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로당 둘러싼 폴리스라인…'농약 오리고기'에 온마을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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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 입구 주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김정석 기자

17일 오전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 평소 마을 주민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경로당 주변이 고요했다. 입구로 다가가 보니 ‘출입금지’라고 적힌 폴리스라인이 여러 겹으로 둘러져 있었다. 이곳은 지난 15일 이른바 ‘농약 오리고기’를 먹은 노인 1명이 쓰러진 곳이다. 인구 1334명이 사는 작은 마을은 온통 벌집을 건드린 것처럼 뒤숭숭했다.

인근 봉화군노인복지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이날 노인복지관을 찾은 주민은 하나같이 오리주물럭을 먹고 쓰러진 사건을 입에 올렸다. 한 80대 주민은 “초복날 오리고기를 기분좋게 나눠먹고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조용하던 동네 전체가 이 얘기밖에 안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 “고의범행 믿고 싶지 않아”

다른 주민은 “누가 농약을 음식에 고의로 넣었다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경찰이 수사에 나선 만큼 조만간 진상이 밝혀지지 않겠느냐”며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일부러 한 짓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초복이었던 지난 15일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 회원 41명이 마을 내 음식점에서 오리 주물럭을 먹었다. 테이블마다 오리 주물럭이 큰 그릇에 담아 나왔고, 이를 개인 접시에 덜어먹었다. 이후 주민들은 인근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으로 흩어져 휴식을 취하거나 탁구 등 운동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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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구급차

식사 후 1~3시간 사이에 오리고기를 먹은 주민 중 60~70대 주민 3명이 이상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60대 여성과 70대 여성에겐 의식 저하 현상이 나타났고, 70대 여성 한 명은 심정지됐다. 이에 더해 사건 다음날인 16일 오전에도 70대 여성 1명이 상태가 악화돼 추가로 안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쓰러진 주민 1명 늘어…4명 중태

농약 중독 증세를 보인 4명은 모두 한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사건 당일 식당에 늦게 도착해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함께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던 나머지 1명은 음식을 먹었지만 농약 중독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뒤늦게 상태가 나빠질 수 있어 관계당국이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오리고기를 먹고 쓰러진 여성 3명의 위에서는 살충제 성분인 유기인제가 검출됐다. 환자들이 호흡 곤란과 침 흘림, 근육 경직 등의 증상을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식중독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과 다르다. 이와 함께 맹독성인 ‘엔도설판’이라는 유기염소계 약물도 검출됐다. 이 성분은 해독제가 없어서 몸에서 분해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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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경북경찰청 청사 전경. 김정석 기자

한때 심정지에 이르렀던 70대 여성을 비롯한 환자 4명은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조사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의식이 저하돼 있는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57명 규모 수사전담팀 구성”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음식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17일 경북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형사기동대·봉화경찰서 등 총 57명으로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수사전담팀은 관련자 조사와 현장 폐쇄회로TV(CCTV) 분석 등을 통해 단서 찾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사고 당일 경로당과 식당 등에서 노인들이 섭취한 음식물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사건 초기 단계여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단서가 나왔는지는 수사 중인 관계로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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