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인디언’ 아니죠! 북미대륙의 진정한 주인 만나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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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현재·미래 잇는 북미 원주민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

우리가 흔히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미 원주민을 뜻하는 말로,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북미 대륙에 도착해 놓고 인도로 착각해서 나온 말이죠. 원래 지역에 살던 종족, 개척지 또는 이주지 이전부터 살고 있던 사람들을 원주민이라고 합니다. TV 다큐멘터리 속 그들의 삶을 보거나 해외여행을 가서 원주민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을 하며 그들과 만났을 수 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최근 대표적인 원주민 중 하나인 북미 원주민의 삶과 생각을 알 수 있는 전시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이 열린다는 소식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북미 원주민 이야기,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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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민·이준호·이성빈(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북미 원주민의 다양한 문화와 세계관을 알려주는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를 찾았다.

‘인디언’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머리를 독수리 깃털로 장식한 추장, 영화 ‘기생충’에도 나오는 삼각뿔 형태의 인디언 텐트라고 불리는 티피 텐트, 혹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나 유명 과자 이름이 떠오르기도 할 겁니다. 여기서 좀 더 알고 있다면 원래 살던 곳에서 쫓겨난 원주민이라는 생각까지 할 수 있죠. 그런데 우리에게 익숙한 ‘인디언’은 적합한 용어가 아니에요.

콜럼버스는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의 후원으로 산타마리아호를 비롯한 범선 세 척을 이끌고 인도를 찾아 항해를 나섭니다. 중앙아메리카 섬에 도착한 그는 이곳을 인도로 착각하면서 그곳 원주민들을 인디언이라고 불렀죠. 콜럼버스가 발견한 아메리카는 주인 없는 빈 땅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2000여 원주민 부족들이 저마다 터를 잡고 살고 있었어요. 아메리카 대륙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할 수 있죠. 인디언은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산물이니 좀 더 정확한 용어 ‘원주민 미국인’을 사용하는 게 좋아요.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요즘 생태계 위기를 겪으며 원주민 미국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해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노력해 온 세계관과 그것에 기반을 둔 삶의 방식에서 현대인들이 배울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에서는 인디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인디언은 오랫동안 여러 원주민 부족들을 한꺼번에 부르는 말로 사용됐어요. 지금도 미국 땅에만 570개가 넘는 다양한 부족들이 있습니다. 이 많은 부족의 삶과 문화를 인디언이라는 단어로 한 번에 설명할 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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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민·이준호·이성빈(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장을 방문해 우리가 잘 몰랐던 북미 원주민 이야기를 살펴보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김혁중 학예사가 “이번 특별전은 오래전부터 그 땅에 살아온 사람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북미의 다양한 부족들을 ‘북미 원주민’이라 부릅니다”라고 했죠. 이준호 학생기자가 “전시 제목이 인상적인데 이렇게 지은 이유가 있나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이잖아요. 과거형으로 인디언이라는 용어가 잘못됐다는 것도 알려주고, 인디언 문화라고 하면 추장 머리 장식이라든지 단편적인 내용만 알고 있는데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미로 제목을 짓게 됐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덴버박물관과 공동 기획한 이번 특별전에서는 북미 원주민의 다양한 문화와 세계관을 보여주는 151점의 전시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우리가 인디언으로 불렀던 이들이 과거에 사라진 이들이 아니라, 깊이 있고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조명하죠. 서울 전시를 마친 후에는 부산시립박물관에서 순회전시를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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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때부터 자연을 바라보며 주변 세계를 관찰하고 자연의 기운을 눈·코·입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 요람. 덴버박물관

1부는 북미 원주민에게 자연이 갖는 의미가 담긴 아기 요람으로 시작해요. 원주민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아이들에게 자연은 가장 큰 선생님입니다. 이런 생각은 아이가 태어나면 태우는 요람에도 담겨 있는데요. 얼굴만 내놓을 수 있는 요람에서 갓난아기 때부터 자연을 바라보며 주변 세계를 관찰하고 자연의 기운을 눈·코·입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죠. 요람은 말에 매거나 수직으로 세울 수 있게 만들어 어디든 데리고 다녔기에 아이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일상적인 일과 의식에 참여하며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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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원주민에게 자연은 위대한 존재고, 아이들의 가장 큰 선생님이라는 생각은 아기 요람에도 담겨 있다. 에드워드 S 커티스의 ‘압사로가족 어머니와 아이’. 미국국회도서관

