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옛 문헌‧그림부터 영화‧웹툰 다 모아 고양이 비밀 들여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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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키우는 반려동물에는 개와 고양이가 있습니다. KB금융지주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552만의 반려가구 중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묘가구는 27.1%를 차지해 개 다음으로 많죠. 고양이는 이 땅에서 오래 우리와 함께 살아왔는데요. 국립민속박물관이 현대 민속의 관점에서 우리 삶 속 깊이 파고든 고양이를 재조명하며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전시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를 8월 18일까지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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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시장 입구에선 박스에 숨어있던 고양이가 나타나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주홍 학예연구사는 전시장 입구 벽면을 가리키며 ‘고양이는 일찍이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라며 ‘이제부터 우리는 고양이들의 무시무시한 세계 정복의 비밀을 파헤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죠. 박스 속 고양이가 맞이하는 가운데 안으로 들어서면 옛 그림과 문헌, 신문자료 속에 나타나는 귀엽고 요망한 고양이들의 모습과 그런 고양이에게 홀려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기록을 전시한 ‘1부 귀엽고 요망한 고양이’가 시작됩니다. 큰 눈, 조그만 코, 부드러운 털, 말랑한 발바닥, 날카로운 눈매, 뾰족한 발톱 등 고양이의 매력을 구석구석 탐구할 수 있죠.
고양이는 언제부터 고양이라고 불렸을까요. 『계림유사』에선 고려 사람들이 고양이를 ‘귀니’라고 부른다고 설명하고, 『고려사』에 따르면 ‘고이’란 고양이의 방언이라고 기록됐어요. ‘괴니’에서 ‘고이’ ‘괴’로 줄여 부르다가 접미사 ‘–앙이’가 붙어 ‘괴앙이’ ‘괴양이’ 등으로 불렸고, ‘괴’ ‘고이’ ‘괴양이’ ‘고양이’ 등이 사용되다 ‘고양이’가 표준어로 정착됐죠. 지방에 따라 ‘살찐이’(경북) ‘새깨미·개생이·앵구’(경남) 등으로도 불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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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2부 ‘안방을 차지한 고양이’의 ‘집사와 주인님’ 코너에선 고양이 관련 신조어부터 전국 집사들의 반려묘 자랑까지 살펴볼 수 있다. 안쪽에 '나만 고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대형 고양이 포토존에선 줄지어 인증샷을 찍는다.

문헌을 보면 옛사람들은 쥐를 잡지 않고 오히려 고기를 훔쳐 먹는 고양이를 질책하기(이규보, 『동국이상국집』)도 하지만, 비단 방석을 깔고 앉아 재롱을 피우던 고양이가 죽자 묻어주며 슬퍼하기(성현, 『허백당집』)도 합니다. 또 조선 영조시절 이른바 ‘캣맘·캣대디’라고 할 수 있는 ‘묘마마’ 이야기, 숙종이 애지중지 키운 고양이 ‘금손이’ 이야기도 눈길을 끌죠. 고양이를 잘 그려 ‘변고양이’라는 별명이 있었던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의 그림 ‘묘작도’ 등도 디지털로 만날 수 있어요. 조선시대에는 고양이의 한자인 ‘묘(猫)’는 70세 노인을 뜻하는 ‘모(耄)’와 중국어 발음이 같아 장수를 기원하며 고양이 그림을 그렸죠.
고양이는 표정 없는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고 밤에 활동하며 발소리를 내지 않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특성 때문에 어둡고 부정적인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시체를 타 넘으면 시체가 벌떡 일어난다’라거나, ‘고양이에게 나쁜 짓을 하면 복수를 한다’ 등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담긴 옛이야기와 고양이 귀신이 복수하는 내용의 영화 ‘살인마’(1965)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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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가수 박혜령이 노래한 '검은 고양이 “네로”'가 수록된 음반. 1970년 발매 당시 2주 만에 1만 장이 넘게 팔리며 화제를 모았다.

으스스한 영상과 음성 채록, 사진 등을 지나면 ‘2부 안방을 차지한 고양이’를 통해 영물로 모셔졌다 마녀·도둑으로 천대받다 캐릭터·애니메이션 등으로 나타났다 마침내 집사들과 함께 살게 된 고양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집사란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로, 개와 달리 오히려 주인처럼 행세하는 고양이의 특성을 반영했죠. 집사를 비롯한 고양이 관련 신조어를 알아보고, 집사 생활툰을 즐기다 국립민속박물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공모한 ‘우리 고양이 자랑대회’에 참여한 전국 집사들의 반려묘 사진과 영상도 볼 수 있죠. ‘나만 고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거대 고양이 포토존에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잇습니다. 또한 ‘고양이 언어능력시험’ 등 체험 콘텐트를 통해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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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하연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만든 광고. ‘모두 늙어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인상적인 문구는 길에 사는 고양이들이 제 수명까지 무탈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다.

고양이는 완전한 야생 동물도 아니고 완전히 길들지도 않은 채 인간의 주변에 살고 있는 ‘경계 동물’입니다. 우리 동네에 사는 ‘동네 고양이’와, 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고양이 활동가’는 따스한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배척받기도 하는데요. ‘3부 우리 동네 고양이’에선 진정한 공존은 무엇일까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사진작가 김하연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제작한 광고는 ‘모두 늙어서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강렬한 문구로 눈길을 끌죠. 고양이 평균 수명이 15년인데 비해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2~3년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 겁니다. 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철거되면서 남겨진 고양이들의 이주 활동을 기록한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예고편을 통해 도시 생태계에서 인간과 동등한 동반자인 고양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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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관련된 책을 보며 쉴 수 있는 고양이 서가도 마련됐다.

집 안이든 길 위든 고양이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양이 집사이기도 한 이 학예연구사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잘 모르는 이야기가 많으니 찬찬히 둘러보며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도 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고양이가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한 해답도 찾아보세요”라고 전했죠.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7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
기간: 8월 18일까지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1시간 전 입장 마감), 매주 토요일 오후 8시까지 야간 연장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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