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년간 940㎏ ‘마약 관문’ 오명 씻어라… 부산세관 정밀검사 전담팀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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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해양경찰청이 압수한 코카인. 지난 2월 부산항에 정박한 선박 바닥에서는 100㎏가량의 코카인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지난 4월 부산신항. 부산본부세관은 이곳에 정박한 미국발 화물선의 냉동 컨테이너에서 코카인 33㎏을 적발했다. 시가로 165억원에 이르는 양이다. 세관과 부산지검,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공조 수사를 벌인 결과 이 코카인은 마약 밀수범이 중남미를 거쳐 모로코 탕헤르항에서 회수하려 했으나, 미처 회수하지 못한 물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이 코카인 밀반입에 관여한 인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를 모두 폐기했다.

4년간 숨어든 ‘마약 기생충’ 최소 941㎏

앞서 지난 2월에도 부산신항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선에서 100㎏에 이르는 코카인이 발견됐다. 시가 3500억원으로 부산시민(330만명) 전체가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중남미 마약 밀매 조직이 선박 아래 씨체스트(sea chest)에 마약을 숨기는 ‘기생충’ 수법을 사용해 코카인을 다른 나라로 실어 옮기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씨체스트는 배의 균형을 잡거나 냉각수로 사용하기 위해 해수가 유입되는 통로로, 평소 바닷물에 잠겨 있다. 해경에 따르면 발견된 마약은 방수를 위해 최대 11겹 비닐 포장됐고, 위치 추적 장치 8개도 함께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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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5일 마약단속 동향 발표 및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에서 고광효 관세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부산세관에 따르면 2021년부터 현재까지 이처럼 부산항 정박 선박에 숨겨졌다가 적발된 코카인ㆍ필로폰 등 마약류는 941㎏에 이른다. 이는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의해 공표된 마약 밀매 사건에 한해서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부산항에서 적발된 마약류 양은 더 많다고 부산세관은 밝혔다. 부산항을 경유해 유럽 등 다른 국가로 반입하려던 것은 물론 국내 유통 목적으로 밀반입을 시도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고광효 관세청장이 지난해 7월 취임 첫 현장 행보로 부산항을 찾아 “마약 등 사회안전을 해치는 물품이 국내로 반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검사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청정 화물’ 보증 전담 검사팀 뜬다

부산세관은 22일부터 우범 화물 검사 전담부서를 가동한다. 부산항이 국내외를 오가는 마약의 경유지 혹은 관문으로 악용되는 걸 사전에 차단한다는 취지다. 먼저 화물의 종류와 발ㆍ수신처, 경유국 등 이력을 따져 마약을 포함한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우범 화물’을 판별한다. 전담 부서의 정밀검사 전담 요원 28명은 이런 우범 화물에 대해 엑스레이(X-ray)와 이온스캐너 등을 이용해 선박에 숨겨진 마약을 판독해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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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해양경찰청이 압수한 코카인. 지난 2월 부산항에 정박한 선박 바닥에서는 100㎏가량의 코카인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정밀검사 요원은 검사 경험이 많고 판독 능력이 뛰어난 베테랑들이라고 한다. 우범 화물 검사 과정에서 마약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이 확인되면 세관이 자체 수사하는 한편 검찰·해경 등 관계 기관과도 정보를 공유한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요원들은 겸직하던 다른 업무는 내려두고 검사 업무에만 전념하는데, 이들의 판독을 거친 화물은 범죄와 무관한 ‘청정 화물’이라고 보증할 수 있다”며 “마약류가 부산항을 거쳐 국내로 반입되거나 다른 나라로 향하는 걸 차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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