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16일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행사장에서 연설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장 피격 사건 이후 드높아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는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현지시간) 그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로 정점을 찍었다. 100일가량 남은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승패가 사실상 결정됐다고 보는 건 섣부른 판단이란 지적이 나온다. 간접선거제에 승자독식을 택한 독특한 미국 선거제도 때문이다.

미 대선에선 매직 넘버 ‘270(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해야 승리한다. 총 538명의 선거인단이 50개 주와 워싱턴DC에 배분돼 있는데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48개 주에서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그 주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한다.

텍사스(선거인단 40명·공화당 우세)나 캘리포니아(선거인단 54명·민주당 우세) 등 정치성향이 뚜렷한 ‘안전주’에선 큰 변수가 없는 한 지지 정당이 변하지 않는다. 역대 미 대선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곳이 이른바 표심이 수시로 바뀐 ‘경합주(Swing States)’에서 결정된 이유다.

이번 선거에서도 경합주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선거인단 확보 가능성으로 대선 판세를 예측해 온 미 정치컨설팅 기관 270투윈(270towin)은 위스콘신(10)·애리조나(11)·펜실베이니아(19)·미시간(15)·네바다(6) 등 5개의 경합 주가 승자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270투윈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공화당이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선거인단은 확실 125명, 유력 94명, 유망 32명으로 모두 251명이다. 민주당이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선거인단 숫자는 확실 148명, 유력 63명, 유망 15명 등 모두 226명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경합주 5곳의 선거인단 61명이 승패를 가른다는 분석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 중 총격을 받고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무대에서 내려가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합주들을 누가, 어떻게 차지하느냐는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는데, 현재로썬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더 유리한 국면이다. 270투윈이 예측한 경우의 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가지 경우의 수에서 이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합주 중 펜실베이니아 1곳을 이기거나, 미시간·위스콘신·애리조나·네바다 중 2개 주를 확보하면 백악관행에 성공할 수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이길 수 있는 경우의 수는 3가지인데, 선거인단 수가 많은 펜실베이니아를 무조건 잡고 미시간·위스콘신·애리조나·네바다 중 2~3곳을 추가로 이겨야 당선이 가능한 것으로 계산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경합주에서 앞서 나가는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다만 압도적 차이는 아니다. 미 CBS 방송이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지난 16~18일 등록 유권자 2247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합주(펜실베이니아 등 7개 주) 지지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 바이든 대통령은 48%를 기록하며 오차 범위(±2.7%포인트)를 근소하게 넘겼는데, 지난 3일 조사 때와 변동이 없었다. 유브가 지난 16일 각 경합주별로 벌인 여론조사에선 트럼프가 애리조나·위스콘신에선 오차 범위를 넘어 바이든을 앞섰지만, 네바다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에선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이에 따라 양 선거 캠프는 경합주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피격을 당한 곳이 펜실베이니아고, 공화당의 전당대회 개최지가 위스콘신이었던 것도 이 지역이 백악관행의 중요 열쇠란 판단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총격 사건 발생 후 유세를 재개한 곳도 경합주인 네바다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스트 벨트(미국 오대호 주변 쇠락한 공업지대) 출신 JD밴스 부통령 후보를 내세워 경합주 공략에 나설 생각이다. 그는 지난 16일 SNS를 통해 밴스의 부통령 후보 낙점 사실을 발표하면서 “향후 선거 운동에서 밴스가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의 노동자 및 농민들에 강도 높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 어린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가능성이 변수다. 새 후보로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3개월여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지지율 반전을 마련을 노릴 수 있다. CBS 여론조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 대결을 벌일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51%, 해리스 부통령이 4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트럼프-바이든 대결 격차(5% 포인트)보다 좁혀진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