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베르사유의 장미』 원작자, 이순신·안중근을 일본에 소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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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원작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가 뮤지컬이 개막한 16일 공연장인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Ikeda Riyoko Production(이케다 리요코 프러덕션)

“장미 장미는 화사하게 피고/장미 장미는 순결하게 지네~.”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원작자 #日순정만화 전설 이케다 리요코 내한 #누적 2000만부 판매…한국도 신드롬 #마리앙투 아네트 전기에서 영감 #프랑스 정부,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여

만화를 안 본 사람도 주제가는 익숙할 것이다. 1993년 KBS 2TV로 애니메이션판이 방영돼 시청률 28%의 선풍적 인기를 끈 프랑스 혁명기 무대의 일본 순정만화가 한국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가 10월 1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을 올린다.
개막 당일인 16일 공연장을 찾은 원작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76)는 “원작을 연재한 게 반세기 전이다. 팬들도 나이든 분이 많은데, 이렇게 기억해주고 사랑해주고 한국에서 공연되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 어디를 가도 저같이 평범한 아줌마가 『베르사유의 장미』작가란 걸 아는 순간 엄청나게 환영해준다. 저작권을 맡고 있는 조카와 여동생이 오랫동안 잘 지켜준 덕”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역사 순정만화 안된다? 그리면서 절대 히트 확신" 

『베르사유의 장미』는 1972~79년 처음 연재된 이래 지금껏 전세계 누적 2000만부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 다른 대표작 『오르페우스의 창』과 함께 그를 일본 순정만화 전설의 반열에 올려놨다.
“'순정만화의 역사물은 성공할 수 없다'는 반대를 뚫고 메가 히트를 터뜨렸어요.『베르사유의 장미』1회를 그리면서 이 작품은 절대 히트할 거라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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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원작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가 뮤지컬이 개막한 16일 공연장인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Ikeda Riyoko Production(이케다 리요코 프러덕션)

프랑스 혁명사의 입체적 고증은 학창 시절 읽은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평전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1932) 영향이다. “이 만화 전까지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재정을 파산시킨 사람, 혁명을 초래한 나쁜 여자로만 알려졌다”는 그는 “제가 읽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순수하고 매력적이었다. 마지막 순간, 인생이란 무엇인가 깨닫고 고고하게 죽는 여인의 인생에 매료됐다”고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평전서 영향…프랑스 훈장 받아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은 프랑스 왕실 호위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난 오스칼(뮤지컬에선 배우 옥주현‧김지우‧정유지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딸 부잣집에서 아들로 키워져 왕실 근위대 장교가 된 그와, 죽마고우인 시종 앙드레 등 가상 인물들의 비극적 사랑에,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등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어우러지게 했다.
왕실‧귀족의 사치가 극에 달한 혁명 직전 화려한 상류사회 모습과 빈곤에 찌든 백성들의 생활상을 진정한 자유와 인간애를 향한 역사의 격류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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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에 영향을 준 츠테판 슈바이크의 평점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 사진 청미래

1970년대 한국에선 해적판으로 먼저 알려진 이 작품은 91년 대원동화를 통해 정식 출간되며 TV 만화영화까지 신드롬을 일으켰다. 영어‧아랍어‧튀르키예어‧프랑스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독일어‧러시아어‧중국어 등 만화‧애니메이션이 전세계에서 번역됐다. 2008년 프랑스 문화를 알린 공로로 프랑스 정부는 그에게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다.

남장 여자 군인 캐릭터 탄생 배경은 외할아버지 

당시 파격적이었던 남장 여자 캐릭터의 탄생 뒤엔 직업 군인인 외할아버지에게 어려서부터 군대 얘기를 듣고 자란 영향이 있었다. “프랑스 혁명 때 왕실 군대에서 민중 편으로 돌아선 민병대 대장을 그리고 싶었지만, 젊은 남자 군인이 뭘 생각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몰라 여자로 설정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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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배우 옥주현이 주인공인 프랑스 왕실 근위대 장교 오스칼을 연기하고 있다.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베르사유의 장미』는 ‘쉘부르의 우산’을 연출한 자끄 드미 감독이 실사 영화(1979)로 만들기도 했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일본 가극단 다카라즈카가 1974~2014년 공연한 뮤지컬 버전은 현지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이번 한국 창작 뮤지컬은 ‘모차르트!’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 유럽 뮤지컬을 한국에 맞게 도입해온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했다. 이성준 음악감독이 ‘나 오스칼’ ‘나를 감싼 바람은 내게만 불었나’ ‘베르사유의 장미’ 등 호소력 짙은 20여 곡의 뮤지컬 넘버 작곡을 겸했다.
만화가 활동과 더불어 47세에 음악대학에 늦깎이 입학해 성악가로도 무대에 서온 이케다 리요코는 “성악을 공부하며 성악가 조수미씨를 동경했다. 일본에서 K팝을 동경하고 흉내내는 사람도 많다”면서 이날 첫 공연으로 만날 한국 배우들의 춤‧가창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순신 장군·안중근 의사…역사 속 한일 관계 글로 써왔죠

한국 드라마 ‘태왕사신기’(MBC, 2007)의 일본판 만화를 그릴 만큼 친한파로 통하는 그는 한국과 일본의 콘텐트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것에 대해 “문화는 교류하면서 서로 좋은 점을 끄집어내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또한 역사로 들어가 한국과 일본이 이어지는 부분들을 조사하고 글로 써왔다”면서다. 일본에서 출간한 저서 『역사의 그림자 속 남자들』이 한 예다.
“일본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한국에는)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등 많은 영웅들이 있다. 일본어에도 옛날에 한국어였던 단어가 남아있다”면서 “그런 부분들을 만화가 아닌 글로도 써왔다. 일본 분들도 그것을 읽으며 좋아하고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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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공연 장면. 주인공 오스칼 역의 트리플 캐스팅 중 배우 옥주현이 연기한 장면이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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