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신병자 될 판, 잠 좀 자자" 라이더 카페 들어선 마을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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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3대가 부산 강서구 강동동에 있는 B 라이더 카페를 드나들고 있다. 사진 주민 제공
지난 17일 부산 강서구 강동동에 있는 B 라이더 카페. 카페 내부에는 2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과 라면ㆍ음료 등 자판기가 여러 대 갖춰져 있었다. 지난해 6월 무렵부터 운영된 24시간 무인 카페로, 오토바이를 포함한 이륜차와 고성능 외제 차를 모는 운전자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이 난 곳이다. 이들은 이 카페에 모여 자동차와 엔진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등 교류한다. 온라인에는 “24시간 운영돼 심야 라이딩 때도 가기 좋은 곳”이라는 내용의 후기가 여러 건 등록돼있다.
일대 200가구 “매일 밤 재앙”
부산은 물론 김해와 창원 등 경남 지역 라이더들은 카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대 자연마을 7곳은 신음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인 이 일대 200가구 주민은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농사일하며 초저녁이면 잠들고, 다음 날 오전 3, 4시쯤엔 일을 나가던 주민 일상은 심야에도 찾아드는 오토바이 소음에 망가졌다. 20년 가까이 이곳에 거주한 60대 주민 A씨는 “나이 든 사람이 볼 때 굉음을 내며 오토바이를 모는 젊은이들은 폭주족처럼 거칠어 보인다. 솔직히 겁도 난다”며 “카페 방문객은 주로 오토바이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나다녀서 붙들 수도 없지만, 마주치더라도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속을 앓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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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부산 강서구 강동동 B 라이더 카페 내부에 라면과 음료 등을 파는 자판기와 좌석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있다. 김민주 기자
A씨 등 주민은 이에 카페 운영자에게 여러 차례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 호소문엔 ‘소음 스트레스로 인해 우리는 정신병자가 되고 있다. 제발 사람 좀 살자. 잠 좀 자자’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운영자도 카페 외벽에 ‘밤 10시 이후 새벽 시간대에는 최대한 조용히 운전해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였다. 하지만 주민 등에 따르면 이런 호소와 안내를 존중해주는 건 일부 방문객뿐이다. 카페에서 약 700m 떨어진 거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주민 B씨는 “오후 10시가 지나면 30분, 1시간 간격으로 드문드문 카페를 찾은 오토바이들이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1, 2시간 간격으로 한 대씩 빠져나간다. 주민은 밤새 소음에 시달린다”며 “값비싼 대형 오토바이는 물론 심야에 일을 마친 배달 오토바이 등이 주로 금, 토요일에 몰려 주말에 특히 피해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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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강동동 자연망르 주민들이 B 라이더 카페에 전달한 호소문. 사진 주민 제공
강서구 “소음 기준엔 미달… 고발ㆍ이행강제금 등 조치”
참다못한 주민은 지난해 말부터는 강서구와 경찰에도 괴로움을 호소하며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당장 뾰족한 수가 마련되지는 못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오토바이 등 이륜차는 정차 때 기준 105데시벨(dB)을 넘어야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 지난 4일 교통안전공단, 경찰 등과 함께 주말 심야 소음 측정 단속을 한 결과 오토바이 소음은 100dB 수준으로 나타나 직접 제재할 수는 없었다”며 “이전에도 몇 차례 단속했지만 소음은 비슷한 수준으로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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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강동동 B 라이더 카페 외벽에 붙어있는 공지사항. 김민주 기자
다만 강서구는 B 라이더 카페에서 허가받지 않은 용도 변경 사실을 파악해 지난 5월 해당 건축주에게 이행강제금 수천만원을 부과했다. 또 허가를 받지 않고 카페 야외 공간에서 군고구마와 어묵 등을 판 가게 등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민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조치한 것”이라며 “타협점을 찾고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카페 측과 계속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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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등 이륜차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경찰.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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