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틀째 중부 물폭탄…평택·당진 등 주민 긴급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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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이틀째 집중호우가 쏟아진 18일 경기도 화성시 황계동 도로에서 한 운전자가 물이 차오르는 승용차에서 대피하고 있다. 기상청은 오늘(19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150㎜의 비가 더 내리고 20일에도 많게는 8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 중부일보]

서울·경기·충청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이틀째 폭우가 이어지면서 실종·매몰·침수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10시46분쯤 경기도 안성 고삼저수지 낚시터에선 낚시터 관리인 A씨와 이용객 B씨가 좌대에서 타고 나오던 배가 뒤집히는 사고가 났다. 두 사람은 실종 상태다. 소방 당국은 4개 구조대를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수위가 높고 흙탕물이라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4시50분쯤엔 파주시 월롱면 컨테이너 제작 공장에서 컨테이너가 물에 잠겨 외국인 노동자 5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공장 옆 건물에서도 1명이 고립돼 오전 11시17분쯤 남성 1명을 추가로 구했다. 이날 오전 10시4분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수평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80대 노인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갑곶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담벼락이 무너져 소방대원이 출동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저지대 침수로 곳곳에서 대피령=하천 범람과 저지대 침수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곳도 많았다.

파주 639㎜ 폭우…외국인 5명 컨테이너 고립됐다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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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수도권과 충남 등에 폭우 피해가 속출했다. 무너진 인천시 강화군의 한 아파트 옹벽. [연합뉴스]

이날 오전 경기도 오산천 수위가 홍수 경보(4m)를 훌쩍 넘긴 4.96m까지 올라 범람 위기를 맞았다. 시 공무원들은 탑동·남촌동 등 저지대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오전 8시40분쯤 홍수경보가 발령되자 주민들은 지대가 높은 매홀초·매홀중·오산중 강당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낮 12시50분 기준 수위가 3.82m로 낮아져 한숨을 돌렸다.

이날 오전 시간당 최대 88.5㎜의 폭우가 쏟아진 평택시도 통복천 범람 위험으로 저지대 일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시간당 70㎜에 가까운 폭우가 내린 충남 당진시도 하천 범람과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당진시는 이날 오전 11시쯤 당진2동에 있는 용연저류지 제방이 붕괴할 것을 우려해 주민을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시켰다. 또 이날 오전 10시부터 당진시 탑동초등학교와 당진정보고등학교 운동장이 침수되면서 학생과 교직원이 일시적으로 고립됐다. 당진천 인근 탑동초에서는 운동장과 교사동 1층이 물에 잠겼으며, 이곳에서 수업하던 6학년 학생 80여 명이 2층으로 긴급 대피했다. 당진정보고 역시 당진천 범람으로 운동장과 학교 본관 건물 1층이 침수됐다.

충남 태안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석산1리 일대가 단전됐고, 원북면에서는 상가가 침수됐다. 소원면과 이원면 등에서 개울 물이 넘친다는 신고도 있었다. 원북면 갈두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하천 범람 우려로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이날 오전 7시31분쯤 서산시 대산읍 대로리 한 단독주택이 침수돼 주민 2명이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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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역천이 한때 범람 위기를 맞았다. [연합뉴스]

현재까지 서산에서는 산사태와 제방 유실 우려로 모두 7가구 16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오전 10시4분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수평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80대 노인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아산시에서는 인주면 문방저수지 하부 배수로 둑이 붕괴하는 사고가 나 하천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팔당댐 방류로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잠수교 등 서울시 곳곳에서도 차량 통행이 제한되면서 출퇴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폭우 탓에 경부선과 중부내륙선을 오가는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경부선 세마역~평택지제역 상·하행선 일반 열차와 전동차, 일부 KTX가 일시적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시간당 100㎜가 뉴노멀 돼=장마 연구자인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시간당 100㎜에 달하는 폭우는 한라산이나 지리산 같은 산악 지형에서 내리는 현상이었는데 요즘은 평지인 도심에도 내린다”고 말했다. 극한 호우가 이젠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한 달 동안 1시간 강수량이 100㎜를 넘은 사례는 총 여덟 번이었다. 특히 파주는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누적 강수량 639.5㎜(16일 오후 5시~18일 오후 2시)를 기록했다. 파주 지역 한 해 강수량(1295.8㎜)의 절반에 달하는 양이 이틀 만에 쏟아진 셈이다.

비구름의 연료가 되는 수증기가 서해를 거쳐 한반도에 유입된 이후 좁은 지역에 강하게 쏟아지는 국지성 폭우로 이어지다 보니 예측도 쉽지 않다.

손 교수는 “수도권이 다른 지역보다 집중호우가 많이 발생하는 건 바다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라며 “경기만 해역이 여름철에 따뜻하다 보니 구름이 서해상에서 발달하면서 들어올 때 경기만에서 한 번 더 크게 성장해 많은 비를 쏟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마철 막바지로 갈수록 정체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수도권에 상대적으로 강한 비가 집중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19일은 충청권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장맛비가 내리고, 20일에는 다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19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10~40㎜, 강원 내륙과 산지 10~60㎜, 강원 동해안 5~30㎜, 충청권 10~70㎜, 전라권 30~100㎜(많은 곳 120㎜ 이상), 경상권 30~80㎜, 제주도 5~40㎜다.

주말인 20일에는 수도권과 충청권 30~80㎜, 강원 내륙과 전북 20~70㎜ 등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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