북미 원주민들은 지역·부족마다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같았어요. 세상이 모두 동그랗고 그 안에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죠. 과거·현재·미래 같은 시간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 죽은 사람의 영혼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옆에서 함께 있다고 여겼죠. 또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너와 나의 관계, 조상과의 관계, 미래 세대와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초자연적 존재와의 관계 등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조화롭게, 균형 있게,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했죠.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다 보니 자연환경이나 동물·식물들의 작은 변화도 잘 알아차렸어요. 이런 생각들은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 달력에서도 알 수 있죠. “우리처럼 1월 2월 3월이 아니고 각자의 계절을 표현하는 게 있었대요. 예를 들어 하이다족은 6월을 얘기할 때 ‘산딸기 익어가는 달’ 이렇게 얘기했고, 9월의 경우 체로키족은 ‘과일이 끝나는 달, 열매를 따서 말리는 달’, 위심람족은 10월을 ‘카누 타고 여행하는 달’ 이렇게 자연의 일부를 따서 그달을 표현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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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람들이 북미 대륙으로 건너와 정착한 이후 달라진 원주민의 삶을 다룬 회화와 사진을 살펴보고, 김혁중(맨 오른쪽) 학예사에게 원주민이 겪었던 일들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단.

북쪽 알래스카에서 남쪽 뉴멕시코에 이르는 광활한 북미 대륙에는 570여 개의 부족이 있고 부족 수 만큼 다양한 문화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기후와 지리적 특성 때문인데요. 북미는 땅이 아주 넓어서 1년 내내 추운 곳, 항상 따뜻하고 비가 많이 오는 곳, 풀이나 모래로 덮인 곳 등 지역마다 날씨가 다릅니다. 날씨가 다른 곳에 사는 원주민들은 언어나 습관도 달라 크게 10개의 문화권으로 나눌 수 있죠. 이번 전시에서는 43개 부족의 공예와 회화를 비롯한 다양한 물품을 통해 자연과의 교감과 조화와 균형의 가치관이 그들이 만든 집과 옷, 일상용품과 의식뿐 아니라 구전으로 전해지는 말 속에 담겨 있음을 살펴볼 수 있어요. 이들이 사는 지역이 표시된 지도도 전시됐죠. 이성빈 학생기자가 “북미 대륙에 사는 원주민 부족 중 가장 인상적인 부족은 어디인가요”라고 궁금해했죠. “다 소중한 사람들인데 체로키족이 인상적이긴 해요. 북미 원주민들은 글자가 없는데 체로키족은 이주민과 접촉하면서 알파벳을 이용해 체로키어를 만들기도 하고 이주민의 문화를 습득해서 자기화하려고 노력했던 터라 기억에 많이 남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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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중앙에는 원주민의 보금자리, 티피가 전시되어 있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모든 것은 선물이자 축복이었습니다. 북미 원주민들은 자연의 관대함에 늘 감사하고 존경을 표했죠. 환경에 따라 한곳에 정착해 농사를 지은 부족도 있지만 대평원 사람들처럼 정착하지 않고 들소를 쫓아 이동하며 살았던 이들도 있었어요. 대평원 원주민의 들소 사냥을 면직물에 묘사한 그림도 볼 수 있었는데요. 들소는 대평원에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보금자리 ‘티피’를 만드는 가죽, 추운 겨울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는 따뜻한 털, 도구를 만드는 뼈 등을 아낌없이 주는 데다 영적인 의식을 행하는 데도 중요한 매개체였습니다. 들소는 희생의 상징이었고 들소처럼 남에게 어떠한 보답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을 가장 존경받는 행동으로 여겼어요. 원주민들의 삶에서 너무나 중요한 들소는 이주민들의 무차별적인 사냥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죠. 1879년에는 들소가 단 100마리만 남게 되는데, 이런 고의적 행동은 많은 원주민을 굶주리게 했고 그들의 문화적·종교적 삶의 방식을 무너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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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원에 사는 부족들은 들소 떼를 따라서 빠르게 이동해야 했기에 조립과 해체가 간편한 집인 티피를 만들었다. 땅바닥에 나무 말뚝을 박고 그 위에 들소 가죽을 덮는 형태로 19세기 후반 들소의 수가 줄며 캔버스 천으로 대체됐다. 덴버박물관

