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2.5%로 제시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3.2%로 기존 전망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끈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차츰 느려지며, 금리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16일(현지시간) IMF는 이런 내용의 ‘세계 경제 전망’을 수정 발표했다. 지난 4월 내놓은 직전 전망에서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내놓았는데, 이번에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내년 전망치는 0.1%포인트 하향 조정해 2.2%로 예상했다.

차준홍 기자

IMF는 한국에 대한 전망을 상향한 배경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시아 지역에 대해 “수출 호조로 전 세계 경제활동과 무역을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예상보다 양호한 수출 회복세”를 이유로 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2%에서 2.6%로 높였다. 앞서 한국은행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했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에서 2.5%로 올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6%를 제시했다. 지난 1분기 한국은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1.3%(전기 대비)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처럼 1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성장을 달성한 국가도 있지만, 1분기 성적 부진에 따라 전망이 어두워진 국가도 있었다. IMF는 대표적으로 선진국 그룹 중 “미국과 일본의 하락이 두드러졌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순 무역량과 소비의 감소로 기대보다 급격한 성장 둔화가 발생했다”며 올해 성장률을 직전 전망 대비 0.1%포인트 낮춘 2.6%로 전망했다. 미국의 내년 성장률은 1.9%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기존 전망 대비 0.2%포인트 낮은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일부 자동차 회사가 공장 가동을 중단한 영향을 원인으로 꼽았다.

IMF가 특히 “끈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물가다. IMF는 올해 연간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9% 수준으로 전망한다. 선진국은 2.7%, 신흥 개발도상국은 8.2%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품 물가는 둔화 흐름을 보이는데, 서비스 물가는 평균보다 높은 상승이 지속하면서 물가 안정을 향한 경로에는 난관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서비스 물가 상승은 임금 수준, 나아가 상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을 더 끈끈하게 만들 수 있다. 물가 압력이 강해짐에 따라 금리도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IMF는 “기준금리 차이로 인한 달러화 강세가 장기화하면 각국의 계획된 통화정책 완화를 지연시켜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의 통화정책에 관해 IMF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있는 국가는 금리 조기 인하를 자제하고 필요할 때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둬야 한다”며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안정을 명확하게 시사할 경우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는 “올해 선거 결과에 따라 경제정책에 급변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전 세계에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 불확실성은 커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다자 간 협력 강화와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세계 경제의 상방 요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