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백악관·의회 다 뺏길라" 펠로시·클루니도 바이든 결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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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TV토론 참패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은 물론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처럼 트럼프와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Red wave)’가 거세지는 가운데 의회 권력의 상징이자 오랜 기간 바이든의 ‘수호천사’로 불린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선거자금 모금에 앞장섰던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도 ‘바이든의 결단’을 언급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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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럴의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머리에 손가락을 가리키는 제스처를 취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미국의 권력은 민주당 출신인 바이든 정부를 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한 공화당이 견제하는 구조다. 또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상원의 과반을 점한 민주당에 의해 견제받는다. 그런데 이렇게 ‘물고 물리는’ 힘의 균형이 11월 대선에서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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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더힐’이 10일(현지시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은 58%로 집계됐고, 상원과 하원에서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점할 확률은 각각 82%와 64%에 달했다. 특히 경합지역으로 분류된 곳에서도 트럼프와 공화당이 우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은 지난 8일 발표한 정강정책의 제목을 트럼프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정해 사실상 ‘트럼프의 당’ 선언한 상태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공화당이 상원의 주도권까지 쥐면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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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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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수직 낙하’ 계기는 TV토론

정치 분석 사이트 ‘쿡폴리티컬리포트’는 이날 공개한 자료에서 미네소타·뉴햄프셔·네브래스카 제2 하원 선거구 등 3곳을 ‘민주당 유력(Likely)’에서 ‘민주당 우세(Lean)’로 변경했다. 네바다·애리조나·조지아 등은 ‘경합(Tossup)’에서 ‘공화당 우세’로 바꿨다. 그러면서 이곳 6개 선거구가 트럼프로 기울게 된 배경으로 TV토론을 제시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당일만해도 주요 여론조사를 종합한 지지도에서 46.9% 대 46.5%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세하게 앞섰다. 그러나 토론 바로 다음 날부터 지지율이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는 44.3% 대 46.9%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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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후보를 교체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이 때문에 그간 진행됐던 민주당 내 집단 논의는 바이든이 완주 선언과 함께 흐지부지되는 기류였다.

‘실세 원로’ 펠로시 “바이든 결정 내리길 촉구”

그러다 이날 오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MSNBC에 출연해 “출마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린 일”이라면서도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가 그 결정을 내리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바이든의 거취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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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에게 미국 민간인 최고 영예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펠로시 전 의장은 84세로 바이든보다 두살이 많다. 지금까지 바이든의 고령 논란에 선을 그어왔던 실세 원로의 이날 발언은 당내 사퇴 요구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펠로시 전 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나는 바이든이 (완주)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펠로시의 측근을 인용해 “펠로시의 초점은 하원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필요하면 바이든과 거리를 둘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입법 권력까지 트럼프에게 내주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오후 피터 웰치 상원의원(버몬트)도 상원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바이든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경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공개 요구했다. 하원에서도 팻 라이언(뉴욕)·얼 블루머나워(오리건) 의원이 사퇴 요구 행렬에 동참하며 공개 입장을 밝힌 하원의원 수는 9명으로 늘었다.

바이든 모금 주도 클루니 “댐 이미 무너졌다”

특히 바이든의 대선자금 모금에 앞장섰던 할리우드 스타 클루니 역시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 “참담한 얘기지만 3주 전(TV토론에서) 봤던 바이든은 2010년의 바이든도, 2020년의 바이든도 아니었다”며 “이 대통령으로는 대선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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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와 부인 아말 클루니가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스에서 열리 ㄴ한 행사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클루니는 “댐은 이미 무너졌다. (바이든으로는)대선은 물론 하원도 이기지 못하고, 상원도 뺏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도부와 상하원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보직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클루니는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에게 50만달러(약 6억 9000만원) 이상을 기부하고 가상 모금행사를 주최하는 등 오랜 기간 민주당을 후원해 온 인물이다. 지난달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 모금 행사를 공동 주최하며 민주당 역대 대선 캠페인 중 최대 규모인 2800만 달러(약 388억원)를 모금하는 것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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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양자 회담 중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EPA=연합뉴스

WP는 “(사퇴 요구)발언 수위는 강도를 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우려를 취합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젠 오말리 딜론 선거대책위원장 등 바이든 캠프 핵심 인사들은 11일 상원의원단을 만나 상황을 수습하기로 했다. 11일엔 바이든의 건강 상태를 판단할 계기로 평가되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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