전시장 중앙에는 원주민의 보금자리, 티피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대평원에 사는 부족들은 들소 떼를 따라서 빠르게 이동해야 했기에 조립과 해체가 간편한 집을 만들었어요. 티피는 땅바닥에 나무 말뚝을 박고 그 위에 들소 가죽을 덮는 형태인데, 19세기 후반 들소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캔버스 천으로 대체됐죠. 티피 겉면에는 주로 부족의 주요 사건이나 개인의 경험 등이 그려졌어요. 티피의 둥근 바닥은 대지를 의미하고 가운데 세운 기둥은 땅과 하늘을 이어준다고 여겼죠.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티피가 모인 모습은 큰 원을 이루고, 그 안에 개별 가족의 티피가 작은 원을 그립니다. 원으로 연결된 모양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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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피 전시물 옆에는 실제 형태와 재질을 최대한 살려 모형으로 제작한 촉각 체험전시물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어린이박물관과 협업하여 촉각 체험, 어린이용 설명, 모바일 놀이를 곳곳에 마련했어요. 보고 듣고 만지고 맞추며 ‘놀이하듯 재밌게’ 북미 원주민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구성했죠. 티피 전시물 옆에는 실제 형태와 재질을 최대한 살려 모형으로 제작한 촉각 체험전시물이 있었어요. 이영신 학예사가 “전시품이 이렇게 옆에 있으면 솔직히 궁금해서 만져보고 싶잖아요. 근데 만질 수 없으니까 어떤 느낌인지 질감을 느껴보라고 모형을 만들어봤어요. 만약 시각장애인이라면 눈을 감고 만졌을 때 티피가 어떤 모양인지 어떤 재질인지 느낄 수 있게 한 거예요.” 전시 설명에 어린이 설명글도 같이 있는 게 인상적입니다. “전시를 보면 패널에 설명글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읽기 힘들잖아요. 어린이들이 보는 쉬운 설명글과 함께 해시태그를 붙여 해시태그만 읽어도 내용을 유추하고 생각해볼 수 있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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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신(맨 왼쪽) 학예사가 QR코드를 활용한 북미 원주민 체험 콘텐트를 보여주고 있다. 질문의 답을 맞히면 나만의 북미 원주민을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을 하나씩 획득할 수 있다.

QR코드를 활용한 북미 원주민 체험 콘텐트도 눈에 띕니다. 어린이 설명글 옆에 있는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인식하면 “티피는 어느 지역의 보금자리일까요?”처럼 전시품과 관련된 질문을 주죠. “여러분이 이것만은 알았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을 몇 가지 뽑아서 게임처럼 만들었어요. 질문의 답을 맞히면 나만의 북미 원주민을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을 하나씩 획득할 수 있죠.”(이) 소중 학생기자단도 섹션마다 질문의 답변을 입력하며 아이템을 얻느라 바빴죠. 이렇게 직접 체험하며 전시를 즐기면 재미도 있고 생각을 더 확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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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쉽고 편하게 타기 위해 만든 안장·고삐 같은 도구에 그려진 다양한 무늬와 색깔로 그들의 문화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구슬로 화려하게 장식한 말 꾸미개, 긴 창을 보관하기 위한 통, 안장깔개 등으로 장식된 말 모형.

