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수미 "젊은날 굶고 노래, 후배들은 고급 차 태워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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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콩쿠르 입상자와 포옹하고 있는 소프라노 조수미. 1회 조수미 콩쿠르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부의 고성에서 막을 내렸다. 뉴스1

“결선에서 노래를 듣는데 기쁨의 눈물이 멈추지를 않더라고요.”
소프라노 조수미는 13일 프랑스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며 전화를 받았고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프랑스 중부의 고성(古城)에서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가 이날 막을 내렸다. 전 세계 18~32세 성악가 24명이 모여 일주일 동안 경연을 치렀고 바리톤 리지하오(중국ㆍ22), 테너 조르주 비르반(루마니아ㆍ29), 테너 이기업(한국ㆍ31)이 1~3위에 입상했다.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 폐막 #화려한 성에서 꿈꾸듯 경연, 제네시스로 이동 #"단순히 1등 상 주고 끝내고 싶지 않아 욕심냈다"

조수미가 이름을 걸고 연 첫 콩쿠르였다. 그는 “4년 전 대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젊은 성악가들을 도와주자, 많은 기회를 가지게 해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이를 위해 조수미는 이번 대회를 독특한 방식으로 조직하고 이끌었다. “일주일 동안 욕심을 엄청 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특별한 대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했나요?

“예비 단계인 영상 심사에 500명이 47개국에서 지원했어요. 너무 놀랐죠. 수준이 엄청나게 높았거든요. 프랑스로 오게 될 24명을 선발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중에 8명을 또 최종 진출자로 뽑았단 말이죠. 16명이 떨어진 거예요. 너무 아쉬워서 계획에 없던 콘서트를 열었어요. 청중에게 앱을 깔게 하고 투표를 시켜서 한 명을 추가로 파이널에 올렸죠.”

보통 대회에는 없는 특이한 일이었네요.

“그런데 이번엔 15명의 실력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기회를 또 주자, 룰을 벗어나 보자 하면서 저와 심사위원장이 한 명씩 골랐어요. 그래서 결국 11명이 결선에서 노래하게 됐죠.”

콩쿠르는 냉혹한 평가의 장이지 않나요.

“저는 이 대회의 이름을 ‘드림 컴페티션 인 드림 캐슬(Dream competition in dream castle)’이라 붙였어요. 젊은 성악가들이 많은 걸 경험하고, 더 노래할 수 있는 꿈을 지니고 가기를 원했어요. 대회뿐 아니라 공개 레슨, 제 독창회, 갈라 콘서트 같은 여러 행사를 열심히 열었어요.”

젊었을 때 대회를 많이 나가셨죠.

“그럼요. 제 경력은 콩쿠르로 시작됐죠. 비오티, 베로나, 나폴리,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별 콩쿠르를 다 했어요. 경제적으로 좋은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콩쿠르 상금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했어요. 그때는 싼 호텔에서 지내면서 점심도 못 먹고 경연장에 걸어가서 빵 먹고 노래하고 그랬죠. 제 콩쿠르 참가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어떻게 해주셨나요.

“루아르 지방 ‘페르테 앙보’ 성에서 대회를 열었는데 주변에 아주 근사한 부잣집이 많아요. 참가자 2명씩 엄청난 별장에서 홈스테이하게 했어요. 수영장에 마구간에… 멋진 곳들이었죠. 또 현대차에서 제네시스 6대를 제공해줘서 노래하러 올 때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어요.”

첫 대회인데 지원자도 후원사도 많아 상금(1위 5만 유로)이 높았습니다. 비결은 뭔가요.

“저도 콩쿠르 개최는 처음이잖아요. 너무 두려웠어요. 3월 지원자 모집 첫날인데 영상 신청이 딱 5명 온 거예요. 큰일 났다 싶었죠. 그런데 한 달쯤 지나니까 하루에 100명씩 들어오더라고요. 특히 중국에서 180명이 지원을 했어요. 도저히 영상으로 볼 수가 없어서 제가 중국에 가서 노래를 들었을 정도였죠. 모든 과정에서 하늘이 도왔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요.”

어떤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평가했나요?

“제가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지 명확했어요. 노래 잘하는 건 기본이죠. 그다음에는 사람 됨, 문화적 기반을 봤죠. 어떤 주제로도 대화가 가능한 예술가를 찾았어요. 무엇보다 본인이 음악을 왜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생각이 있는 사람이어야 했죠.”

그런 사람이 많았나요?

“완전히요! 요즘 성악가들 정말 노래를 너무 잘하고 전부 이미 스타예요. 모든 면이 패키지로 갖춰진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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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 =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방의 고성(古城) ‘샤토 드 라 페르테 엥보’(Chateau de La Ferte-Imbault)에서 열린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 결선에서 조수미가 초대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좌측부터 3위 이기업, 1위 지하오 리, 2위 조지 이오누트 비르반 2024.7.13/뉴스1

입상자들은 어떤 혜택을 받게 되나요?

“1등 해서 상 받고 끝? 이건 정말 아니죠. 그래서 이번 심사위원으로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캐스팅 감독,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예술 고문, 음반사 워너 뮤직의 대표를 불렀어요. 앞으로 노래할 기회를 충분히 주고 싶었죠. 아, 통화하기 30분 전쯤 결정된 건데 1등 한 친구를 스칼라 극장 디렉터가 정말 마음에 들어해서 이탈리아로 초청하겠다네요.”

1회를 마치고 어떤 기분이신가요.

“저는 큰 그림을 그리고 계획을 세우며 사는 편인데, 그걸 오늘 이룬 거죠. 최근 10년 동안 여러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하게 되면서 젊은 성악가 도와주는 계획이 생겼어요. 전 세계 지원자 500명 중 350명 정도가 ‘어려서 조수미 노래를 들으며 꿈을 키웠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그래도 지금껏 잘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수미 콩쿠르는 2년 후인 2026년 다시 열린다. 조수미가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리골레토’의 질다 역할로 데뷔한 지 꼭 40주년이 되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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