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수미 “후배들 노래에 눈물 안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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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왼쪽 셋째)가 13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초대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3위 이기업, 1위 리지하오, 조수미, 2위 조르주 비르반. [뉴스1]

“결선에서 노래를 듣는데 기쁨의 눈물이 멈추지를 않더라고요.”

13일 프랑스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며 전화를 받은 소프라노 조수미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방의 고성(古城) ‘페르테 앙보’ 성에서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가 이날 막을 내렸다. 전 세계 18~32세 성악가 24명이 일주일 동안 경연을 치렀고 바리톤 리지하오(중국·22), 테너 조르주 비르반(루마니아·29), 테너 이기업(한국·31)이 1~3위에 입상했다.

조수미가 이름을 걸고 연 첫 콩쿠르였다. 그는 “4년 전 대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며 “젊은 성악가들에게 많은 기회를 갖게 해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수미는 “일주일 동안 욕심을 엄청 냈다”고 말했다.

‘특별한 대회’ 어떻게 진행했나요.
“예비 단계인 영상 심사에 500명이 47개국에서 지원했어요.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 놀랐어요. 프랑스에 올 24명을 뽑는 것도 힘들었는데 8명 최종 진출자를 추리면서 떨어진 16명의 실력이 너무 아쉬워서 계획에 없던 콘서트를 열었어요. 거기서 청중 온라인 투표로 한 명을 추가하고, 저와 심사위원장이 한 명씩 더해 결국 11명이 결선에 올랐죠.”
콩쿠르는 냉혹한 평가의 장이지 않나요.
“이 대회의 이름을 ‘드림 컴페티션 인 드림 캐슬(Dream competition in dream castle)’이라 붙였어요. 젊은 성악가들이 더 노래할 수 있다는 꿈을 품고 가기를 원했어요.”
젊을 때 나갔던 콩쿠르와 이번 대회, 뭐가 달랐나요.
“제 경력은 콩쿠르로 시작됐죠. 비오티, 베로나, 나폴리,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별 콩쿠르를 다 했어요. 좋은 형편이 아니어서 콩쿠르 상금의 도움을 받아야 했어요. 싼 호텔에서 지내며 점심도 못 먹고 경연장에 걸어가 빵 먹고 노래하고 그랬죠. 제 콩쿠르 참가자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랐어요. 콩쿠르 현장 주변에 근사한 부잣집이 많아요. 참가자 2명씩 엄청난 별장에서 홈스테이하게 했어요.”
첫 대회인데 지원자도 많았어요.
“첫 콩쿠르라 너무 두려웠어요. 3월 영상 신청 첫날, 딱 5명 온 거예요. 큰일 났다 싶었죠. 그런데 한 달쯤 지나니까 하루에 100명씩 들어왔어요. 특히 중국에서 180명이 지원했어요. 도저히 영상으로 볼 수 없어서 중국에 가서 노래를 들었죠. 하늘이 도왔다고 할 수밖에요.”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나요.
“노래 잘하는 건 기본이죠. 그 다음에는 사람 됨, 문화적 기반을 봤죠. 어떤 주제로도 대화가 가능한 예술가, 무엇보다 본인이 음악을 왜 하는지 생각이 확실한 사람이어야 했죠.”
입상자들은 어떤 혜택을 받나요.
“1등 해서 상 받고 끝? 이건 정말 아니죠. 그래서 심사위원으로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캐스팅 감독,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예술 고문, 워너 뮤직 대표를 불렀어요. 앞으로 노래할 기회를 충분히 주고 싶었죠. 아, 통화하기 30분 전쯤 결정된 건데 1등 한 친구를 라스칼라 극장 디렉터가 이탈리아로 초청하겠다네요.”
1회를 마친 기분은요.
“지원자 500명 중 350명 정도가 ‘조수미 노래를 들으며 꿈을 키웠다’고 했어요. ‘내가 그래도 지금껏 잘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조수미 콩쿠르는 2026년 다시 열린다. 그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한 지 꼭 40주년 되는 해가 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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