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이든 사퇴 초읽기"…오바마도 등 돌려, 우군 질 바이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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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컨벤션효과에 올라 탄 트럼프를 잡기 위해 반격해야 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로 격리돼 있다. 주변엔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 외에는 사실상 아무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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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마리오스 웨스트사이드 마켓 식료품점에서 쇼핑객들에게 인사하며 코를 문지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역량을 총결집해도 힘든 상황에서 민주당에선 민주적 절차로 스스로 뽑은 자당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임계점을 향해가고 있다. 특히 사퇴 요구 행렬에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바이든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미 사퇴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등 돌린 오바마…고립무원 대선 후보

18일(현지시간) 바이든이 8년간 부통령으로 보좌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바이든이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오바마가 그간 바이든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말을 삼가왔다는 점에서 측근을 통한 이날 전언은 사퇴 요구와 같은 의미로 해석됐다.

오바마의 발언이 보도되자 바이든의 오랜 버팀목이었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는 쪽으로 결심하는 데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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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오른쪽)이 2017년 1월 20일 워싱턴 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간헐적으로 나오던 당내 사퇴 요구는 건강 논란을 빚어온 바이든이 코로나에 다시 걸려 격리에 들어가는 순간 폭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상·하원 지도부는 물론 당내 영향력이 큰 펠로시 전 의장까지 “바이든의 출마가 의회 선거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의 모든 지도부와 실력자가 모두 나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형국이 됐다.

‘먹통’ 반격카드에 입만 열면 ‘실수’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으로 선거 운동을 일시 중단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언론 인터뷰에 이어 16일부터 경합주 네바다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그러나 네바다의 여론을 끌어오기 위해 임대사업자의 임대료 상한선을 5%로 제한하고, 신규 주택 건설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하는 ‘당근’도 준비했지만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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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르네상스 고등학교에서 열린 선거 유세 행사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17일엔 결정적 실수까지 나왔다. 그는 흑인 TV채널 BE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달리 나는 흑인 장관을 적극 기용했다”며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흑인 표심의 결집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는 “나는 국방장관에, 그…. 음…”이라며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하다 결국 “그 흑인 남성(the black man)을 기용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기용한 국방장관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기용된 흑인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으로, 바이든은 그와 3년 7개월째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결국 바이든은 해당 인터뷰 도중 “의사들이 건강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경선 하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고, 공교롭게 인터뷰 직후 코로나 감염이 확인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델라웨어 사저에서 격리를 시작했다.

‘블루 스테이트’ 요동…‘돈줄’도 마른다

이 와중에 블루로즈 리서치의 비공개 여론조사가 민주당 내 우려를 폭발시켰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은 모든 경합주에서 트럼프에게 패배할 뿐만 아니라 뉴햄프셔, 미네소타, 뉴멕시코, 버지니아, 메인 등 4년전 대선에서 완승을 거뒀던 곳에서도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출마하면 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여론조사도 부담을 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지난 13~1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47%대 52%로 트럼프에게 5%P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리스가 대신 출마할 경우 격차는 3%P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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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있는 에어포스원 계단을 내려오며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코로나 양상 판정을 받은 뒤 자택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려가 확산되면서 돈줄도 말라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고액 기부자를 대상으로 한 7월 모금액이 지난달 모금액 5000만 달러(약 694억원)의 절반인 2500만 달러(약 347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특히 바이든의 핵심 후원자였던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TV 토론 이후 “더 이상은 바이든을 지지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큰손들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

反민주 공격하더니…명분 싸움도 패배

정치 전문매체인 악시오스는 “현재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 교체 시나리오는 바이든이 물러나고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을 선언한 뒤 대의원이 정리하는 방법”이라며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은 비민주적 후보 결정에 따른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방식의 후보 교체는 예비경선을 거치며 당원들과 국민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한 대선 후보를 일부 대의원이 번복하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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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에 당의 지명을 수락한 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당장 크리스 라시비타 트럼프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밀워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민주당 내 후보 교체 요구는 미국의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했다. 리시비타는 이어 “만약 바이든이 후보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이는 자신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며 “인지력 장애가 있는 인물이 사퇴를 결정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해리스 부통령 역시 바이든의 건강은 괜찮다고 했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의 책임자로, 바이든과 공범이 된다”며 바이든을 대신해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해리스를 미리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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