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채소값 또 올랐어? 차라리 내가 키울래…베란다·옥상농부 뜬다 [위기의 국민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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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열린 ‘농부의 장터’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베란다 텃밭 만들기’ 체험 부스엔 행사 기간 수백 명의 사람이 몰렸다. 박진호 기자

베란다 텃밭 만들기 큰 인기 

“농산물 가격이 점점 더 비싸지는 게 요즘 들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직접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지난 5월 18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 한 아파트에서 열린 ‘농부의 장터’ 행사장에서 방울토마토 모종을 받은 김종성(50)씨가 한 말이다. 춘천시가 만든 농부의 장터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싸게 판매하는 행사다. 장터 한쪽엔 설치된 ‘베란다 텃밭 만들기’ 체험 부스에는 행사 기간 수백 명이 몰렸다.

춘천시는 체험 부스에 고추와 방울토마토·딸기 등 작물 모종 800여개를 준비했다. 가구당 모종 1개를 무료로 나눠줬는데 행사 시작 4시간여 만에 동이 났다.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 구매하러 온 주민들은 “채소를 직접 키워보는 경험을 해봐야겠다”며 한 손에 모종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고령화와 일손 부족이 겹치면서 앞으론 더 많은 농작물이 수입산에 의존하게 될 것 같아 씁쓸하다”며 “그동안은 화초만 키웠는데 이제는 고추와 같은 농작물도 집에서 키워 먹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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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열린 ‘농부의 장터’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베란다 텃밭 만들기’ 체험 부스엔 행사 기간 수백 명의 사람이 몰렸다. 박진호 기자

자급자족형 소비자 '홈파밍족' 늘어 

최근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에 집에서 채소를 키워 먹는 ‘자급자족형’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을 ‘홈파밍(Home farming)’족이라 부르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시기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취미로 큰 관심을 받았다. 게다가 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급자족형 소비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상추부터 고추·대파·아스파라거스까지 아파트 베란다나 옥상에서 채소를 키울 수 있는 콘텐트가 확산하면서 관련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식재료를 관리하기 어려운 1인 가구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1인 가구는 매번 채소를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운 데다 막상 사더라도 남은 재료를 냉장고에서 보관하다 그대로 버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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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에서 분양한 상자 텃밭에 물 주는 어린이 모습. [사진 강남구]

지자체 분양 텃밭 키트도 나와 

홈파밍 확산 추세를 반영해 텃밭 키트를 분양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가 대표적이다. 강남구는 지난 3월 텃밭 세트 990개를 주민에게 세트당 8600원에 선착순 분양했다. 세트는 상자와 배양토, 상추ㆍ치커리 모종 각 4종과 사용설명서 등으로 구성돼 아파트 베란다·옥상 등 자투리 공간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조성명 구청장은 “상자 텃밭은 집에서도 손쉽게 도시농업을 체험하고 농작물을 친환경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일상 속 작은 텃밭을 통해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수확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주말농장 경쟁률도 10대 1이 넘어갈 정도로 치열하다. 대전시농업기술센터가 지난 5월 초 개장한 행복농장의 최고경쟁률은 12.8대1을 기록했다. 전체 110구획(무료분양) 텃밭 중 OK예약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추첨방식으로 진행한 20㎡ 텃밭은 12.8대1, 10㎡ 텃밭은 8.6대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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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에서 분양한 상자 텃밭 세트.

주말농장 인기에 경쟁도 치열 

대전 서구 도시공동체 텃밭(170구획ㆍ무료)은 5.3대 1, 대덕구 나눔 텃밭(168구획ㆍ1구획 3만 원) 일반 2.86대 1, 특별분양(무료) 2.5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사람이 느는 추세”라며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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