대평원 지역 원주민들은 16세기 이후부터 스페인에서 온 말을 타고 들소를 사냥했어요. 말이 사냥이나 전투의 중요한 동반자이면서 신분이나 부를 상징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죠. 북미 원주민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말을 길들여 탈 수 있게 되기까지 다양한 말갖춤을 만들었습니다. 말을 쉽고 편하게 타기 위해 만든 안장·고삐 같은 도구에 그려진 다양한 무늬와 색깔로 그들의 문화를 상상해 볼 수 있죠. 구슬로 화려하게 장식한 말 꾸미개, 긴 창을 보관하기 위한 통, 안장깔개 등으로 장식된 말 모형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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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이글루 등 북미 원주민의 보금자리를 실제 형태와 재질을 살려 모형으로 제작한 촉각 체험전시물을 통해 북미 원주민이 살던 지역과 환경,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북미 원주민의 집 하면 텐트 형태인 티피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자연환경만큼이나 집의 모습 또한 매우 다양해요. 북극은 이글루, 북동부는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롱하우스, 북서 해안은 삼나무를 이용한 판잣집인 플랭크하우스, 남서부에는 진흙과 지푸라기로 만든 집인 어도비, 남동부는 고상가옥인 치키 등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날씨에 적합한 집을 지었어요. 어도비는 건조한 환경에 적합하여 1000년 이상 된 집도 있습니다. 이글루는 연중 매우 춥고 강한 바람이 부는 북극에서 눈으로 만든 벽돌을 쌓아 만들었는데, 눈은 무수한 구멍에 공기를 머금어 북극 사람을 따뜻하게 지켜줄 수 있죠. 어도비·이글루는 촉각 체험전시물로 만들어져 만져보며 북미 원주민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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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호족의 뛰어난 직조 기술로 만든 직물은 주로 어깨에 걸치는 덮개나 바닥에 까는 깔개로 사용했다.

공예 문화에서 자연환경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평원 지역에서 사는 부족은 들소를 이용해 옷과 사냥 도구를 만들었어요. 추운 곳에서 사는 부족은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따뜻한 옷을 잘 만들었죠. 그들은 자연에서 나오는 재료로 물건을 만들었고, 자연을 나타내는 무늬를 토기나 바구니에 새겨 넣었어요. 특히 나바호족은 직조 기술이 뛰어납니다. 직물은 주로 어깨에 걸치는 덮개나 바닥에 까는 깔개로 사용했는데, 덮개는 중요한 교역 물품이기도 했죠. 직물은 처음에 줄무늬만 있다가 이후 직사각형·사각형·삼각형·다이아몬드 무늬 등으로 변화했고, 다양한 색실을 이용해 기차나 미국 국기 같은 새롭고 복잡한 무늬도 새겼어요. 족장 덮개부터 현대 직물까지 화려한 색상의 직물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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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북서부 해역에 서식하는 넙치를 닮은 바다 괴물인 냄지옐라가유를 상징하는 기둥. 콰콰케와크족의 구리 방패 깨뜨리기 의식에 사용됐다. 덴버박물관

북극 사람들은 카약을 타고 바다로 나가 동물을 사냥했어요. 그들이 사용한 작살과 손목 보호대에는 동물을 상징하는 무늬가 새겨졌죠. “자연을 소중히 여기다 보니 손목 보호대라든지 사냥 도구에 자기들이 사냥했던 동물들의 넋을 기리는 표시들을 많이 했대요.”(김) 북서부 지역은 바다와 가깝고 산과 숲이 많아 다양한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하이다족 등 여러 부족은 복잡하고 독특한 무늬를 집의 정면이나 토템 기둥, 모자 등에 새기거나 그려넣었죠.그중 의식용 기둥이 눈에 띕니다. 태평양 북서부 해역에 서식하는 넙치를 닮은 바다 괴물인 냄지옐라가유를 상징하는 기둥으로, 캐나다 태평양 연안 지역에 사는 콰콰케와크족의 의식에 사용됐죠. 그들은 수 세기 동안 구리로 만든 방패를 깨뜨리는 의식을 치러왔는데, 구리 방패를 부수기 위한 모루로 쓰인 거예요. “이 의식은 선물 나눔 축제인 포틀래치 기간에 행해졌어요. 이 사람들은 부유하면 부유할수록 포틀래치라고 축제를 열어서 자기의 재산을 사람들한테 아낌없이 나눠주거나 아니면 그 사람들 보는 앞에서 자기 재산을 파괴하는 의식을 했대요.”(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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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즈퍼스족 원주민의 ‘존경의 상징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 부족을 위해 큰일을 하거나, 부족 안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만 쓸 수 있었다. 덴버박물관

