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창의성, 장인 정신, 특별한 소재의 훌륭한 혼합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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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에게 있어 장인 정신은 하우스를 지금 위치에 있게 한 단단한 초석이자 뿌리다. 이들은 왜 이렇게 장인 정신에 집중할까. 르 19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 부문 사장에게 직접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2일 화상으로 진행했다.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 사장
파리 패션 공방 경쟁력 강화에 힘써
제품 수선·수리하는 레자뜰리에 서울
"샤넬 고객은 언제나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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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 부문 사장. [사진 샤넬]

샤넬은 명실상부한 세계 패션업계의 리더다. 이를 위해 트렌드와 장인 정신을 어떻게 결합하나.

“하우스를 만든 가브리엘 샤넬은 처음부터 자기만의 패션 비전과 장인 정신의 결합에 관심이 많았다. 현재 메티에 다르 장인들의 공방에선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오늘과 내일의 현대적인 시선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가 가진 중요한 원칙은 창의력, 장인 정신, 특별한 소재를 잘 혼합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가브리엘 샤넬과 오늘의 샤넬을 연결하는 DNA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샤넬 공방과 르 19엠에 모인 11개의 공방을 통해 장인 정신에 대한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이 일은 미래의 고객을 위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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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공방 소속으로 르 19엠에 입주 중인 자수 공방 몽텍스의 장인이 작은 스펭글을 하나씩 꿰매고 있는 모습. [사진 샤넬]

르 19엠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패션산업에서 중요한 공방들이 파리 시내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어느 시점에 우리는 ‘파리 공방이 가진 노하우를 전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란 생각에 이르렀다. 장인 정신은 파리가 원조이고, 파리 패션은 창의성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서 여러 공방이 입주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찾았고, 긴 준비 과정을 거쳐 파리 19구로 위치를 정했다. 설계를 맡은 루비 리치오티에겐‘이 공간이 창문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루비는 콘크리트 실을 디자인해 장인 정신과 장인의 기술이 연결돼 있다는 의미를 살렸다.”

르 19엠 방문 후 놀란 것은 이곳의 입주 공방들이 샤넬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이 공간은 파리의 공방 장인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이유는.

“사실 다양한 고객, 브랜드와 협력하지 않으면 공방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파리 공방의 경우 창업 시기부터 여러 고객과 일 해야 한다는 것을 전통으로 물려받았고, 샤넬과 작업하는 모든 공방도 당연히 다른 브랜돠도 자유롭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게다가 다양한 브랜드, 디자이너와 작업하다보면 새로운 도전이 생기고, 이런 도전을 통해 장인 기술은 더 진화하고 발달한다. 창의력을 지키고 공방 장인들의 기술을 보호하는 동시에, 샤넬의 미래를 위해 무조건 동시대의 패션 트렌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샤넬은 크고 작은 브랜드, 젊은 디자이너와 함께 호흡하면서 모든 공방과 함께 미래 사업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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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마련된 레자뜰리에 서울. 샤넬 고객을 위한 제품 수선, 수리 서비스 '샤넬 에 므와'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지난 7월 1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서울에 문을 열었다. [사진 샤넬]

샤넬은 이들의 장인 정신을 고객에게까지 확산한 ‘샤넬 에 므와(CHANEL&moi)’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샤넬의 제품을 수선해주는 서비스로, 한번 샤넬의 고객이 된 사람이라면 언제까지나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브랜드 철학이 담긴 서비스다. 이달 1일 서울에도 이 서비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공간 ‘레자뜰리에 서울(Les Ateliers Seoul)’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도쿄·오사카·런던·홍콩에 이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전용 공간이다.

샤넬 에 므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레자뜰리에 서울 오픈 소식이 반갑다. 

“우리는 레자뜰리에를 통해 현지 시장에 더 가까이 가려 한다. 우린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샤넬 부티크엔 고객을 맞이하는 서비스 전담 직원이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우리 제품은 매우 섬세하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돕고, 수리를 통해 더 좋은 제품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메시지가 매우 중요한데, 고객에게 우리의 뜻이 잘 전달되지 않아 샤넬 에 므와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샤넬 에 므와 프로그램은 두 파트로 나뉜다. 우선 각 부티크에서 샤넬 에 므와 전담 직원이 구매 상품에 문제가 있는 고객을 응대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음 단계는 교육받은 전문가가 상주하는 현지 공방을 마련해 이곳에서 고객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레자뜰리에 서울이 바로 그 공간이다.”

3층으로 구성된 레자뜰리에 서울은 1층과 2층은 패션 전용 공간, 3층은 워치와 화인 주얼리 전용 아틀리에로 구성돼 있다. 특히 2층은 레디-투-웨어(Ready-to-Wear) 관련 아틀리에로 고객과의 밀도 높은 상담 및 수선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한국에 이런 고객 서비스 공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샤넬에게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샤넬은 한국 시장을 사랑한다. 한국의 샤넬 고객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우리는 총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고, 현재 운영하는 부티크뿐 아니라 앞으로 오픈 예정인 부티크에서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샤넬과 한국 고객의 소중한 인연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 샤넬 핸드백과 WOC(체인 지갑류)에 제공되는 5년 보증 서비스와 함께 앞으로 우리 상품에 어떤 문제가 있어도 회사는 해결책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한다.”

앞으로 샤넬 패션이 나아갈 방향성을 어떻게 잡고 있나.

“창의력은 항상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 잘 알겠지만, 현재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조직을 개편하고 있는데, 살다 보면 항상 이런 상황이 찾아온다. 다행히 현재 강력하고 유능한 임시 조직인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에서 20명의 실력자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샤넬 공방도 문제없고, 장인 기술도 강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 모두가 협업해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미래에 딱 맞는 최고의 조직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엔 좀 이르지만, 창의력이 샤넬의 DNA인 만큼 이런 창의력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할 것이다.”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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