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 총 그 총 그 총” 최재림 복화술, 대박 날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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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에서 빌리 플린 역의 최재림(앞줄 왼쪽 셋째)이 록시(티파니영)를 무릎에 앉히고 복화술로 노래하는 장면.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약 600만회를 기록했다. [사진 신시컴퍼니]

“어디 출신?”(기자들)

“미시시피”(록시를 조종하는 빌리)

“부모님은?”

“완전 부자”

“어디 계셔?”

“무덤 속에. 하나 새로운 기회 찾아와 난 수녀원에 갔었죠.”

내연남을 죽이고 감옥에 간 미모의 수감자 록시는 변호사 빌리 플린으로부터 형량을 낮추는 노하우를 배운다. 순진한 척할 것. 수녀원 출신이라고 거짓말을 할 것. 정당방위라고 우길 것.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다가오는 그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할 것.

스타 변호사 빌리는 언론을 다루는 데 능하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꼭두각시’ 록시를 조종하며 노래 부른다. 넘버 제목은 ‘동시에 총에 손을 뻗었지’. 유튜브에서 600만회 가까이 재생되며 인터넷 밈(meme)이 된 배우 최재림의 복화술 연기가 바로 이 넘버에서 나온다. 하이라이트는 “그 총 그 총 그 총을 뺏으려 했네”가 반복되는 후렴구. 죽은 내연남이 총을 잡으려 했기 때문에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총을 쐈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7일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여가수 벨마 켈리와 코러스 걸 록시 하트가 살인죄로 수감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살인범이 ‘미녀 킬러’로 추앙받는 씁쓸한 현실과 말초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물질주의가 만연한 당시 미국의 사회상을 그려냈다.

대부분 회차가 전석 매진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시카고’는 지난달부터 뮤지컬 부문 총 티켓 예매액 기준으로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벨마 켈리 역에 최정원·윤공주·정선아, 록시 하트 역 아이비·티파니·민경아, 빌리 플린 역 박건형·최재림이 관객을 맞는다.

지난 5일 공연에서 마주한 배우 최재림은 빌리 플린 그 자체였다. 화제의 복화술 연기는 지난 시즌보다 더 정교해져 목에 선 핏대를 보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빌리는 “비싼 자동차, 최고급 시가도 필요 없다”고 소리치며 “내겐 오직 사랑뿐”이라 노래했지만, 눈빛은 욕망으로 이글거렸다.

배우 아이비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총 여섯 시즌 동안 록시를 맡았다. 섹시함과 백치미, 코믹함을 오가는 연기는 경지에 오른 듯 보였다. “모두가 알게 될 이름. 그래 바로, 록시”로 시작하는 대표 넘버 ‘록시’를 부를 때는 야망에 불타오르며 눈을 희번득이는데도 천진난만한 느낌이 묻어났고, 벨마와 함께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춤을 출 때는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명곡 메들리는 귀를 즐겁게 한다. ‘시카고’의 문을 여는 넘버 ‘올 댓 재즈’가 끝나면 여섯 명의 미녀 죄수가 살인 후일담을 전한다. (‘셀 블락 탱고’) 껌을 씹다가 ‘펑’하고 터뜨리는 소리가 거슬려 남편을 총으로 쏜 리즈와 “우유 배달부와 잤냐”고 묻는 남편을 칼로 찌른 준, 싱글이라고 속인 유부남 애인에게 비소를 먹인 애니… 여섯 명의 죄수는 순식간에 관능미와 가창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죽어도 싸다”며 탱고 안무를 선보이는 클라이맥스 구간은 노래와 춤, 스토리와 연출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인터파크 평점은 10점 만점에 9.8점. 대체로 호평이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앙상블의 합이 아쉬웠다는 평도 있다. 공연은 9월 29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트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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