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20년만의 새 지폐'…1만엔권의 &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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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권은 내일이나 지점에 나옵니다. 내일 다시 오세요.”
3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東京) 긴자(銀座)의 한 대형 은행. 손님들이 하나둘 찾아와 이날 오전 8시부터 발행이 시작된 새 지폐를 찾자 직원들은 안내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권을 손에 넣기 위해 일부러 은행을 찾았던 손님들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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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일 오전 일본은행에서 새롭게 발행된 지폐를 선보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20년 만에 주인공을 바꾼 1만엔권과 5000엔권, 1000엔권이 발행되면서 일본은 들뜬 분위기다. 대형서점엔 새 지폐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전시됐고, 일본 언론들은 새 지폐 발행에 따른 경제효과를 언급하는 전망 기사를 싣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니혼바시(日本橋)에 있는 일본은행(BOJ)을 찾아 발행 기념식에 참석해 “새 지폐가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일본 경제에 활력을 가져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1조6000억엔(약13조7600억원) 규모의 신권을 발행한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발행 행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새로운 일본 은행권이 국민 여러분 손에 널리 퍼져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윤활유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아버지 vs 경제침탈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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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일본은행이 발행을 시작한 신권 1만엔과 5000엔권, 1000엔권. 1만엔권에 새겨진 인물이 일본 자본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 로이터=연합뉴스

새 지폐 얼굴을 장식한 인물도 화제에 올랐다. 1만엔권엔 일본 자본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시부사와 에이이치 ( 渋沢 栄一) 가 새겨졌다. 5000엔권엔 일본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불리는 쓰다 우메코 (津田 梅子), 1000엔권엔 파상풍 치료법을 개발한 세균학자 기타사토(北里 柴三郎)가 실렸다.

특히 1984년 이후 40년 만에 1만엔권의 주인공이 된 시부사와(1840~1931)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재무성의 전신인 대장성 관료였던 그는 현재의 일본 화폐단위인 ‘엔’ 제도를 만들고 일본의 은행설립에 기여하면서 ‘일본 자본주의 아버지’로 불린다.

1973년 일본 첫 민간은행인 제일국립은행(현 미즈호은행)을 세우고 5년 뒤엔 도쿄상공회의소의 전신인 도쿄상법회의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시부사와의 영향으로 일본에 세워진 기업 수는 500여 곳이 넘는다. 그의 얼굴이 담긴 신권 발행에 맞춰 도쿄 대형서점엔 1916년 내놓은『논어와 주판』이 새롭게 출간돼 전시됐다. NHK는 이날 시부사와 얼굴이 새겨진 신권을 받기 위해 그와의 인연이 있는 미즈호은행에 손님들이 몰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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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긴자의 한 대형서점에 새 만엔권의 '얼굴'이 된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철학을 담은 '논어와 주판'이 전시돼 있다. 김현예 특파원

다만 시부사와는 한국에선 경제 침탈의 주역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 그는 구한말 한국전력의 전신인 경성전기 시장을 맡기도 했는데, 1902년 대한제국의 승인과 무관하게 발행된 1원과 5원, 10원에 그의 모습이 실리기도 했다.

새 지폐에 ‘경제 효과’ 기대감

일본 아사히신문은 노무라종합연구소 추산을 빌어 이번 신권 발행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1조6300억엔(약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TM기 교체나 자동판매기 등의 교체 수요 등에 힘입어 일본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숨어있던 ‘장롱 예금’의 출현에 따른 경제 효과도 언급된다. 오랜 경제침체와 저금리 상황으로 인해 사용되지 않고 쌓여있던 약 60조엔(약 515조원)의 장롱 예금이 이번 신권 발행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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