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대만, 美반도체 100% 가져가…방위비 내라" 벌써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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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모습.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거즈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열풍의 중심에 선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와 대만에 ‘트럼프’가 리스크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서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산업을 걸고 넘어지면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의 거의 100%를 (대만이) 가져갔다”면서 “(미국은) 보험회사와 다를 바 없다. 대만은 미국에 방위비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대만과 방위 조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대만과의 관계를 규정한 미국 국내 법에 따라 대만의 방위를 보장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용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 TSMC 주식예탁증서(ADR) 주가는 17일 뉴욕증시에서 정규 거래시간 전 프리마켓이 열리자마자 4% 가까이 하락했다. TSMC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이날 이 여파로 코스피 시장에서 5.3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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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본사. 블룸버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 TSMC·삼성전자 등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반도체법 보조금에 대해서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대만이 새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하기 위해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다”면서 “그들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지만 나중에는 다시 대만으로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재임하는 동안 ‘미국의 반도체 자급’을 강조하며 TSMC를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백기를 든 TSMC는 2020년 미 애리조나주에 650억 달러(약 90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는 지난 2022년 반도체지원법을 발효하며 TSMC에 116억 달러(약 16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같은 보조금 지급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터뷰에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잘나갈수록 불안한 TS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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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총격 사건 이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와 TSMC를 묶어서 거론하자 대만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TSMC는 오는 18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AI 열풍으로 애플·엔비디아 등이 TSMC에 칩 주문량을 크게 늘리면서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역대급 실적 달성이 유력하다. 하지만 TSMC가 주목을 받으면 받을수록 트럼프의 비판 공세가 거세지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TSMC는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이하 최첨단 생산라인을 모두 대만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만 정부는 황급히 ‘TSMC 지키기’에 나섰다.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은 17일 “스스로를 방어하고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책임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면서 트럼프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한국도 때리나...“반도체도 미국 먼저” 심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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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모습. 사진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무엇보다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중국을 견제하고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주도권을 미국이 되찾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반도체 산업을 명분 삼아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의 이번 발언 이후,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받을 보조금에 대해 미국 내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시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 대가로 64억 달러(약 9조원)의 보조금을 약속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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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에 위치한 인텔 캠퍼스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향후 반도체 경쟁에서 미국 기업들에 대한 미 정부의 특혜가 더 몰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에서는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에선 마이크론이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경쟁하고 있다. 인텔·마이크론은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외에도 각종 세제 혜택으로 매년 수조 원을 지원 받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노골적인 특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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