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서울 광화문의 송현녹지공원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에 전격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불교태고종 상진 총무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 이승만 대통령은 정교분리라는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7차에 걸친 유시 발표를 통해 불교계에 법난을 촉발했다”며 “이로 인해 한국불교는 극심한 분열과 갈등으로 내몰려 오랜 내홍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고 밝혔다.

한국불교 태고종 상진 총무원장은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송현녹지공원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에 종단 공식입장으로 반대한다"며 '송현녹지공원은 서울 시민의 안락한 휴식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성호 기자

이어서 상진 총무원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특정 종교의 교세 확장을 위해 국가권력을 동원해 불교를 억압함으로써 친일 불교 청산과 근대 불교의 새로운 태동을 위한 한국 불교의 자정 노력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상진 총무원장은 또 송현녹지공원에 얽힌 불교의 역사도 강조했다. “송현녹지광장은 금강산 유점사의 경성 포교소로서 법륜사와 태고종 청사가 바로 앞에 있다”며 “불과 200m 거리에 조계종 총무원 청사도 있다. 불교로서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큰 장소”라고 설명했다.

최근 뉴라이트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이승만기념관을 송현녹지공원에 건립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상진 총무원장은 “얼마 전 이승만기념관 추진위원회 회장이 찾아와서 직접 만났다. 이야기 도중에 황망한 말을 들었다. 자기들은 협의하기 위해서 온 게 아니라 통보하기 위해서 왔다고 하더라”며 “그 말을 듣고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반대’를 종단의 공식 입장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태고종총무원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진 총무원장은 "송현녹지공원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에 기독교가 개입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상진 총무원장은 최근 조계종 진우 총무원장을 만나서 ‘송현녹지공원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반대’에 대한 공통된 입장을 확인했다. 구체적인 반대 운동을 시작하면 종단끼리 연대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최근에 열린 불교 종단협회의 회장단 모임에서도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반대 운동에 범불교단체가 함께 함께하기로 했다.

올해 초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의회에 출석해 송현녹지광장이 이승만기념관 건립 가능성이 큰 장소로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단, 오 시장은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국민 공감대가 전제돼야 하고, 장소로 송현녹지광장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