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 1위 OTT는 넷플릭스 아니다...이 회사가 이긴 비결[세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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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샤히드 화면. 사진 샤히드 캡처

중동·북아프리카에서 점유율 1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는?
넷플릭스가 아니다. ‘샤히드’(Shahid)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아라비아의 MBC가 중동 스트리밍을 장악한 방법’ 기사에서 지역 최대 방송사인 MBC(Middle East Broadcasting Corporation)의 샤히드 사업부가 중동·북아프리카의 10억 달러(1조3000억원) 규모 스트리밍 시장의 22%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경쟁사인 스타즈 플레이 아라비아(Starz Play Arabia) 보다 4%, 넷플릭스(Netflix) 보다 5% 앞선다.

걸프만 시청자 겨냥 과감한 투자…“외국 감독 모집”

비결로는 “광범위한 아랍어 쇼와 영화”가 꼽혔다. 샤히드는 넷플릭스에 상대적으로 아랍어 콘텐츠가 적은 점을 공략했다. 이 OTT에서 가장 인기를 끈 프로그램은 빚진 오빠를 돕기 위해 부유한 신발 디자이너와 결혼하려는 여성을 다룬 러브 게임(Love Game)이다. 쿠웨이트 드라마 ‘한 아내는 충분하지 않다’도 화제였다.

대가족 요구에 부응하는 구성과 구독 시스템도 성공 요인이다. 한 달 간의 라마단 기간에 가족 단위로 TV 시리즈를 시청한다는 점을 고려해 광고 등을 배치한다. 각 구독엔 최대 20개 기기를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 관계자는 “허용 기기를 2~3개로 줄이면 우리는 매우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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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라마단 기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에서 무슬림들이 저녁 기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과감한 투자 덕도 봤다. 석유가 풍부한 걸프만 국가에서 늘고 있는 시청자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 4년간 돈을 쏟아부었다. 중동·북아프리카의 30세 미만 인구 비중(55%)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36%)에 비해 높다는 점도 미래를 위한 베팅에 영향을 끼쳤다.

FT는 “중동·아프리카의 30세 미만은 콘텐츠에 관심이 많고 넷플릭스 같은 높은 질을 기대한다”며 “이에 부응하려 샤히드가 현지 인재를 지원하면서 콘텐츠를 제작할 외국 제작자와 감독을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노력 끝에 샤히드는 480만 명의 유료 가입자, 2000만 명의 광고 지원 스트리밍 시청자 확보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0~2023년 상반기 9억 리얄(약 33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샘 바넷 MBC 최고경영자는 “TV는 지난 몇 년간 시청률이 비슷하고,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스트리밍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샤히드는 올 1분기 600만 리얄(22억) 적자를 냈지만 구독료와 광고 수익이 증가하며 매출이 72% 늘어 적자 폭이 줄었다.

민간 채널로 설립, 지금은 정부가 대주주 

그러나 논란이 빚어져 제작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1988년 쿠웨이트 항공기 납치 사건을 다룬 미니시리즈는 쿠웨이트 측 항의로 제작이 중단됐다. 사우디 마약 밀매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TV 시리즈도 그의 부족이 모욕적이라고 한 후 공개가 연기됐다.

MBC 방송사 자체도 정치적 압박을 받아왔다. 1991년 런던에서 아랍 세계 최초의 민간 위성 채널로 설립됐으나, 2017년 설립자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반부패 캠페인에 휘말려 구금됐다.

이후 재무부가 지분 60%를 가져갔다. 지난해 기업공개로 지분 일부를 매각한 뒤에도 정부는 지분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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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 나스르와 알 힐랄 간의 킹스컵 결승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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