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스터리로 남은 尹·젤렌스키 대화…‘트럼프 변수’ 고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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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 리셉션에 참석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 여사, 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김현동 기자

지난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워싱턴DC를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 환영 만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부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실이 사전에 만남을 예고하지 않았지만, 두 정상이 백악관 발코니에서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알려졌다.

지난달 북·러 정상회의 뒤 대통령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검토 의사를 밝혔던 터라, 두 정상 간 만남은 세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현재까지 인사말을 포함해 두 정상 간 나눈 어떠한 대화도 비밀에 부치고 있다. 당시 만찬에 동행한 참모도 통역 등 극소수였고, 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대화는 용산 내부에서도 일부 참모에게만 공유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그 다음 날인 11일 열린 인도·태평양 4개국(IP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의 뒤 4개국 정상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러 온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를 했는데, 이 역시 사진만 공개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 간 논의 내용에 대해 “공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이같은 대통령실의 모습 자체가 러시아에 보내는 시그널이란 해석이 나왔다. 러시아에 경고는 하되,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한 것 역시 외교전의 일환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엄구호 한양대 러시아학과 교수는 “현재 대통령실은 북·러 간 군사 협력에 대해 경고를 하면서도, 외교적 관리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살상 무기 지원을 대러 외교의 레버리지로 쓰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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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했던 모습..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기간 ‘우크라이나 신탁기금(CAPTF) 추가 기여액을 전년 대비 2배 증액한 2400만불(약 330억)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CAPTF가 비살상 군수물자 지원 자금이라, 이 역시 러시아가 민감해하는 살상 무기 지원에선 한발 물러선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15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나토 정상회의 후속 조치 회의에서도 정부는 “러시아 측과 대화를 이어나가며 상응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이 러시아에 대한 수위 조절을 하는 이유로는 두 가지 정도가 거론된다. 북·러 간 군사 협력이 핵무기 기술 이전 등 최악의 상황으로 막기 위해 외교적 관리를 하는 것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필요성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 대선 승리 가능성을 고려한 행보라는 것이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북·러 간 군사 협력은 여전히 가능성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상태”라며 “핵무기 이전 등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선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카드를 아껴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 대선 당선 가능성이 올라간 점도 대통령실을 신중하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경선 기간 “대통령에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이내에 종결시키겠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과도한 군사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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