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왜 우리 집값만 안 올라"…강남 2억 뛸 때, 노원은 6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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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마포구 아파트 값을 보며 이러다 상급지로 갈아타기가 영영 힘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집값 활황기던 3년 전쯤엔 오히려 내 집과 마포구 아파트 값 차이가 2억~3억원이었는데 지금은 4억~5억원으로 벌어졌다”며 “여기에 당시 2%대였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이제 꿈도 꿀 수 없게 됐고 지금은 4%대로 이자 비용이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강씨는 서대문구 대장급 아파트 전용 84㎡에 살고 있지만 평균 거래가격이 12억원 내외로 3년 전 최고가(15억4000만원)를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마포구 대장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84㎡)는 요즘 17억~18억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3년 전 전고점(19억4500만원)을 거의 회복했다.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지만 오르는 지역만 오르는 차별화 양상을 보인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돼 중산층의 갈아타기 문턱이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강남, 마용성 13~15% 오를 때 금관구 9%, 노도강은 3% 올라
본지가 부동산플랫폼 직방에 의뢰해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을 연도별로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11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10억2000만원에서 11% 상승했다.
특히 신흥 주거지로 부상한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평균 매맷값이 15%(12억4000만원→14억3000만원)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13%(18억2000만원→20억5000만원) 올랐다. 반면 금관구(금천·관악·구로)는 9%(6억600만원→6억6000만원), 서남권(강서·동작·양천·영등포) 7%(9억2000만원→9억9000만원), 기타 나머지 지역은 서울 평균 오름폭을 밑돌았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3%(5억6000만원→5억7600만원)로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1년 새 강남 3구와 마용성 아파트 거래가격은 평균 2억 정도 올랐는데 대부분 지역 오름폭은 1억이 채 안 된다. 노도강 아파트는 평균 1600만원밖에 안 올랐다. 노원구는 작년 평균 매매값이 5억8600만원였는데 올해 600여만원 오르는 데 그쳤고, 강북구도 1년새 평균 거래가격이 700만원밖에 안 올랐다. 도봉구가 그나마 작년 4억8600만원에서 올해 5억2200만원으로 3600만원 정도 올랐다. 개별 단지별로 보면 강씨 사례처럼 아파트 가격 차가 수 억원씩 벌어진 곳이 적잖다.
통상 아파트 가격 차가 좁혀질 때 갈아타기를 하라고 하지만 현실은 지역별로 가격 차가 더 벌어지고 금리 부담까지 더해져 녹록지 않은 것이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에 서민과 중산층에선 아파트 구매력이 낮아진다. 지난해 ‘영끌족’이 이자 부담을 못 이겨 집을 앞다퉈 내놓은 게 대표적”이라며 “중·하급지에서 아파트 매물이 늘면 또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만큼 오를 때도 더디게 오른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강남 등 고가 아파트는 금리나 대출에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 변동성이 적은 ‘똘똘한 한 채’로의 매수 경향이 커져 상급지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 강남에선 요즘 하루가 다르게 신고가가 쏟아지고 있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압구정동 신현대11차(115㎡)는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42억원에 거래됐고, 서초동 래미안리더스원(59㎡)은 5월 23억원 최고가를 기록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7000만원이 올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지난해 19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마포구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84㎡)도 지난달 2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에 거래가 체결됐다.
김은선 직방 리드는 “똑같이 집값이 10% 올라도 고가 아파트는 오름폭이 커 중저가 아파트와 격차가 더 벌어진다”며 “내 소득은 아파트 가격만큼 오르지 않으니 대다수 중산층이 아파트 선택지가 점점 줄어든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외곽에서 신혼집을 마련해 강북→강남으로 이어지던 기존의 갈아타기 패턴이 이제는 잘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기준 한국 중위소득(3분위) 가구가 서울 중간가격대(3분위·40~60%) 아파트를 사는데 10.5년 걸리고, 상위 20~40%(4분위) 아파트는 15.2년, 상위 20%(5분위) 아파트는 29.4년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양극화 6년 만에 최고
집값 양극화 정도를 의미하는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지난달 5.1로 2018년 4월 이후 6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강남 집 한 채로 서울 외곽지역 집 5.1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고금리가 길어지며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가 주요 키워드가 됐다”며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와 비(非)아파트(빌라·다세대주택 등), 서울 내에서도 집값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공사비 급등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사라지며 신축 아파트와 직주 근접이 아파트값을 견인하는 상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박 수석위원은 “부동산 시장 주축이 3040인데 이들은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아파트 선호) 세대”라며 “한강변, 역세권에 신축 아파트가 몇 년 전부터 많이 들어선 마용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쪽 신축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가 지나간 만큼 집값 양극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시차를 두고 서울은 집값 차이가 메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과 내년부터 주택 공급이 급감할 거란 전망이 나오며 최근 들어 노도강 아파트 가격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강남 3구 등 핵심지는 빠르게 회복하고 나머지는 더디게 올라 현재 간극이 크지만 신생아특례대출 등으로 중저가 아파트 가격도 오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다주택자에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중과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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