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울 전세가격 58주째 상승, 이제 집값 뛴다? 학습효과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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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중계동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김모(47) 씨는 요즘 집을 살까 말까 고민이다. 전셋값이 부쩍 올라서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전용면적 84㎡인 현재 집을 5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했다. 당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억원대 초반 수준. 집을 사려면 5억원 정도 더 필요했다. 그런데 요즘 전세 매물은 7억3000만원, 매매 매물은 10억8000만원부터 시작한다. 김 씨는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탈 때 부담은 1억원 이상 줄었다”며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데 이참에 집을 사야 하나 싶다”고 털어놨다.

최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많이 뛰었다. 7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8주째 상승세다. 그에 비하면 매매가격은 14주째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굼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전세가율만 놓고 봤을 때 전세를 구하려다 ‘내 집 마련’으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가 늘어날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을 말한다. 10억원 짜리 아파트의 전셋값이 7억원이면 전세가율은 70%다. 전세가격이 실수요자의 실제 ‘사용(거주) 가치’라면, 매매가격은 사용 가치에 ‘투자 가치’까지 더한 값이라고 볼 수 있다. 전세가율이 낮을수록 투자가치가 많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45년 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세가율 20%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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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6%다. ‘바닥’을 찍은 1년 전 전세가율(52.8%)보다는 다소 올랐다. 하지만 ‘고점’을 찍은 2016년 5월(71.7%)보다 17.1%포인트 낮다. 6대 광역시(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울산)의 전세가율(68.0%)과도 차이가 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매가격이 최근 2년 주춤한 영향으로 전세가율이 많이 오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바닥을 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세가율은 60~70%대 수준이 일반적이다. 전세가율만 놓고 봤을 때 매매가격 폭등을 앞둔 2016~2017년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고 말했다.

전세가율이 오를 경우 실수요뿐 아니라 일명 ‘갭 투자’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갭 투자는 시세 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gap)가 적은 아파트를 사서 바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식이다. 문재인 정부(2017~2022년) 시절 집값 급등을 부른 요인 중 하나다.

부동산 투자는 향후 매매가격이 오를 거란 예측에 근거한다. 하지만 전세가율 상승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통념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건국대는 2002~2012년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과 매매가격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부동산시장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매매가격이 오르면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전세가격이 올랐다. 다만 서울과 6개 광역시로 범위를 좁히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시차를 두지 않고 함께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거꾸로 전세가격 상승이 반드시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임대가격이 매매가격의 60%를 넘어서면 매매가격이 상승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분석 결과 전세가와 매매가 사이에는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전세가율이 높았던 2016~2017년 문재인 정부 초기 ‘학습 효과’도 주의해야 한다. 당시 부동산 급등은 단순히 전세가율 상승뿐 아니라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이 자유로운 영향을 받았다. 이후 정부가 쏟아낸 각종 규제가 오히려 ‘패닉 바잉’으로 이어졌다. 그때는 맞았던 투자 방식이, 지금은 틀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율만 보고 집을 살지 말지 시점을 재는 것은 위험하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여러 여건이 맞아 떨어진 상황에서 전세가율도 올랐을 뿐”이라며 “소득 대비 많이 오른 집값, 불어난 가계부채, 고금리 등 상황이 달라진 만큼 과거와 같은 갭 투자가 이번에도 통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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