북미 원주민은 세상이 둥근 원처럼 서로 동그랗게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죠. 북미 원주민의 원형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은 원형 전시장에서 가장 시선을 모으는 건 공간의 중앙에 크게 자리 잡은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입니다. 북미 원주민의 머리 장식은 지역에 따라 만든 재료와 모양이 다양해요. 서부 지역이나 캘리포니아에 살던 부족들은 붉은 딱따구리 깃털로 만든 머리 장식을 썼습니다. 북동부의 오대호 지역에 사는 부족은 수달 꼬리로 머리 장식을 만들었죠. 이렇게 다양한 머리 장식이 있는데도 이주민들은 북미 원주민은 독수리 깃털로 만든 머리 장식만 사용한다고 생각했어요.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은 부족을 위해 큰일을 하거나, 부족 안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만 쓸 수 있었습니다. “추장 머리 장식의 독수리 깃털이 굉장히 길죠. 처음엔 이렇게 길지 않고, 같이 있는 사람들한테 존중받는 행위를 많이 하고 그런 공동체를 지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독수리 깃털을 이렇게 길게 할 수 있었죠.”(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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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의 앞니로 장식한 드레스, 말을 타고 달리는 전사들이 그려진 예복 등 다양한 원주민들의 의복을 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지역별 원주민들의 의복과 공예품도 살펴봤습니다. 그중 대평원 지역 오체이티샤코윈(수)족의 독수리와 청둥오리 깃털로 장식한 드레스가 의미 있는 옷이라고 했죠. 드레스의 등 부분에는 독수리 깃털, 청둥오리 깃털이 장식됐는데, 드레스의 주인이 어린 시절에 ‘훈카’ 의식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죠. 훈카 의식은 한 사람이 입양된 것을 기념하는 의식입니다. “모두 가족같이 잘 지냈기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해서 양육자가 없을 때 공동체가 나서서 함께 키워줬대요. 그런 의미 있는 표시인데 이런 거를 자기 옷에 표현할 정도로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해요.”(김) 옆에는 거대한 사슴의 일종인 엘크의 앞니로 장식한 드레스가 보였습니다. 이 학예사가 “커다란 엘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부인이나 여성들이 입었다고 해요. 이 옷을 입는 것 자체가 자기의 지위가 높다는 거를 알려주는 거죠. 설명글에 있는 #여성 #사슴이빨 #드레스 #부 #지위 해시태그만 봐도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어요”라고 얘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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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솜씨를 지닌 포모족이 다양한 새의 깃털로 장식한 바구니도 살펴볼 수 있다. 주로 선물로 교환하거나 의식에서 사용했다. 덴버박물관

훌륭한 솜씨를 지닌 포모족의 다양한 새의 깃털로 장식한 바구니도 살펴봤어요. 그들은 바구니 제작을 위해 식물 재료와 딱따구리·들종다리·청동오리와 같이 색상이 아름다운 새의 깃털을 세심하게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재료로 바구니를 짜면서 깃털을 하나씩 꿰매어 붙이고 어떨 때는 깃털로 바구니 표면을 완전히 덮기도 했죠. 포모족의 삶에서 바구니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에요. 선물로 교환하거나 의식에서 사용했는데, 갓 태어난 여자아이는 외가 친척들에게서 깃털로 덮인 바구니를 받았고, 결혼할 때 시어머니에게 바구니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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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를 활용해 북미 원주민 체험을 하면서 만든 나만의 원주민 캐릭터를 화면에 띄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들도 이곳에서 직접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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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캐릭터가 다른 원주민 친구들과 함께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QR코드를 활용해 북미 원주민 체험을 하면서 만든 나만의 원주민 캐릭터를 화면에 띄울 수 있는 공간도 있었어요. 나의 캐릭터가 다른 원주민 친구들과 함께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죠.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들도 이곳에서 직접 해볼 수 있습니다. 원주민 예술가들은 종교적인 표현의 하나인 춤을 비롯하여 여러 의식의 극적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수확과 관련된 의식, 태양 춤을 추는 사람, 질병과 적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의식 등이 그림에 담겼죠. 질병과 적을 막아주는 아파치족 왕관 춤 그림을 보면 사람들이 왕관처럼 생긴 탈을 쓰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들이 입은 독특한 옷과 탈은 ‘산 영혼들’이라는 정령을 나타내죠. 자연의 정령이나 부족의 수호신을 상징하는 조각인 ‘카치나’도 볼 수 있는데요. 비가 잘 안 오는 남서부 지역의 호피족은 비를 부르는 카치나를 조각했습니다.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한 사람들  

