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기 북부 중랑천 옛 이름 ‘두험천’ 회복해야”…이색 시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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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의정부 지역 중랑천은 옛 이름 ‘두험천(豆驗川)’으로 회복돼야 합니다. 서울시 중랑천(국가하천)의 상류인 양주시 발원지에서 의정부시 호원동까지의 지방하천 ‘중랑천’의 이름은 역사성·문화성이 없는 잘못된 명칭입니다.”

양주 불곡산에서 발원해 의정부를 관통해 서울 강북지역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15.5㎞ 구간 경기 북부 지역 중랑천(中浪川)의 명칭 변경을 위해 시민운동에 나선 향토사학자가 있다. 경동대 유호명(64) 대외협력실장이 주인공이다.

경기 북부 향토사학자 유호명씨, 시민 강좌로 공감대 확산  

유 실장은 지난 5월 17일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100분 동안 관련 시민 강좌를 시작한 이래 지역에서 이뤄지는 역사문화 강연 자리에서 이런 내용을 역설하고 있다. 유 실장은 “의정부·양주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후 민원이나 청원 방식으로 지방하천 중랑천의 명칭 변경을 의정부시·양주시 등에 요청할 계획”이라며 시민들의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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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명 경동대 대외협력실장이 지난 5월 17일 의정부시 신곡동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회복해야 할 지명 두험천’을 주제로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경동대

그는 강좌에서 조선왕조실록과 조선 시대 각종 고지도, 문학작품 등의 관련 자료들을 제시하며 중랑천 이름이 두험천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유 실장은 현재의 중랑천이란 하천 명칭의 유래는 서울 중랑구에 있던 포구 중량포(中梁浦)가 변형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에 중량(中良·中梁) 20회, 충량(忠良) 10회, 중랑(中浪) 2회 등 32회에 걸쳐 포구가 등장하고, 하천 이름으로는 조선 영조 때 행장에 중량천(中梁川)으로 딱 한 번 등장할 뿐이던 포구 이름이 어느 날 문득 하천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두험천 10회 나와  

유 실장은 경기 북부 중랑천의 옛 이름은 두험천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두험천은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같은 공적 기록에 10회, 조선 시대 시가·문집에 12회 나오고, 고지도 15곳에서도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각종 문헌과 기록에 따르면 오늘날의 중랑천 이름은 상류에서부터 두험천, 서원천, 한천(또는 미천), 송계(또는 속계), 중량포로 구간마다 달랐다. 현재 양주·의정부 지역의 두험천과 서울 중랑포 사이에 두 개 이상의 하천 이름이 더 있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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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명 경동대 대외협력실장이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중랑천 위 교량에서 회복해야 할 하천 지명인 ’두험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경동대

그는 “10여 종의 조선 시대 지도에 지금의 중랑천에 상류 개울 두험천과 하류 포구 중량포가 위·아래로 나란히 표기되어 있다는 점이 결정적 증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절 신문에도 1940년까지 7차례 두험천으로 소개된 점은 두험천이 80~90년 전까지 양주·의정부 지역 주민들의 일상 속 하천 이름이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지금의 중랑천을 언급한 기사는 1969년에야 처음 보인다고 했다.

유 실장은 “이 시민운동은 경기도 분도 추진이나, ‘걷고 싶은 도시국’을 지난 1일 전국 처음으로 설치해 하천 기능을 치수에서 친수(親水)로 전환하려는 의정부시의 정책과도 상통하는 경기 북부 지역 정체성 강화의 방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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