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짝 찾으러 왔다 탈탈 털렸다…'과몰입' 악플러 타깃 된 일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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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TVING)의 일반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 포스터. 사진 TVING 제공

직장인 김모(28)씨는 일반인이 출연하는 연애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익명 오픈채팅방에서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최근 한 채팅방에 출연자 외모 비하글이 수 차례 올라오자 참지 못하고 직접 새로운 채팅방을 개설했다. 김씨는 “다른 사람의 연애 이야기가 재미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수백명씩 참여하는 채팅방에 ‘사람 때리게 생겼다’ 같은 비난 수위가 높은 글이 올라오곤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일반인이 짝을 찾는 과정을 담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면서 출연자를 향한 무분별한 비방글도 늘고 있다. 최근 TV채널과 OTT 플랫폼들은 솔로지옥(넷플릭스), 연애남매(JTBC), 환승연애(티빙), 돌싱글즈(MBN), 나는솔로(SBS PLUS), 사내연애(쿠팡플레이), 커플팰리스(Mnet) 등 연애 프로그램을 연이어 내놨다. 일부는 새로운 시즌을 방송할 만큼 화제가 됐고,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하지만 동시에 익명·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출연자 뿐 아니라 부모나 자녀에 대한 악플까지 달리는 등 도를 넘은 행태가 이어졌다.

일반인 리얼리티 연애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데에는 출연자의 데이트 과정을 함께 시청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온라인 단체 관람’ 문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방송사와 플랫폼 대부분은 출연자를 보호하기 위해 실시간 채팅방을 막아뒀지만, 카카오톡 등 SNS엔 ‘나쏠 함께 봐요’, ‘연애남매 단체 관람방’ 같은 단체 오픈채팅방이 방송 때마다 수십 개씩 생긴다. 기수 별 출연자의 신상 정보를 정리해 공유하거나, 출연진에 대한 소문을 확산하는 대화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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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중에 '나는솔로' 등 연애프로그램을 함께 보는 방이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상단 공지에 출연진의 학교와 직업, 나이, 사는 곳 등 인적사항이 걸려있기도 했다. 사진 카카오톡 캡처

실제로 출연자들이 자신의 SNS에 몰려와 악플을 남기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이들을 직접 고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5월에는 올해 한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성 출연진에 대해 성적 비하 발언을 반복적으로 남긴 악플러가 약식기소돼 벌금 50만원형을 받기도 했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일반인의 경우 연예인과 달리 기획사가 없어서 자비로 고소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가해자들은 명예훼손뿐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댓글을 달았을 경우엔 통신 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 혐의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송계에서도 지나친 악플 논란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9일 JTBC 연애남매 제작진은 “프로그램이 종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과 비방, 허위사실 유포가 여전히 온라인 상에서 다수 발견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연덕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채팅방 인원이 3명만 넘어도 공연성과 개연성이 인정된다”며 “방송국 차원에서 일반인 출연진을 보호하는 등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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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연애프로그램 '연애남매' 포스터. 연애남매 제작진은 9일 출연자를 향한 비방에 법적 대응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사진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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