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인자' 밴스 "中·무임승차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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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39세 정치 신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바이든은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더 오래 워싱턴의 정치인이었다”며 세대교체를 암시한 출사표를 던졌다. 또 ‘빅텐트’라는 말로 통합과 단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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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이 17일(현지시간)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 날 피서브 포럼에서 연설을 마친 뒤 무대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면서 두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하나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 시민들의 등 위에서 자신들의 중산층을 구축하는 것을 막겠다”였고, 다른 하나는 “동맹국들이 미국 납세자의 돈으로 안보에 무임승차(free riding)하는 것을 막겠다”였다. ‘트럼프 2기’의 얼개를 압축한 말이다.

“부통령 아닌 ‘미래’ 골랐다” 

이날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 수락에 앞둔 소갯말은 “트럼프는 그를 러닝메이트나 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 공화당의 미래,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운동의 미래를 택한 것”이란 말이었다.

소개를 받고 연단에 오른 밴스의 일성은 단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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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이 17일(현지시간)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트럼프는 암살범이 목숨을 뺏을 뻔한 직후 국가적 평온을 위해 국민적 단결을 촉구했다”며 “나는 그의 통합에 대한 요청에 응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화당은 모든 것에 대한 큰 텐트(big tent)를 치고 있다”며 “국가안보부터 경제정책까지 미국을 사랑하고 승리를 하기 위해선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겸손하게 이 자리에 서서 미국 부통령 지명을 공식적으로 수락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장에선 “USA”와 그의 이름 “JD”를 연호하는 소리가 1분 가까이 지속됐다.

확인된 노림수…흙수저·러스트벨트

밴스가 반복적으로 강조한 말은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미시간주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공장과 일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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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가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 날 연설에서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연설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근 오하이오 출신인 그는 이날 마약 중독자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불우한 유년기와 해병대 입대, 로스쿨 입학, 인도 출신 아내와의 결혼, 사업 성공, 상원의원과 부통령 후보에 이르는 ‘흙수저 성공기’와 ‘아메리칸 드림’을 비중있게 다뤘다.

밴스는 이어 “미시건 자동차 노동자들은 왜 정치인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파괴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며 “바로 바이든과 부패한 워싱턴의 내부자들이 수십년간 저지른 배신 때문”이라고 했다. 노동자 계층이 소외된 이유를 바이든 등 기존 정치 엘리트들의 탓으로 돌린 말이다.

대선의 핵심 경합주로 떠오른 러스트벨트 노동자 계층의 분노를 자극한 밴스의 이러한 발언은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가 쉽게 하기 어려운 말들이다. 밴스는 트럼프를 향해 “노동자들을 위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만들었고, 임금을 가장 높게 만든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러스트벨트 공략을 위한 일종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두개의 비전…反중국·동맹국 부담

그는 “미래를 설명하겠다”며 경제와 안보와 관련한 두가지 핵심 비전을 제시했다. 경제와 관련해선 “미국에 공장을 지어 ‘메이드인 USA’ 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선 “미국인들의 등에 올라 자신들의 중산층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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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AP=연합뉴스

안보와 관련해서 “동맹국들이 세계 평화 수호의 부담금을 분담해야 한다”며 “특히 미국 납세자들의 관대함을 배신하는 국가에 대한 무임승차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맹을 언급하는 과정에선 “미국이 꼭 필요할 때만 미국의 아이들을 전쟁터에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의 공격을 종용한다는 발언을 했던 트럼프의 구상과도 일치한다. 트럼프는 집권 시절 한국에 대해서도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는데, 2기 때는 보다 강한 요구가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동맹의 부담을 강조한 밴스의 발언에 행사장에선 ‘파이트’(fight·싸워라), ‘불법 이민자를 돌려보내라’(Send them back), ‘조를 끝장 내자’(Joe must go)는 등의 구호가 계속 이어졌다.

밴스 발탁의 ‘실세’ 증명?

한편 이날 밴스의 부통령 수락 연설 과정에서 주인공보다 더 주목받은 사람은 본인과 예비 신부, 큰딸 등 전 가족이 돌아가며 메인 무대에 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였다. 그는 친구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옹립’한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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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셋째 날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의 딸인 카이 트럼프(왼쪽)가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먼저 출격한 이는 약혼자 킴벌리 길포일이었다. 길포일이 무대에 오르기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장에 등장해 귀빈석에 먼저 앉았다. 첫날 공화당의 빨간색, 둘째날 민주당의 파란색 넥타이를 맸던 그는 이날은 빨간색과 파란색이 함께 들어간 넥타이 차림이었다. 예비 시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길포일이 꺼낸 말은 “나는 트럼프를 믿는다. 트럼프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는 말이었다.

이날의 주인공 밴스의 연설 전에는 트럼프 주니어가 먼저 무대 위에 올랐다. 그리고는 “월요일(전대 첫날) 오전 한 ‘아빠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싶다’고 한 소녀의 전화를 받았다. 미국 (전)대통령의 장손녀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딸 카이 트럼프를 무대에 올려 마이크를 넘겼다. 카이는 “(트럼프)할아버지는 배려심이 많고 사랑스러운 분”이라며 트럼프와 함께 골프를 치는 얘기 등을 이어갔다.

딸의 발언이 끝난 뒤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는 (총을 맞고)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섰고 주먹을 하늘로 들어올렸다”며 “아버지는 ‘싸우자’고 했고, 우리는 11월 5일 투표로 싸울 것”이라고 했다. 23분의 연설 중 ‘흙수저’ 출신 밴스에 대한 언급은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란히 싸우고 있다”며 “밴스도 멋진 부통령이 될 것”이라고 한 게 사실상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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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드 트럼프가 17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의 자녀를 비롯, 린다 맥마흔 전 중소기업청장(왼쪽)과 함께 서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의 가족 가운데 전당대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이는 멜라니아 여사와 장녀 이방카 부부 그리고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배런 트럼프 정도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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