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9일 파악됐다.

중앙일보 취재 등에 따르면, 이 파일에는 지난해 8월 9일 해병대 출신이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모씨의 전화 통화가 담겼다. 통화 상대는 이 파일을 공수처에 제출한 공익신고자로 알려졌다. 공익신고자는 임 전 사단장과 이씨가 골프 모임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속한 변호사 A씨라고 한다.

이 통화에서 A씨는 이씨에게 “일전에 우리 해병대 가기로 한 거 있었잖아요. 그 사단장 난리 났대요”라며 임 전 사단장을 거론한다. 이에 이씨는 “임성근이?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B가 전화 왔더라고”라고 대답한다. B씨는 해병대 출신으로 같은 단체대화방에 속한 대통령 경호처 전직 직원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통화에서 이씨는 “그래서 내가 VIP한테 얘기 할 테니 절대 사표 내지 마라”라고 말한다. 당시는 채상병 사망과 관련해 임 전 사단장 책임론이 불거질 때였다. 파일에는 이씨가 임 전 사단장 진급을 언급한 부분도 있다.

이씨는 녹음 파일과 관련해 중앙일보에 “임 전 사단장은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관계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 얘기만 몇 번 들었을 뿐, 구명 로비는 한 적도 없고 할 사이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 A를 만난 적은 있지만 임 전 사단장 구명에 관한 대화를 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임 전 사단장의 진급 및 구명을 거론한 통화에 대해선 “임 전 사단장 이야기가 나오길래 ‘잘 돼야지’ 같은 통상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았을 뿐”이라며 “그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 녹음 파일을 토대로 임 전 사단장이 이씨를 통해 대통령실 등에 구명을 요청했는지 수사 중이다. 이씨가 대통령실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가 아닌데도 과장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