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모디 만난 푸틴 "특권적 파트너"…서방 '러 고립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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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양국간 무역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이 러시아 경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행보다. 모디 총리의 이틀 간의 러시아 방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직전에 이뤄지면서 서방은 양국 정상회담을 주시했고, 백악관은 이날 미국과 인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다.

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와 경제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모디 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2019년 이후 5년 만,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처음이다.

모디 “무고한 아이들 죽으면 가슴 아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함해 가장 심각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전쟁은 해결책이 아니다. 무고한 아이들이 죽으면 가슴이 아프고 그 고통이 너무 끔찍하다”고 했다.

두 정상의 발언은 전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키이우 어린이병원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러시아제 Kh-101 순항미사일 파편을 회수했다고 밝힌 뒤 나왔다. 러시아는 어린이병원을 공격한 건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회담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런 (공격이 이뤄진) 날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세계에서 가장 피비린내 나는 범죄자를 포옹하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모디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로이터는 “모디 총리가 감정적인 언어를 사용해 푸틴 대통령에게 암묵적인 질책을 전달했다”고 평했다.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외교와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과 인도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모디 총리가 우크라이나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했으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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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정상회담 후 성 안드레아 사도 훈장을 수여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석유 저가 공급 이어 원자력 발전소 건설 논의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관계는 특별한 특권적 전략적 파트너십의 성격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인도는 원자력 등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현재 650억 달러(90조원) 규모인 양국 교역을 늘려 2030년까지 1000억 달러(약 138조원)를 달성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에너지 수출길이 막히자 인도에 저가로 석유를 공급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러시아는 인도에 원자력 발전소 6기를 건설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양국은 공동 군사협력 활동, 북극항로 개발과 우주탐사 협력도 논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러시아는 미국·일본·호주와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며 서방과도 긴밀한 관계인 인도와 견고한 관계를 확인했다는 평가다. 인도로서도 이번 방문은 라이벌인 중국이 서방 제재 이후 러시아와 급속히 가까워지는 데 맞서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분석이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에서 무기를 공급 받아온 인도는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양국은 이미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등으로 협력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러시아를 인도의 ‘친구’로 칭했고, 푸틴 대통령은 양국 우호 발전에 대한 공로로 모디 총리에게 러시아 최고 영예인 성안드레이 사도 훈장을 수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2017년 받은 훈장이다. 비나이 크와트라 인도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모디 총리가 취업 사기를 당해 러시아군으로 우크라이나에 보내진 인도인들의 조기 제대도 거론해 푸틴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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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9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전시센터에서 국영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의 '원자' 전시관을 방문했다. EPA=연합뉴스

“인도, 라이벌인 중국과 러시아 가까워지는 것 의식”

파이낸셜타임스(FT)는 “크렘린은 미국 헤게모니에 도전하기 위해 ‘글로벌 다수’라는 비전을 뒷받침하는 인도 같은 국가들을 결집시키려 노력해왔기에 이번 방문을 서방이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신호로 환영했다”고 전했다.

알렉산더 가부예프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소장은 “인도는 러시아가 모든 계란을 중국 바구니에 담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모디와 푸틴은 두 핵보유국간 관계를 심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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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 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배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백악관 “인도는 전략적 동반자”

한편 이날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모디 총리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인도는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라며 “인도와 러시아의 오랜 관계가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종식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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