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해 뜨면 50대, 해 지면 20대…마법에 걸린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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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정은지·위 사진)은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고 50대 임순(이정은·아래 사진)으로 변해 낮엔 중년 여성으로, 밤엔 20대 취준생으로 살아간다. 이미진은 검사 계지웅(최진혁)과 사랑에 빠지고 함께 살인 사건을 파헤친다. [사진 JTBC]

아침에 출근할 땐 50대 중년여성의 얼굴(이정은)인데, 일몰 무렵 퇴근길엔 20대 청춘의 모습(정은지)로 돌아온다. 시간대에 따라 외양만 달라질 뿐, 내면은 1996년생 여성 이미진 그대로다.

JTBC 토일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16부작)는 20대 취업준비생 이미진(정은지)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낮 시간에만 서한지방검찰청의 50대 시니어 인턴 임순(이정은)의 모습으로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검사 계지웅(최진혁)은 서한시 연쇄 실종 사건을 수사하며 목격자 이미진과 검찰수사관 보조 임순의 도움을 받는데, 둘이 같은 사람인 줄은 모른다.

독특한 판타지 설정에 현실적인 캐릭터를 담아낸 이 드라마는 연이어 시청률 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난달 15일 첫 회 3.9%(닐슨코리아, 전국)로 시작해 4회에 6%를 돌파하더니, 지난 7일 방송된 8회에서 8.4%를 기록했다. 수도권 기준으론 9.1%까지 올랐다.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에도 2주 연속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연출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KBS2, 2004), ‘힘쎈여자 도봉순’(JTBC, 2017) 등에서 탁월한 영상미를 보여준 이형민 감독이 맡았다. 대본은 전작인 ‘굿캐스팅’(SBS, 2020)에서 액션과 코미디를 버무린 박지하 작가가 썼다.

작품을 이끄는 투톱 이정은과 정은지는 2인 1역으로 같은 감정선을 공유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임순·이미진과 낮과 밤으로 부딪히는 계지웅을 연기한 최진혁은 “묘하게 두 사람이 닮은 구석이 있어 현장에서 놀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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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左), 이정은(右)

이 이상야릇한 캐릭터의 본체는 8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낙방한 우울한 20대 취업준비생 이미진이다. 공무원 면접에서 떨어지고, 취업 사기로 부모님의 돈까지 날린 미진은 밤새 술을 마시며 차라리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빈다.

다음 날 아침 미진은 정말 다른 사람이 되고 마는데, 낮 동안 변하는 50대 얼굴을 답답한 현실의 탈출구로 삼는 모습이 애처롭다. 정은지는 청춘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주눅들어 사는 미진을 표현하기 위해 외형부터 초라하게 설정했다.

해가 뜨면 우울한 미진은 사라지고 코믹한 임순이 깨어난다. “몸은 50대지만 마음은 20대”라는 이정은은 그간 쌓아온 취준생의 내공을 제대로 발휘한다.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며 한 손으로 타자를 치는가 하면, 중고생의 온라인 게임 말투까지 능숙하게 통역해낸다. 이정은은 정은지의 부산 사투리와 당찬 행동뿐 아니라, 정은지가 속한 걸그룹 에이핑크의 ‘미스터 츄’ 춤과 노래까지 흡수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0대 마인드와 능력을 가진 채 50대의 몸으로 활동하는 이정은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에, 기성세대들에게는 ‘우리도 얼마든지 젊게 살 수 있다’는 심리적 고양감을 느끼게 한다”고 드라마의 흥행 포인트를 짚었다.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지만, 범죄 스릴러 요소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로맨스와 스릴러의 결합은 요즘 드라마의 히트 공식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2019년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는 연쇄살인범 까불이가 등장했고, 최근 배우 변우석 신드롬을 낳은 tvN ‘선재 업고 튀어’에서도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범죄자가 나와 주인공들 간의 로맨스를 더욱 절절하게 만들었다. 최영균 대중문화평론가는 “주인공들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모습이 멜로 서사를 더욱 강화하는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또한 이런 패턴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8회에서는 이미진과 계지웅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도, 각자 행방불명된 지인들로부터 얻은 상처가 있음이 밝혀졌다. 예고에선 계지웅과 이미진이 병원장 출신 공공근로자 백철규(정재성)를 토막 살인 사건의 용의선상에 놓고 함께 수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형민 감독은 “계지웅이 사건 해결을 위해 임순과 공조하는 동안 임순의 비밀이 발각될 위기도 계속해서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저 웃기기만 하는 드라마는 아니다”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신으로 늘 쫓기듯이 불안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제작사 SLL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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