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추억의 ‘베르사유의 장미’…한국 뮤지컬로 다시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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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제작 EMK뮤지컬컴퍼니)의 초연을 맞아 원작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76)가 16일 공연장인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를 찾았다. 1970년대 동명의 순정만화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진 이케다 리요코 프러덕션]

“장미 장미는 화사하게 피고 / 장미 장미는 순결하게 지네~.”

만화를 안 본 사람이라도 주제가는 익숙할 것이다. 1993년 KBS 2TV로 애니메이션판이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 순정만화가 한국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프랑스 혁명기가 무대인 ‘베르사유의 장미’다. 16일 개막해 10월 1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을 올린다.

개막 당일 공연장을 찾은 원작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池田理代子·76)는 “원작을 연재한 게 반세기 전”이라며 “이렇게 기억해주고 사랑해주고 한국에서 공연되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세계 어디를 가도 『베르사유의 장미』 작가란 걸 아는 순간 엄청나게 환영해준다”며 감사를 표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1972~79년 처음 연재된 이래 지금껏 전세계 누적 2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한국에선 1970년대 해적판으로 먼저 알려졌고, 91년 대원동화를 통해 정식 출간되며 TV 만화영화까지 신드롬을 일으켰다. 또 만화·애니메이션이 영어·아랍어·튀르키예어·프랑스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독일어·러시아어·중국어 등으로도 번역됐다. 이렇게 프랑스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린 공로로, 프랑스 정부는 2008년 그에게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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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프랑스 혁명기의 왕실 근위대 장교이자 남장 여자인 오스칼(아래 사진)을 연기하는 배우 옥주현.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순정만화의 역사물은 성공할 수 없다’는 반대를 뚫고 메가 히트를 터뜨렸어요. 『베르사유의 장미』 1회를 그리면서 이 작품은 절대 히트할 거라고 생각했죠.”

프랑스 혁명사의 입체적 고증은 학창 시절 읽은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평전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1932)의 영향을 받았다. 이케다는 “이 만화 전까지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재정을 파산시킨 사람, 혁명을 초래한 나쁜 여자로만 알려졌지만, 제가 읽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순수하고 매력적이었다”며 “마지막 순간, 인생이란 무엇인가 깨닫고 고고하게 죽는 여인의 인생에 매료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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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프랑스 혁명기의 왕실 근위대 장교이자 남장 여자인 오스칼. [사진 이케다 리요코 프러덕션]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은 프랑스 왕실 호위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난 오스칼(뮤지컬에선 배우 옥주현·김지우·정유지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딸 부잣집에서 아들로 키워져 왕실 근위대 장교가 된 그와 시종 앙드레 등 가상 인물들의 비극적 사랑과,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등 역사 속 실존 인물의 삶이 어우러진다.

이케다는 당시 파격적이었던 남장 여자 캐릭터에 대해 “프랑스 혁명 때 왕실 군대에서 민중 편으로 돌아선 민병대 대장을 그리고 싶었지만, 젊은 남자 군인이 뭘 생각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몰라 여자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쉘부르의 우산’을 연출한 자끄드미 감독이 실사 영화(1979)로 만들기도 했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일본 가극단 다카라즈카가 1974~2014년 공연한 뮤지컬 버전은 현지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이번 한국 창작 뮤지컬은 ‘모차르트!’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 유럽 뮤지컬을 한국에 도입해온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했다. 이성준 음악감독이 ‘나 오스칼’ ‘나를 감싼 바람은 내게만 불었나’ ‘베르사유의 장미’ 등 호소력 짙은 20여 곡의 뮤지컬 넘버 작곡을 겸했다.

이케다는 만화가 활동과 더불어 47세에 음악대학에 늦깎이 입학해 성악가로도 무대에 서왔다. 그는 “성악을 공부하며 성악가 조수미 씨를 동경했다. 일본에서 K팝을 동경하고 흉내 내는 사람도 많다”면서 한국 배우들의 춤과 가창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 드라마 ‘태왕사신기’(MBC, 2007)의 일본판 만화를 그릴 만큼 친한파로 통하는 그는 한국과 일본의 콘텐트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것에 대해 “문화는 교류하면서 서로 좋은 점을 끄집어내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 또한 역사로 들어가 한국과 일본이 이어지는 부분들을 조사하고 글로 써왔다”며, 일본에서 출간한 저서 『역사의 그림자 속 남자들』을 예로 들었다.

이케다는 “일본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한국에는)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등 많은 영웅이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글로도 써왔다. 일본 분들도 읽으며 좋아하고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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