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오른쪽)를 꺾은 양용은이 힘차게 포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가 선수 생활을 통틀어 가장 뼈아픈 기억으로 2009년 8월 PGA 챔피언십에서의 패배를 꼽았다. 우승 문턱까지 갔지만 ‘바람의 아들’ 양용은(52)에게 역전패를 당한, 바로 그 메이저 대회다.

우즈는 17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사우스 에어셔의 로열 트룬 골프장에서 열린 디 오픈 기자회견에서 현지 취재진과 20분간 문답을 주고받았다. 최근 몸 상태부터 18일 개막하는 디 오픈 출전 각오 등을 이야기하던 가운데 인터뷰 막판 “선수 경력에서 가장 큰 상실감을 무엇에서 느꼈고, 이를 극복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우즈는 고민 없이 “아마도 가장 극복하기 힘들었던 패배는 Y. E. Yang(양용은)에게 당한 것이다. 나는 그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3라운드를 단독선두로 마쳤을 때 우승하지 못한 적이 없었는데 그때 처음 우승을 놓쳤다. 당시 패배를 극복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2009년 이미 최정상의 위치를 지키던 우즈는 2타 리드를 안고 출발한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고전했다. 전반 버디 없이 보기 1개만 기록해 버디 1개를 잡은 양용은에게 공동선두를 내줬다. 이어 후반에도 2타를 잃으면서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2개로 2언더파를 기록한 양용은이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즈는 “그날 라운드 도중 너무 많은 실수를 했다. 그런 실수를 하고도 우승을 바랄 순 없었다”고 회상했다.

우즈가 아픈 기억을 떠올린 이유는 절친한 후배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드)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매킬로이는 지난달 US오픈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1m 조금 넘는 파 퍼트를 놓쳐 우승을 브라이슨 디섐보(31·미국)에게 내줬다. 우즈는 “나도 그동안 많은 퍼트를 놓쳤다. 마이클 조던도 많은 슛을 놓쳤다. 중요한 점은 계속 위닝샷을 쏘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여전히 마지막 퍼트를 하고 싶다”고 했다.

타이거 우즈가 17일 디 오픈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우즈는 매킬로이에게 문자를 보낸 일화도 공개했다. 인터뷰 내용대로 위로의 뜻을 담은 메시지였는데 정작 매킬로이는 이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US오픈 준우승 직후 전화번호를 바꿨기 때문이다.

매킬로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사람과의 연락을 피하려고 US오픈 이틀 뒤 전화번호를 바꿨다. 그래서 우즈가 보낸 메시지조차 최근에야 알게 됐다”면서 “우즈는 내 인생에서 놀라운 존재다. 기쁠 때나 나쁠 때나 언제나 좋은 메시지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152회째를 맞는 디 오픈에는 우즈와 매킬로이를 비롯해 디펜딩 챔피언인 브라이언 하먼(37·미국)과 지난해 공동 준우승을 기록한 김주형(22)과 존 람(30·스페인), 제이슨 데이(37·호주) 등이 출격한다. 김주형은 올해 US오픈 우승자 디섐보 그리고 지난해 데뷔한 신예 루드빅 오베리(25·스웨덴)와 1라운드 같은 조에서 출발한다.

다른 한국 선수로는 안병훈(33)과 임성재(26), 김시우(29), 송영한(33), 김민규(23) 등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