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첫 취업까지 11개월 '역대 최장'…공무원보다 사기업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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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공무원 인기가 확실히 예전만 못하죠. 소방·경찰직을 제외하면 주변에서 일반직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요.”

1년 반째 경찰공무원(9급)을 준비 중인 취업준비생 채모(27)씨가 한 말이다. 채씨는 “특별히 사명감이 있는 게 아니라면 공무원은 돈도 적게 벌고 사회적 평판도 안 좋아 취준생들이 기피한다. 당장 코딩을 1년 공부하고 회사에 취직하면 워라밸이나 연봉이 훨씬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보다 사기업(일반기업체) 취업을 더 많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청년층의 공무원 선호도가 2위로 내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29세 청년층 취업준비생 56만5000명 중 일반직 공무원(소방·경찰직, 군무원 포함)을 준비한다고 답한 이는 13만1000명(23.2%)으로 집계됐다. 1년 전(18만6000명)보다 약 30% 줄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사기업 준비생은 전체 취준생의 29.7%(16만8000명)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박봉인 공무원보다 사기업 취업 선호  

2006년만 해도 41%에 달하던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비율이 급격히 떨어진 건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와 수직적인 조직 문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9급 초임(1호봉) 공무원의 월평균 급여액은 222만2000원(세전)으로 민간 최저임금보다 16만원 많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2011년만 해도 93.3대 1이었던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올해 21.8대 1까지 떨어졌다.

공공부문에 필요한 인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지만,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마냥 부정적으로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간 지나치게 공공부문으로 쏠렸던 인재가 민간부문으로 재배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고단한 취준생…취준 기간 11.5개월로 역대 최장

전체적인 청년 취준생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대학 졸업자(3년제 이하 포함)의 평균 졸업 소요기간은 51.8개월 1년 전과 비교해 0.5개월 늘었고, 청년들이 첫 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1.1개월 늘어난 11.5개월로 집계됐다. 두 통계 항목 모두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수준이다. 취업에 실패한 뒤 장기간 ‘백수’로 지내는 청년도 증가했다.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은 2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명 늘었고, 비중은 17.3%에서 18.5%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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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일자리의 질은 떨어졌다. 졸업 후 첫 일자리로 시간제 근로에 종사하는 청년층 비중은 1년 전보다 2%포인트 늘어난 23.4%로 확대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첫 일자리로 전일제가 아닌 아르바이트와 같은 시간제 근로를 택하는 청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첫 직장에서 받는 월급은 200만∼300만원 미만이 35.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고용 형태가 달라지면서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또 월급이 150만원 미만인 비중은 줄고 150만~300만원인 비중은 늘고 있어 질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 법학과 교수는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 원인으로 ▶경제 성장동력 저하 ▶기업 인력운영 방식 변화 ▶AI 등 디지털 발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결국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돼야 한다”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과감한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오랜 취준 기간을 견딜 수 있도록 구조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병훈 명예교수는 “장기간 지속된 취업 준비 과정을 못 견디고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의 주거·학비·금융 부채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하는데 유럽의 청년 보장정책(유스 개런티)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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