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VIP 표현 부풀린 것"…임성근 구명설 '멋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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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당사자인 이모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공개된 녹음 파일 중 ‘VIP에 얘기하겠다’는 대목은 다른 사람 문자를 읽은 것”이란 말을 하루 만에 바꿨다. 이씨는 1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VIP란 표현은 문자엔 없었는데 내가 부풀려 말한 것”이라고 하면서다.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시세조종 혐의 공범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의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으며 재판 당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지목됐다. 이런 이씨가 의혹이 제기된 핵심 통화 내용(“VIP에 얘기하겠다”)에 대해 입장을 바꾼 건 중앙일보가 당시 문자를 보낸 송모 전 청와대 경호처 직원에게서 “문자에 VIP란 표현을 쓴 적 없다”고 확인한 뒤였다. 중앙일보는 ‘임성근 구명 로비설’의 발원지인 ‘멋쟁해병’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참여한 5명 전원에게 로비설의 실체에 관한 입장을 확인했다.

구명로비설 발원지 ‘멋쟁해병’ 단톡방 5인 누구길래

‘멋쟁해병’ 단톡방은 이씨와 문제의 통화 녹음을 공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익신고자 A변호사를 포함해 5명의 해병대 전역자로 구성됐다고 한다. 지난해 3월 함께 포항 여행을 다녀온 후 ‘해병 전우간 친목 도모’ 목적으로 단톡방을 만들었고, 지난해 5월 임 전 사단장과의 1박2일 골프 모임도 단톡방을 통해 추진됐다.

5명의 멤버들에 따르면 단톡방의 구심점은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모씨다.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제안한 것도 송씨였다. 송씨는 임 전 사단장과의 관계에 대해 “이명박 정부였던 2008년 당시 임 사단장이 외교안보비서실에 파견 와서 그때부터 같이 운동도 하고 군 행사도 같이 다녔다”며 “내가 해병대를 나온 걸 알게 된 이후 친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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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송씨는 단톡방 모임을 만든 이유에 관해 “해병 선·후배들끼리 친하게 지내고 어려울 때 서로 힘이 되어 주면 좋겠다 생각해서 모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화방은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약속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것 외에 전체 모임을 갖진 않았다고 했다. 멤버인 현직 경찰 최모씨는 “나도 2005년 청와대 파견근무를 한 인연으로 단톡방에 초대됐지만 한 달쯤 뒤 방을 나왔다”며 “이씨는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송씨 “‘VIP’ 표현 문자엔 없었다…김계환인지 알지 못해”

이씨는 지난 10일 중앙일보와 만나 “‘VIP한테 얘기하겠다’는 언급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 송씨가 내게 포워딩한 문자 메시지를 그대로 읽은 건데 내가 말한 것처럼 편집됐다”고 주장했다. 송씨가 지난해 8월 2일 임 전 사단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임 전 사단장에게 위로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튿날 이씨에게도 공유했는데 8월 9일 A변호사와의 통화에서 메시지 내용을 읽은 것뿐이란 주장이었다. 이씨는 “VIP는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아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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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그런데 문자를 작성한 송씨는 “내가 임 전 사단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서 보낸 메시지를 이씨에게 전달한 것은 맞지만, 거기엔 VIP라는 표현 자체가 없다”며 “나는 평소 VIP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VIP가 김계환 사령관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에 문자 내용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1일 송씨 입장을 전달하자 “송씨 문자를 읽은 건 맞지만 VIP 언급 등은 A변호사에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많이 부풀려 말한 것”이라며 “송씨 문자에는 ‘임장군 (사의 표명했다는) 기사 봤네. 섣부른 판단이나 나쁜 생각하지 마세. 선배가 응원하네’ 이런 내용만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임성근 모른다”는 이씨, 통화 녹음선 “성근이”

이씨가 임 전 사단장을 알고 있었는지는 구명 로비설의 실체를 규명할 첫 단추다. 통화 녹음에는 이씨가 임 전 사단장을 “성근이”라고 지칭하는 등 친분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씨와 임 전 사단장 모두 “한 번도 만나거나 연락한 적 없다”고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이씨는 “내가 해병대를 나왔기 때문에 임 사단장의 존재에 대해선 알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 내가 무슨 구명하기 위해 애를 쓰겠냐”고 말했다. 단톡방의 구심점인 송씨 역시 “임 전 사단장과 이씨가 대면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이씨를 알고 있냐’는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임 전 사단장은 “한 번도 골프를 친 적도 없고 전혀 저 인원은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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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지난해 8월 무슨 일이

VIP를 언급하는 통화는 지난해 8월 9일 이뤄졌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채 상병 사망과 관련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지목한 수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했으나 돌연 회수된 지 1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누군가에 의해 소위 임성근 구명 로비가 있었다면 늦어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결재를 번복한 시점(지난해 7월 31일) 이전에 이뤄졌어야 한다”며 송씨 문자(8월 2일) 이후 구명 로비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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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거수경례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구명 로비를 하려면 자신이 혐의자로 적시된 서류에 장관 결재가 떨어진 직후 곧장 이뤄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통화가 이뤄진 지난해 8월 9일은 채 상병 사망 책임과 관련한 국방부의 재조사가 이뤄지던 때다. 오히려 재조사를 통해 혐의자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 이 시기가 구명 로비의 적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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