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호른만의 소리 내겠다”…30년만의 독립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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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박은 중학교 때 처음 호른을 잡았다. 2015년 오슬로 필하모닉의 수석으로 선임됐고, 지난해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며 귀국했다. 그의 커리어는 ‘호른 연주자의 모범’으로 평가받는다. 장진영 기자

호른은 숨 들어가는 구멍은 좁고, 음역은 넓은 악기다. 그래서 흔히 부정확하다. 하지만 호른 연주자 김홍박(42)은 청중을 안심시킨다. 안정적이고 깊은 소리로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의 역할을 다한다.

그의 경력은 한국 호른 발전사의 한 페이지와도 같다. 지휘자 정명훈에게 발탁돼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수석으로 활동했을 때 25세였다. 이어 스웨덴 왕립오페라 오케스트라를 거쳐, 런던·스톡홀름·예테보리 등의 악단에서 연주했다. 2015년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의 수석이 됐다가 지난해 서울대학교 교수로 임용되며 귀국했다.

그런 김홍박이 이달 5일 첫 솔로 음반을 내고, 곧 같은 곡으로 독주회를 연다. 중학교 1학년 때 호른을 시작해 올해로 30년째지만, 독주 녹음·공연은 처음이다. 지난달 말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까지 가졌던 악기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중”이라고 했다.

많은 청중이 ‘호른 연주자의 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악기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고요.
“네, 6월 1일과 2일이 다르고, 3일, 4일이 달라요. 다르게 연주해야 한다고 느끼고,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들죠.”
무엇 때문인가요?
“오케스트라 녹음할 때와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통영에서 첫날 녹음하고 들어보니 너무 절제하고 위축돼 있다고 느껴지는 거예요. 이튿날부터 싹 지우고 다시 녹음했어요.”
오케스트라 연주 때와 많이 다른가요?
“호른은 오케스트라에서 좋은 배경이 되는 악기죠. 교향곡 작곡가들이 호른과 오보에는 길게 끄는 음들을 특히 많이 썼어요. 그 안에서 다른 악기들이 움직이게 하는 거죠. 저는 부드럽고 안정되게 받쳐주는 소리를 내려고 노력해왔어요. 그런데 독주로 녹음을 해보니 제 모든 감정을 다 뿜어내는 소리를 내야겠더라고요.”
오케스트라에서 안정적인 플레이어로 명성을 얻었는데, 이제 그걸 뛰어넘어야 하는 거네요.
“사람의 호흡은 아주 예민하고, 호른은 그 예민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악기에요. 그래서 틀리지 않으려고 생각하면 더 틀려요. 긴장해서 호흡이 충분히 안 실리거든요. 표현에 집중하면 알맞은 호흡이 나와요. ‘다른 사람의 소리를 감쌀 수 있도록 부드러운 호흡을 내야지’ ‘이 표현에 맞는 숨을 넣어야지’ 그렇게 생각해야 하죠. 사실 훌륭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호른이 틀리는 데 신경 안 써요.”
호른 독주 음반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네요. 독주자로서 어디까지 가보고 싶나요.
“제 선생님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를 비롯해 옛 시대의 데니스 브레인, 헤르만 바우만 정도가 솔리스트로 꼽히는 것 같아요. 한 너덧 명이죠. 저는 이제 첫 솔로 음반을 냈으니 호른 인생의 2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호른의 가능성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 독주회에서 5명, 10명만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그 사람들하고 같이 더 나아가 보는 거죠.”

그가 녹음·연주하는 곡 중 브람스의 호른 3중주,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는 작곡가가 호른을 위해 쓴 음악이다. 브람스는 하나의 관에서 호흡과 오른손으로 음정을 바꾸는 내추럴 호른을, 슈만은 새로운 밸브 시스템으로 관의 길이와 음정을 자유롭게 바꾸는 개량된 호른을 이용했다. 슈만의 환상소곡집(클라리넷 또는 첼로)과 세 개의 로망스(오보에)는 호른용으로 편곡해 연주한다. 김홍박은 “잘츠부르크 유학 시절 라도반 선생님이 한 허름한 교회에서 연주한 브람스 3중주의 첫 두 음을 잊지 못한다”며, 이 작품을 이번 공연의 ‘결정적 한 곡’으로 꼽았다.

공연은 이달 1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피아니스트 박종해,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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