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中 보란듯 태평양 집결한 美동맹군…이번엔 韓해군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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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다국적 연합해군 훈련인 '환태평양훈련(RIMPAC)'이 개최되는 6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 히캄기지 H부두에 미국의 니미츠급 핵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이 정박해있다. 칼빈슨함의 비행 갑판은 축구장 3배 넓이로, F-35C 라이트닝 등 미국의 전략 공중 자산을 비롯해 80여기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사진 이유정 기자

거대한 항공모함 갑판 위에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항 항공기들이 가득 차 있다. 항모를 호위하는 이지스 구축함 등도 차례대로 도열했다.
6일(현지시간) 하와이 진주만 히캄 합동기지의 H부두는 이처럼 거함으로 가득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핵심 기지인 이곳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지구 상 최대 규모의 격년제 해상 연합훈련인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이 지난 달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열리고 있어서다.

미 해군은 이번 림팩에 니미츠급(10만t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 빈슨함(CVN-70)을 필두로 16척의 함정을 투입했다. 여러 개 국가의 해군력을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한 전력이다.

축구장 3배 크기(길이 333m, 폭 76.4m)의 빈슨함 갑판에 올라서니 미 해군이 함재기로 운용하는 F-35C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F/A-18E 슈퍼호넷 전투기, E-2D 조기경보기 등 공중 전략 자산이 집결해 있었다. '떠 다니는 기지'란 말이 실감이 났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이런 항모가 이끄는 항모전단을 증원 전력으로 보낸다.

매튜 토머스 빈슨함 함장(대령)은 “F-35C 등 빈슨함의 항공기 80여대가 림팩에 참여해 동맹국·파트너들과 상호운용성을 점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번 연습의 일환으로 전술 기술과 절차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림팩은 격년으로 개최되는 미 해군 주도의 다국적 해양 훈련이지만, 갈수록 대중 견제 성격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림팩엔 미 해군의 최신예 핵추진 잠수함인 버지니아급 1척(노스캐롤라이나함)과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 1척(토피카함) 등도 참여한다. 대만 유사 시 투입될 대표적인 전략 자산들이다.

나토 정상회의 때 영·프·독 전력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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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다국적 연합해군 훈련인 '환태평양훈련(RIMPAC)'이 개최되는 6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 히캄기지 H부두에 미국의 니미츠급 핵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이 정박해있다. 칼빈슨함의 비행 갑판은 축구장 3배 넓이로, F-35C 라이트닝 등 미국의 전략 공중 자산을 비롯해 80여기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사진 이유정 기자

이번 림팩엔 역대 가장 많은 국가인 29개국이 참여한다. 한국·일본·호주·필리핀 등 미국의 인·태 지역 핵심 동맹은 물론 영국·프랑스·독일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도 대거 전력을 보냈다.

이런 다국적 함정 40여척과 항공기 150여대, 지상군을 비롯한 2만5000여 병력이 훈련에 참여한다. 이들은 대잠수함전과 다중함대 수상전, 다국적 상륙작전, 항모 다층 방어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수행하게 된다. 올해는 특히 유·무인 체계를 혼합한 다중 영역 훈련에 방점을 뒀다.

한국 해군에선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DDG· 7600t급), 차세대 주력 구축함인 충무공이순신함(DDH-II·4400t급), 손원일급 잠수함(1800t급) 이범석함(SS-081), P-3 초계기 등을 보냈다. 또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KAAV) 6대 등 840여명의 병력도 투입됐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프랑스는 처음으로 본토에서 브르타뉴 구축함(D655)을 파견했고, 독일 공군은 주력 전투기인 유로파이터를 처음 투입했다. 이외에도 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 등의 나토 국가들이 훈련에 합류했다.

나토군은 최근 북·러의 군사적 밀착을 우려한다. “유럽의 안보 위기와 아시아의 안보 위기가 연결돼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이번 림팩에 많은 전력을 보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시기적으로도 오는 10~11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와 겹친다. 서방 진영의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는 기간 태평양에선 군사력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그림이 연출되는 셈이다. 마이클 워제 미 제1항모강습단 단장은 “나토 회원국의 림팩 참여는 전 세계가 연결돼 있다는 방증이며,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유럽 동맹과 아시아 동맹 및 우방이 태평양으로 한 데 모이는 모양새가 됐다. 한·미·일, 미·영·호주 간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 미·일·필리핀 등 미국이 구상하는 '소다자 격자형 동맹'이 모두 림팩의 틀 안에 들어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 림팩엔 인도도 참여하는데, 이는 미·일·호주·인도 간 안보 협의체이자 대중국 견제 체제인 '쿼드(Quad)' 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해군, 림팩 지도부 첫 입성

한국은 이런 림팩의 지휘 구조에 올해 처음 입성했다. 문종화 림팩 전대장(대령)은 '림팩 연합해군 구성군사령부(CFMCC)'의 부사령관을 맡았다.

한국 해군은 그간 림팩에서 해양에서 주로 작전을 해왔는데, 이번엔 육상 참모부에서 미·일을 비롯한 다국적 참모들과 작전을 짜고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1990년 1800t급 수상함 두 척으로 림팩에 처음 정식 참가했던 한국 해군이 34년 만에 다국적 해군을 이끄는 지위로 올라서게 됐다.

이지스함서 드론 발사 훈련…달라진 전장 반영

이번 림팩 참가 전력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커티스 윌버함(8900t)이다. 윌버함은 지난달 말 림팩의 일환으로 무인기 6대를 해상에서 발사하고 회수하는 훈련을 했다. 현대 전장의 특성을 반영한 30여 건의 실험적 훈련 중 하나였다.

앞서 새뮤얼 파파로 인·태사령관은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에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저지 전략으로 무인기 지옥(hellscape)을 만들겠다"고 밝혔었다. 무인기·무인잠수정 등 수천 대를 대만해협에 띄워 중국의 공세를 저지한다는 취지였다. 다만 미 해군은 공개적으론 "림팩은 특정 국가를 겨냥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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