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푸른 파도' 문수축구장에 빨간 좌석?…축구장 또 들어온 정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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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우승 시상식에서 울산현대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프로축구 K리그1 울산HD의 홈구장인 문수월드컵경기장 리모델링 소식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 ‘정치색 논란’이 일고 있다. 구단 상징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좌석 색깔을 바꾸기로 한 것에 대해 “특정 정당색 입히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일부 팬은 지방자치단체의 일방적인 색깔 결정에는 반대하지만 정치와 연관시키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8일 울산HD에 따르면, 지난 3일 울산시설공단은 문수월드컵경기장 리모델링과 관련해 “3층 좌석을 빨간색으로 변경하겠다”고 통보했다. 울산HD는 “상징색(파란색·흰색·노란색)이 아닌 색으로 도색하면 팬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를 울산시와 시설공단에 전달했다. 하지만 울산시는 “파란색만 있으면 차가워 보이니 따뜻한 느낌의 색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일부 팬은 ‘빨간색 도색’을 정치적 상징으로 해석하며 반발했다. 현 여당인 국민의힘 상징색이 빨간색이기 때문이다. 일부 팬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두겸 울산시장이 구단주를 맡은 울산시민축구단이 올 시즌을 앞두고 홈 유니폼을 파란색에서 붉은색 계열로 변경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울산HD를 13년간 응원해 온 이모(28)씨는 “사람도 퍼스널컬러를 따지는 마당에 외부 의사로 색을 임의로 바꾸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시설공단은 특정 정당과 연관짓는 건 억지라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결정은 아니다. 지난 5일 구단과 회의한 뒤 리모델링 방향에 대해 논의 중으로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16년 전부터 울산HD를 응원해 온 황모(26)씨는 “원래 문수축구장 3층엔 구단 상징색이 아닌 빨간색·초록색 좌석이 있다”며 “팬들의 우려는 이해되지만,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은 과대해석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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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울산HD 응원단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축구판에서 정치색 논란이 벌어진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K리그2 충남아산FC가 개막전에서 구단 상징색(파란색·노란색)이 아닌 빨간색 서드(third uniform)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팬들은 갑론을박했다. 서드 유니폼은 홈팀과 원정팀의 유니폼 색이 비슷할 때 착용하는 대안이어서, 홈 개막전에 서드 유니폼을 입는 건 극히 드물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부 팬은 김태흠 충청남도 도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점을 들어 반발했다. 경기장에 ‘축구는 정치 도구가 아니다’라는 문구의 걸개도 걸렸다.

이런 논란의 배경엔 K리그 구단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민구단의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구단이란 시·도 예산으로 운영되는 구단으로 지방·광역자치단체장이 구단주를 맡는다. K리그1·2에서는 총 25개 구단 중 14개(K리그1 5개, K리그2 9개)가 시민구단이다. 한준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의 특성상 정치 의존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며 “지차제장이 정치적 시각에서 벗어나 스포츠 구단이 운영되는 원리에 순수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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