전시 2부는 유럽 사람들이 북미 대륙으로 건너와 정착한 이후 달라진 원주민의 삶을 회화와 사진을 중심으로 다뤄요. 이주민의 시선에서 본 북미 원주민의 모습, 미국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원주민이 겪은 갈등과 위기의 순간, 북미 원주민 스스로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됐죠. 유럽 이주민들과의 첫 만남은 낯설었지만 대체로 평화로웠어요. 원주민들은 낯선 땅에 온 이주민들을 도와주며 나눔과 배려, 조화와 공존의 삶을 추구했습니다. 유럽에서 온 이주민들도 원주민들을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죠. 하지만 이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주민이 옮긴 전염병은 많은 원주민의 목숨을 앗아갔고, 서로 다른 문화와 세계관이 충돌하면서 원주민들은 오래도록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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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이 그린 북미 원주민 운동가이자 지도자인 러셀 민스의 초상화. 덴버박물관

원지민 학생기자가 “새로운 개척자들이 온 후 북미 원주민이 겪었던 사건은 무엇이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넓은 땅에 온 이주민들이 탐욕을 부린 여러 사건 중에 골드러시라는 게 있죠. 황금이 발견된 지역에 사람들이 몰려든 건데, 원주민들은 사실 이런 거에 관심도 없었어요. 근데 이주민들은 금에 관심이 많으니까 그냥 뺏어가는 걸 넘어 거기서 잘살고 있는 사람들을 척박한 보호구역으로 이주시킨 거예요. 그러면서 많은 원주민이 목숨을 잃습니다. 여러분도 갑자기 고향에서 쫓겨나 그런 땅으로 가면 굉장히 화나겠죠. 그래서 이주민과 원주민이 싸우게 됩니다. 여기 서부 영화 ‘역마차’를 광고하는 일러스트가 있는데, 북미 원주민은 영화 내내 아무 이유 없이 정착민을 공격하는 야만인으로 묘사됩니다. 이런 이미지는 서부 개척을 장려하고 그곳에 사는 원주민을 쫓아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데 이용되었어요.”(김)

미국 사우스다코다주의 ‘운디드니’라는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있었던 슬픈 사건을 보여주는 그림도 시선을 모았죠. 1890년 12월 29일, 미국 육군 제7기병대 소속 군인들이 운디드니에서 남성·여성·어린이 등 약 300명을 학살한 겁니다. 원주민들은 대대로 살던 땅에서 쫓아내는 사람들에게 항의하고 자신들의 땅을 되찾기 위해 모였는데, 미군이 이를 막으려 하면서 비극이 일어났죠. 유튜브 채널 지식해적단과 협업한 ‘대륙횡단철도와 들소‘를 주제로 한 영상을 통해 북미 원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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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세뇨족 프리츠 숄더의 ‘인디언의 힘’이란 작품은 원주민이 가진 불합리함을 외부에 표출하고 원주민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강렬하게 그려졌다. 덴버박물관

북미 원주민들은 여러 갈등과 위기를 겪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등 변화가 불가피했지만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들이 전통을 계승하는 방식은 단순히 과거의 재현에 그치지 않으며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재창조하여 그 가치를 전하죠.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이나 조각·회화·사진과 같은 예술품으로 전통적인 주제를 표현하거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기도 합니다.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원주민에 대한 잘못된 생각, 원주민이 겪는 차별을 바로잡기 위해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있죠. 작가 제임스 루나는 원주민이자 멕시코 사람으로서 차별을 겪은 경험을 작품으로 표현했어요.

