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국 반발한 태평양 ‘침몰 훈련’…올해는 한·미 공동 작전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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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해양 훈련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이 진행되는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 기지에 한국의 손원일급(1800t급) 잠수함인 이범석함이 정박해 있다. 이유정 기자

다국적 해양 훈련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이 미국 하와이 인근 태평양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의 퇴역 함정 격침 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전개한다고 해군이 밝혔다. ‘싱크엑스(SINKEX)’라고도 불리는 이 훈련은 태평양 한가운데서 미국이 최신 전력을 총동원해 우방국들과 함께 가상의 적국 함정을 완전히 수장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최근 미·중 간 군사 경쟁이 고조되면서 중국은 해당 훈련이 자국 함정을 겨냥한 것이라고 반발해 왔다. 한·미는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양국이 연합해 싱크엑스에 나서는 함의는 작지 않다.

8일 해군에 따르면 한국의 손원일급(1800t급) 잠수함 이범석함(KSS-II)은 18일 오전 하와이 카우아이섬 북서부의 태평양미사일사격시험장(PMRF) 인근에서 하푼 잠대함 유도미사일 실사격을 실시한다. 한국이 림팩 참여 중 손원일급 잠수함에서 하푼 실사격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림팩에서 잠수함 전력을 파견한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곤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지난 2016년 림팩 때도 장보고급(1200t급) 이억기함이 하푼 미사일를 이용해 페리급 호위함 USS 태치를 격침시키는 훈련에 참여했다. 이후 8년 만에 한층 강화된 잠수함 전력으로, 미 측과 연합 훈련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림팩 정식 참가(1990년) 이후 한국이 하푼 실사격을 한 건 지금까지 6차례라고 해군은 설명했다.

올해 훈련의 목표는 이범석함이 미측의 해·공군 전력과 함께 순차적으로 미 타라와급(3만8000t급) 퇴역 강습상륙함인 USS 타라와함을 타격해 침몰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미 측에선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함과 수상함, 무인 항공기 등 최소 7종의 전력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22년 림팩에선 미·일 전력이 오스틴급(1만 7000t) 퇴역 수송상륙함 USS 덴버함을 침몰시켰다. 미 측은 같은 해 호주, 캐나다, 말레이시아 전력과도 미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4200t급) 퇴역 호위함(FFG) USS 로드니 데이비스함을 대상으로 침몰 훈련을 진행했다.

이번 훈련이 예년보다 눈길을 끄는 건 훈련의 표적이 USS 타라와함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당장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미 측이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075형 강습상륙함(3만 5000t급) 또는 항공모함인 001형 랴오닝함(약 6만t)의 격침 예행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국 반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지난달 27일 칼럼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4만t 규모의 공격함을 운영하면서 미국이 적으로 간주하는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라며 “미국의 ‘근육 쇼’인 림팩에서 침몰 표적으로 USS 타라와함을 낙점한 건 중국의 해상 전력 강화와 대만에 대한 본토의 군사 억제력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범석함의 이도엽(45·해사 56기·대령 진)함장은 “해당 훈련은 가상의 적국 내지는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무기 실사와 전력 현시(顯示)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림팩은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훈련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훈련은 우리 해군의 잠수함 부대가 발전시켜 온 연합 작전 능력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크며, 이를 위해 100번 넘는 자체 훈련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림팩을 총괄하는 존 웨이드 미 해군 3함대사령관(중장)도 림팩이 중국을 겨냥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 경계한다. 미 군사 전문지 성조지는 지난달 27일 림팩 외신 기자회견에서 웨이드 중장이 “대만과 중국의 관계와 관련해 제기된 숱한 질문에 답변하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다만 웨이드 중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국제 규칙, 규범·기준을 준수하려는 의지가 약해” 올해 림팩에 초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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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림팩의 선박 침몰 훈련(SINKEX 2)에서 미 해군과 일본 육상자위대가 해군 전력, 지대함 미사일 등을 동원해 USS 덴버함을 침몰시키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유투브 캡처

‘림팩 심장부’ 태평양전투지휘소 가보니

미 해군 측은 8일 국내 취재진에게 진주만 포드 아일랜드의 태평양 전투지휘소(PWC·Pacific Warfighting Center)도 일부 공개했다. 이곳은 림팩 기간 연합기동부대사령관(웨이드 중장)을 비롯한 림팩 참모부가 29개 참가국의 훈련과 작전 계획을 조율하고 평가하는 곳이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태평양 전구의 훈련·위기 관리를 위한 시설이다.

이날 PWC 화상회의실(VTC)로 들어서니 전면부의 좌측 상단에 8개의 전자 시계 패널이 눈에 띄었다. 협정세계시(UTC)와 한·일,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 등 특정 지역과 함께 대만의 현재 시각도 표기됐다. 올해 림팩에 참여하지 않는 대만의 시각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미 측 관심사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이 곳에서 진행된 국내 매체 브리핑에서 림팩 관계자는 “2022년 림팩 때는 기뢰전 등 일부 훈련을 미 캘리포니아 해역에서 진행했지만, 올해 림팩은 모든 훈련을 하와이(태평양)에서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전성을 보다 강조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더해 올해 림팩에서 참가국들은 가상의 국가 ‘그리폰’과 ‘오리온’ 등을 상정해 전술 훈련을 진행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술 훈련 단계에선 촬영 훈련도 예정돼 있는데, 림팩만의 독특한 이벤트다. 림팩에 참여하는 전체 해·공군 전력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이른바 ‘단체 샷’을 남기는 훈련이라고 한다. 유사시 림팩 참여국들의 공동 대응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경쟁 세력에 전력을 과시하는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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