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건강한 가족] 디지털 혁신으로 환자 만족도 확 끌어올린 ‘스마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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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은 원격 협진 시스템과 인공지능 진단 보조 프로그램 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 탐방] 인하대병원

진단·치료·재활 특화 시스템 구축
인공지능·로봇·5G 기술 임상 적용
최신 영상 진단 장비 등 투자 확대

의료계의 디지털 전환 바람이 거세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 등 최첨단 기술이 의료 현장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병원 풍경을 크게 바꿔놓았다. 의료진은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아프기 전에 미리 관리한다. 거미줄처럼 뻗은 첨단기술 인프라가 병의 진행을 막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인공지능으로 질환 발병 위험을 예측하고, 원격 협진 시스템을 통해 이른바 ‘초연결’ 진료 환경을 구현한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의 안전과 치료 만족도로 이어진다.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기술로 병원은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는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인하대병원은 최근 스마트 기술을 병원 곳곳에 입혀 디지털 혁신을 꾀하고 있다. 진단·치료·재활을 아우르는 특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스마트병원 전환에 가속페달을 밟는다.

인하대병원은 기술적 융합으로 변화를 주도한다. 의학과 공학을 접목한 의료 IT 인프라를 통해 환자 중심의 스마트병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병원은 ICT 첨단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안전 관리와 진단, 치료 등 의료 서비스를 개선한 미래형 병원을 의미한다. 고도화된 디지털 의료기술로 의료진이 치료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택 인하대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스마트병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임상 현장에 발빠르게 적용하고 있다”며 “특히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의료 IT 고도화를 이뤄 환자의 안전과 치료 만족도를 끌어올릴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원격 협진으로 지역 내 진료 체계 강화

스마트 의료기술은 인하대병원 곳곳에 묻어 있다. 먼저 원격 협진 시스템이다. 병원은 2015년부터 의료 취약지인 서해5도에 자체 예산을 투입해 원격 협진 시스템을 완성했다. 환자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비대면 협진이 가능해지면서 지역의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월에는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의 백령병원과 ‘스마트 원격 화상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화질 카메라로 환자 데이터를 확인해 중증환자를 실시간으로 처치한다. 기존의 원격 협진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유리하다. 이 병원장은 “이러한 원격 협진 시스템은 지역 내 중증 진료 체계와 역량을 강화하고, 의료전달 체계를 확립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진단 기술도 돋보인다. 인하대병원에선 인공지능을 활용해 심방세동을 진단한다. 딥카디오의 ‘Smart ECG’ 솔루션을 통해서다. 심장내과 김대혁·백용수 교수는 인하대 공대 최원익·이상철 교수와 협력해 2021년 7월 딥카디오를 창립했다. 이들은 일반 심전도 검사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발작성 심방세동을 딥러닝 기법으로 예측하는 진단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환자의 심전도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위험도를 가려내는 원리다. 백 교수는 “혁신형 의사과학자 사업을 통해 개발한 인공지능 심전도는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 심방세동 조기 발견에 유용할뿐더러 빠른 치료를 도와 중대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하대병원은 지난 6월부터 인공지능 심전도 진단 기술을 건강검진센터에도 적용하고 있다.

환자자기평가결과 도입, 만족도 개선

첨단 장비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인하대병원은 지속해서 최신 영상 진단 장비를 도입하며 판독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최신 의료 장비를 통해 얻는 고해상도 이미지로 진단의 정확성을 높인다. 특히 영상의학과 이로운 교수가 특허 출원한 ‘Elbow Bone Age’ 프로그램은 소아 환자 골연령 측정 검사의 판독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한다. 이 교수는 “프로그램에선 내장된 알고리즘을 통해 뼈 나이를 산출하고 자동으로 판독문을 제공한다”며 “이를 통해 수분이 걸리던 판독 과정을 15초 이내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기술은 수술 후 재활 관리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고관절 수술 환자에게 적용하는 ‘스마트 인솔’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인솔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환자의 보행 능력을 평가하는 특수 깔창이다. 개발에 직접 참여한 정형외과 유준일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신체 기능을 평가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어 맞춤형 관절을 제작하고, 수술 후에는 영상을 통한 보행 분석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설계한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의 스마트 시스템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만족도를 끌어올린다. 향후 병원은 ‘전(全)주기 스마트 시스템’을 가동할 방침이다.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부터 진단, 치료, 재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스마트 기술을 녹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 병원은 2020년 환자자기평가결과(PRO)를 도입해 환자의 치료 만족도를 개선했다. 환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스스로 평가함으로써 치료 전후 건강 상태와 변화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이 병원장은 “인하대병원은 임상 분야와 연구, 각종 기술적 과정에서 스마트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며 “최첨단 기술이 환자와 의료진을 중심으로 촘촘히 이어질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디지털 시대와 초연결 시대에 걸맞은 병원의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심방세동 진단 기술, 환자·의료진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 제공” 

[인터뷰] 백용수 인하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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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에선 인공지능으로 심장 건강을 살펴 질환의 위험도를 예측한다. 심방세동처럼 조기 진단이 어려웠던 심장 질환을 딥러닝 기법으로 파악해 추적 관리한다. 이 기술을 개발한 백용수 인하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에게 인공지능을 통한 진료 전략과 기대 효과 등을 들었다.

-인공지능 심전도 진단 기술을 만든 이유는 뭔가.
“심방세동이 있으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혈전과 뇌경색 등 심각한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조기 발견과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기존의 심전도 검사에선 심방세동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심전도 검사에서 심방세동을 발견할 확률은 1% 수준에 불과하다. 10초간 심장 리듬을 관찰하기 때문에 평상시 정상 리듬을 보이는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인하대학교 공학 박사들과 딥카디오를 창립했다. 오랜 연구 끝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심방세동 진단 보조 프로그램인 ‘Smart ECG’를 만들었다.”

-의료 현장에 어떻게 활용되나.
“심방세동은 현재 없는 것을 예측하는 것이 관건이다. 인공지능 기반 심방세동 진단 기술은 발작 중이 아닌 정상 범위 심전도에서 짧은 주기의 신호만을 이용해 심방세동의 진행 정도를 추정할 수 있다. 심장 질환의 발병 위험을 예측함으로써 적절한 치료를 돕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한다. 빠른 진단과 치료를 보조하고, 합병증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인 만큼 활용 가능성은 크다.”

-의료진과 환자의 공감을 얻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의료진과 환자가 쓰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현재 병원에서 적용하고 있는 인공지능 심전도 진단 기술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위한 것이다.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이다. 의료진의 역할을 침범하는 게 아니다. 의료진과 환자의 편의성, 안전성 향상을 위해 고도화된 IT 기술과 의료가 힘을 합친 결과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신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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