‘반은 인디언, 반은 멕시코인’ 작품은 세 장의 사진이 콧수염과 장신구, 머리 길이에 따라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변하는지를 물어봅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미국 사람들이 북미 원주민과 멕시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기를 제안하죠, “루이세뇨족의 프리츠 숄더는 현대 원주민 문제에 관심을 갖고 원주민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인디언의 힘’이란 작품은 원주민이 가진 어떤 불합리함 이런 것들을 외부에 표출하고 원주민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강렬하게 그려졌죠.”(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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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인디언, 반은 멕시코인’ 작품은 세 장의 사진이 콧수염과 장신구, 머리 길이에 따라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변하는지를 물어본다. 덴버박물관

마지막으로 북미 원주민들의 지혜로운 말, 속담 등의 잠언도 살펴봤어요. 전시장 곳곳에서 가수 양희은의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원주민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죠. 세상을 바라보는 북미 원주민의 시선은 경쟁과 갈등 속을 살아가느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안겨줍니다. 성빈 학생기자가 “이번 전시로 오늘날 크고 작은 갈등을 해소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소개글을 봤는데 북미 원주민에게 어떤 부분을 배울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내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한데 이들의 잠언을 보면 평등이나 관계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 얘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상대방이 왜 나한테 그러는지 내가 왜 저 사람한테 그러는지 충분히 이해되겠죠.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좀 더 너그러움을 가질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고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등·동등을 강조하는 잠언들을 보다 보면 우리가 쓰는 자연도 빌려온 거라고 생각을 하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원주민의 말에 대지를 잘 보살펴라 자연을 잘 보살피라는 얘기들이 많은데 다음 세대를 생각해서 자연을 아껴 써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김)

북미 원주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나누는 인사 ‘미타쿠예 오야신’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인사는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담고 있어요. 모든 생명은 땅의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형제이고 자연은 다음 세대와 나눠야 하는 거죠. 낯선 이들을 만나 갈등과 위기를 겪으면서도 이들이 소중하게 지켜온 가치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지혜로운 북미 원주민의 문화에 귀 기울인 시간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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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기간 10월 9일(수)까지)
장소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수·토 오후 9시까지, 30분 전 입장 마감)
관람료 성인 1만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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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민·이준호·이성빈(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북미 원주민의 다양한 문화와 세계관을 알려주는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를 찾았다.

북미 원주민에 관한 책을 여러 번 봤는데, 슬프기도 했어요. 이주민들이 와서 원주민들을 죽이는 잔인한 행동을 했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흔히 쓰는 ‘인디언’이라는 이름이 콜럼버스의 착각이었다는 것도 놀라웠죠. 북미 원주민들의 예술 작품과 그들의 삶을 보며 원주민의 지혜에 놀라웠고, 갈등과 위기를 겪으면서도 자신들의 가치를 지켜온 게 멋있다고 느껴졌습니다.
- 원지민(경기도 동탄목동초 4) 학생기자

취재 전 동화와 영화로 접했던 인디언, 북미 원주민은 가죽으로 만든 세모 텐트에서 생활하며 과일을 따 먹는 과거의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늘 취재를 통해 다양한 얘기를 알게 되었죠. 집의 형태는 천으로 만든 티피뿐만 아니라 둥근 모양의 이글루 등 지역과 기후에 따라 다양했죠. 그림으로 봤던 추장의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은 존경받는 사람만 할 수 있는데 실물로 보니 생각보다 더 화려하고 위엄이 느껴졌죠. 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려고 하는 인디언들에게서 배울 것이 참 많다고 생각했어요.
- 이성빈(경기도 산의초 4) 학생기자

북미 원주민은 570여 부족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기후와 다양한 문화 속에서 살았던 것이죠. 무엇보다 많은 부족이 골드러시 때문에 터전을 잃고 보호구역으로 강제 이동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북미 원주민들은 모든 것을 자연에서 얻고 있었는데 착취하지는 않았어요.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보호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저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동행취재=원지민(경기도 동탄목동초 4)·이성빈(경기도 산의초 4)·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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