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주 토함산 1.5m 움직였다, 축구장 2개 면적 무너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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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에 시간당 100㎜ 넘는 폭우가 쏟아진 16일 침수된 전남 해남군 산정시장에서 한 소방대원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전남소방본부]

15일 경북 경주시 황용동 토함산 국립공원. 945번 국도에서 산 계곡을 따라 350m가량 오르자, 나무도 풀도 없이 허옇게 파인 경사지가 나타났다. 동행한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땅밀림이 진행되면서) 땅에 1.5m가량 단차가 생기면서 찢어진 부분”이라며 “여긴 하단부인데, 상단부에도 땅밀림 진행 흔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 국립공원에서 땅밀림으로 인한 산사태 현상이 관찰된 건 이곳뿐만이 아니다. 국립공원공단 경주사무소와 녹색연합 등이 올해 대규모 산사태 피해가 확인된 토함산 일대를 공동 조사한 결과, 3곳에서 땅밀림 현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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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밀림은 폭우가 내려 지하 암반층 위로 한번에 많은 빗물이 쌓이면, 점토층이 서서히 미끄러져 산이 통째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산 표면이 떨어져 나가는 일반 산사태보다 100배 이상의 위력을 지니고 있어 대형 재난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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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취재진이 방문한 산 116번지 지점은 땅밀림 진행 면적이 1만2231㎡(3700평, 대략 축구장 2개 면적)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조사에 참여한 박재현 경상국립대 환경산림과학부 교수는 “이곳은 경사가 35도 이상으로, 국내 땅밀림 현장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경사가 매우 급한 곳”이라며 “폭우가 내려 땅밀림이 심해지면 통째로 이동하는 산을 따라 쏟아져 내리는 토석류가 도로를 덮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2018년 10월 경주시 양북면에서는 땅밀림으로 도로가 땅에서 20m가량 들리며 파괴됐다. 당시에는 도로에 차량이 없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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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올해에는 장마철에 많은 비가 집중되면서 땅밀림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재현 교수팀의 자체 조사결과 전국 265개소에서 땅밀림이 진행 중이다. 대부분 남부에서 징후가 포착되지만 서울을 포함한 중부 지방에도 50개소가량에서 땅밀림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중에는 마을과 인접한 곳들도 적지 않아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땅밀림이 진행되는 곳 가운데 산 하단부에 마을이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경북 영주시의 한 마을 인근에서는 땅밀림이 진행되며 토사 노출지가 생겼는데, 사방댐(토석류를 막는 소규모 댐) 같은 방어 구조물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근 산림청 대변인은 “실태 조사 결과 현재 땅밀림 우려지는 184개소로 파악하고 있다”며 “땅밀림 위험지도 제작을 위해 잠재위험도 평가 등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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