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년 강제 연장, 일부 대기업 근로자만 효과…노동시장 유연화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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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 공동토론회. 노동연구원 제공

법정 정년을 강제로 연장하면 일부 대기업 근로자만 효과를 보고,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대신 제도 개선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5일 한국노동연구원과 KDI가 공동 주최한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연구위원은 이날 ‘초고령사회와 노동시장’ 발제를 통해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 아래서 정년만 강제적으로 연장할 경우, 향후 인력난에 대응하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노동시장 변화 없이는 실질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한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기준으로 생애 주직장에서 정년퇴직하는 비중은 64세 임금근로경험자 중 남성은 26%, 여성은 7%에 불과했다. 직종도 주로 관리·전문·사무직 혹은 일부 생산직이었다. 한 연구위원은 “정작 인력난 해소가 필요한 돌봄서비스·운송업 등 부문이나 소득 공백 극복이 필요한 계층에선 정년퇴직 비중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 도입 사례를 분석해보면 정년연장 대상자의 근로기간 연장 효과는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찰됐고,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경합도 나타났다. 당시 60세 정년 도입으로 55~60세 수혜자 1명이 증가한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15~29세 고용은 평균 0.2명 정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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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한 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에 앞서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규직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 보호의 차별성을 축소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공공 부문부터 연공서열보단 성과를 중심으로 한 직무 평가·보상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민간 부문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며 “생산성과 지나치게 괴리되지 않은 임금, 예측할 수 있고 합리적인 수준의 고용 보호로 점진적으로 이행해 정규직 노동수요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다른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부원장은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작동하려면 법은 최소한만 규정하고, 현장 노사의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 등 다양한 근로조건 관련 사안들이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동법은 정해진 근로 장소와 시간, 지휘명령에 따른 수동적 근로자상을 전제로 한 전통적 노동법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 “AI로 일자리 341만개 대체”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장은 이날 ‘AI 시대, 노동시장 전망과 과제’ 주제 발표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로 한국 전체 일자리의 약 12%가 대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특허정보를 활용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 국내 일자리 중 12%에 해당하는 약 341만개는 AI 기술로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오 팀장은 “새로운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며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대체 논의를 벗어나 AI를 활용한 생산성 증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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