았다 [두 얼굴의 동물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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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청원경찰서는 동물보호활동가 A씨를 사기·사문서위조 혐의로, B동물병원장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A씨는 B동물병원에서 받은 허위 영수증으로 유기동물 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독자 제공.

충북의 동물보호 활동가인 A씨는 지난 5월 사기‧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캣맘 등 지인 45명에게 “구조된 강아지와 고양이가 죽는다”면서 명의만 빌리는 방식으로 허위 입양을 강요했다. A씨의 목적은 유기동물 한 마리당 지급되는 보조금 25만원이었다고 한다.

A씨는 결국 유기견과 유기묘 175마리를 허위 입양해 청주시로부터 보조금 4115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사문서위조)로 청주 청원경찰서에 의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 A씨가 보조금을 타내는 것을 도운 혐의(사문서위조)로 청주 B동물병원장도 함께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허위 입양한 유기견 등을 동물 해외 입양 전문인 C 동물단체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C 동물단체는 개들을 무료로 해외 입양 보낸 것이 아니라 인기가 있는 일부 품종견 등을 미국 사이트를 통해 팔았다고 한다. 또 A씨는 C단체가 해외로 판매할 개들을 유기동물 중성화 수술 보조금을 통해 무료로 수술하는 등의 도움을 주기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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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 임모씨는 C단체가 번식장에서 구조한 생후 3개월 베들링턴 테리어 ‘순덕’이를 2022년 11월부터 해외로 입양될 때까지 임시보호를 해주기로 했다. 입양 오기 전 순덕이의 모습. 독자 제공

C 동물단체 대표 김모씨도 현재 사기‧동물보호법·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 종암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SNS를 통해 찾은 자원봉사자인 임시 보호자들에게 구조견들을 해외 입양 전까지 키워달라고 맡기고선 실제로는 돈을 받고 개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40대 후반 임모씨는 C 단체가 번식장에서 구조한 생후 1개월 베들링턴 테리어 ‘순덕이’를 2022년 11월부터 해외로 입양될 때까지 임시보호를 해주기로 했다. 임씨는 “임시보호자가 나서지 않으면 개고기로 팔릴 수 있다는 SNS글을 보고 순덕이를 꼭 보호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순덕이의 입양이 출국 하루 전에 취소되는 사례가 3~4차례 이어졌지만 임씨는 해외에서 좋은 반려인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 속에 순덕이를 정성껏 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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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단체 대표 김모씨가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임씨에게 “중성화 수술은 무조건 충북 청주의 B 동물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임씨는 해외입양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시로 소개된 A씨는 청추청원경찰서에 사기와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지난달 송치됐다. 독자 제공

그러나 7개월 뒤 지난해 5월 실시된 순덕이의 중성화 수술이 믿음을 의심으로 바뀌게 했다. 김씨가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임씨에게 “중성화 수술은 무조건 청주의 B 동물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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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미국 뉴욕으로 입양 가는 순덕이가 5개월 미만 개로 공항에 허위신고되자, 임씨는 순덕이의 입양을 취소하고 집으로 데려와 현재도 키우고 있다. 사진 왼쪽이 입양갈 준비를 하던 순덕이. 독자 제공

여기에 같은 해 8월 미국 뉴욕으로 입양 가는 순덕이 나이를 5개월 미만 개로 공항에 허위 신고된 정황까지 발견하자 임씨는 순덕이의 입양을 보내지 않고 자택에서 키우고 있다. 임씨는 “C 단체가 미주 한인사이트에 ‘개농장‧번식장 등에서 구조한 개들을 판매하겠다’는 게시글을 수십차례 게재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며 “임시보호자에게 식비‧예방접종비 등을 모두 떠넘긴 채 금전적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C 단체 대표 김씨는 “A씨가 보조금을 편취한 지 몰랐다”며 “해외로 보내는 이동비를 일정 부분 받은 것이다. 임시보호자와 입양자에게 돈을 받는 다른 해외 입양 동물단체와 달리, 임시보호자에겐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성행하는 구조견 해외수출…“품종견 대량 생산 번식장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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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사이트에는 “가족을 찾습니다”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이지를 구해주세요” 등 구조견 판매 게시글이 다수 게재됐다. 가격은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수백만원에 달했다. 미주 한인사이트 캡처

구조견 해외 입양이 돈 받고 판매하는 ‘구조견 수출’로 변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주 한인사이트에는 “가족을 찾습니다”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이지를 구해주세요” 등 구조견을 판매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인기 많은 품종견·소형견인지에 따라 가격은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수백만원에 달했다.

B단체를 포함 10여개 단체가 구조견 판매글을 주기적으로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동물보호법상 구조동물을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게시글을 올린 한 관계자는 “구조동물 판매 비용을 받기보다는 그동안 동물을 키운 데에 대한 보상으로 이해해달라”며 “비용을 받지 않으면 다른 동물을 구조할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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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동물 해외 판매가 성행하는 이유로는 합법화된 한국의 번식장과 펫샵 사업이 꼽힌다. 사진은 지난해 5월 한 충남 금산의 한 개 번식장 견사. 장서윤 기자

구조동물 해외 판매가 성행하는 이유로는 합법화된 한국의 번식장과 펫샵 사업이 꼽힌다. 번식장과 펫샵 등을 금지한 미국 등 해외에선 전문 브리더를 통한 입양만 가능해 품종견이 귀하지만 한국에서는 품종견이 대량 생산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개식용 국가”라는 해외 인식도 한국 구조견을 찾는 이유다. 한국계 조쉬 한(36)씨는 “미국에서 품종견을 입양하는 것보다는 한국 구조견을 사는 게 싸다”며 “위험에 처한 개들을 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국내 유기동물 입양 시스템이 미비한 점도 구조견 해외 수출을 용이하게 한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유기동물보호관리 내역에 따르면 전북 군산의 D씨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557마리의 유기동물을 입양했다. 이 중 57마리를 D씨 본인이 구조하고 입양했다. 현행법상 최대 입양 가능한 동물은 3마리다. 게다가 D씨가 입양한 일부 개들은 한 동물단체를 통해 해외로 팔려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시스템 관리에 미비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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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씨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유기동물 557마리를 입양했는데, 일부는 해외로 팔려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최대 입양 가능한 동물은 3마리다. 독자 제공

일부 단체는 한국 구조견을 판매하면서 치료비를 부풀리기도 한다. 해외 치료비가 국내보다 비싼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심장사상충 치료를 위해 150만원 상당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국내 심장사상충 치료는 50만원대다. 전직 해외 입양 단체 관계자는 “동물단체는 병원과 협력관계를 맺기 때문에 개인이 부담하는 치료비보다 싸다”며 “구조견을 해외 입양 보낸다며 후원금을 모을 때도 차액을 얻는다”고 말했다.

구조견을 해외로 보낸 뒤엔 생사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푸들 ‘도로시’를 4개월 임시보호했다는 나모(27)씨는 “지난해 8월경 미국으로 해외 입양을 보낸 뒤 아무 소식을 듣지 못해 초조했다”며 “수소문 끝에 미국에서 파양됐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주현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변호사는 “동물 해외 판매를 해외 입양으로 속이고, SNS를 통해 후원금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봉사와 구조를 명목으로 법망에서 벗어나 해외로 판매되는 동물들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번식장 등에서 동물들이 과잉 생산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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