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BTS RM에 화내는 애인…요즘 K뮤비는 '무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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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뮤직비디오의 부활

문화 비타민

따끈따끈한 OTT콘텐트와 신작 영화·드라마는 물론, 아이돌그룹부터 K클래식·아트·문학출판까지. 문화 현장 곳곳을 취재하는 문화부 기자들이 당신의 문화 감수성을 매주 업그레이드시켜 드립니다. 이번엔 K-뮤비의 세계입니다. 2000년 전후로 영화 같은 조성모의 뮤직 비디오가 히트했었죠. 20년 뒤 OTT를 통해 전 세계가 보는 K-뮤비의 최신 트렌드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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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의 뮤직비디오는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의 이성진 감독이 연출했다. [사진 빅히트뮤직]

사람들 사이에서 허공을 응시하던 방탄소년단(BTS) RM(김남준)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문을 통과하자 양치질하던 아내와 딸이 인사를 건네고, 또 다른 문을 통과하자 자신에게 화내는 애인 모습이 보인다. 지난 5월 발매한 RM의 정규 2집 선공개곡 ‘컴 백 투 미’ 뮤직비디오의 장면들이다. 영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RM의 뮤직비디오 연출은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의 이성진 감독이 맡았다. 이 감독은 빅히트 뮤직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지탱하는 주춧돌과 같은 ‘문’ 아이디어는 RM과 대화하면서 떠올렸고, (문에 달린) 세 가지 빛의 색감은 ‘성난 사람들’ 최종회에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완결된 서사와 세계관·메시지를 담아내는 뮤직비디오가 늘고 있다. 춤·퍼포먼스·패션 등 이미지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뮤직비디오는 스토리텔링이 특징이다. 짧은 영상에 이야기를 집약적으로 담아내려면 영화적 요소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배우를 넘어 감독 등 영화 제작진이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하게 된 건 필연적 결과다. ‘컴 백 투 미’ 뮤직비디오 제작에는 영화 ‘헤어질 결심’ ‘암살’의 류성희 미술감독과 ‘만추’ ‘1987’의 김우형 촬영감독이 함께했다. 지난 1월 아이유의 ‘러브 윈스 올’ 뮤직비디오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단편영화 형식의 뮤직비디오도 나왔다.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은 최근 정규 2집 ‘로맨스: 언톨드’의 트레일러를 12분짜리 단편영화로 만들었다. 뱀파이어가 탄압받는 세상에서 일곱 뱀파이어가 자신을 지켜준 인간 소녀를 찾아가기 위해 총격전을 벌이는 내용인데, 영화 ‘콜’ ‘발레리나’의 이충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임영웅은 쿠팡플레이·티빙에 지난 6일 자신이 주연한 단편영화 ‘인 옥토버’를 공개했다. 러닝타임이 31분인 이 영화는 지난 5월 발매한 노래 ‘온기’ 뮤직비디오의 확장판이다. 유명 뮤직비디오 감독 권오준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품을 기획하고 초기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한 임영웅은 향후 연기에 도전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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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쉬..’(Shh..) 뮤비에 출연한 탕웨이. [사진 유튜브 캡처]

드라마에서도 보기 어려운 유명 배우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한다. 지난 2월 아이유 미니 6집에 수록된 ‘쉬..’ 뮤직비디오에는 탕웨이가 출연했다. 지난해 자이언티 정규 3집 타이틀곡 ‘모르는 사람’ 뮤직비디오엔 최민식, 뉴진스 미니 2집 수록곡 ‘쿨 위드 유’ 뮤직비디오엔 양조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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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자이언티 ‘모르는 사람’에 출연했다. [사진 더블랙레이블]

단편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는 2000년 무렵 유행했다. 이병헌·김하늘이 출연한 조성모의 ‘투 헤븐’(1998)을 시작으로,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가 쏟아졌다. 스카이(최진영)의 ‘영원’(1999)에는 장동건·차인표 등이 출연했고, 신하균·차승원·이요원이 나온 포지션의 ‘아이 러브 유’(2000)는 캐나다 로케이션으로 화제가 됐다. 다만 당시 뮤직비디오는 노래(가사) 내용과 별개의 비극적 서사를 그렸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2000년 전후 뮤직비디오 속 노래는 백그라운드 음악(BGM)처럼 깔리며 비극적 서사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며 “요즘은 노래(가사)와 잘 어울리는 감각적 영상 미학을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요즘 K팝 뮤직비디오는 기승전결이 확실한 극적 서사보다는 은유적 표현 쪽이 더 우세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뮤직비디오는 보는 이들에 의해 다양한 목소리로 해석이 가능한 게 특징”이라며 “팬들이 다양한 해석을 나누며 자신들만이 이해하는 코드를 만들고, 이는 역으로 팬덤을 결속시키는 효과도 낸다”고 설명했다.

가성비가 떨어진다며 한때 뮤직비디오를 만들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영상 소비가 늘면서 뮤직비디오는 노래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다시 주목받게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뮤직비디오가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달 4일 국제 단편영화제 ‘쇼트 쇼트 필름 페스티벌&아시아’에서 자신들이 출연한 영상 ‘슼플릭스’로 ‘글로벌 스포트라이트 어워드’를 수상했다. ‘슼플릭스’는 미니 음반 ‘락스타(樂-STAR)’ 수록곡 ‘리브’를 BGM으로 활용한 뮤직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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